외국희곡

욘 포세 '가을날의 꿈'

clint 2015. 11. 10. 12:51

 

 

 

 

 

 

공동묘지로 보이는 무대에서 두 남녀가 만난다. 아마도 과거에 사랑했던 사이인 듯.. 이름도 직업도 또는 그 과거도 짐작할 뿐, 어떤 설명도 없다. 그리고 우연히 그날이 남자의 할머니의 장례식이다. 이혼 한 남자, 그리고 장례식에서 만난 시부모와 남자의 전부인.. 등장인물 간 침묵과 반복되는 대사.. 마치 모스부호처럼 약간씩 달라진 대사가 반복된다. 뭔가 전달하려는 의도가 느껴지다가 결국 전달되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 보이니 말이란 결국 뭔가 전달 할 수 있는 것일까 싶은 생각이 든다. 특히 감정의 표현과 인간의 관계에서 말은 그저 부호이고 상징일 뿐 진정 전달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어 보인다.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시어머니와 여자의 대화이다. 형식적 대화는 반복되지만 결국 두 사람의 감정적 거리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등장인물 5명의 대화에서 말은 있지만 감정의 소통은 불명확하다. 마치 꿈처럼 남자와 여자는 할머니와 시아버지 그리고 남자의 죽음까지 3번의 장례식을 치른다. 변하지 않은 듯 그대로인 무대와 사람들..그런데 세월은 사정없이 변하고 있다. 마치 꿈이 아닐까..

 

 

 

이 작품은 현실과 환상이 뒤섞여 벌어지는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을 노르웨이 판으로 옮긴 포세의 ‘한 여름 밤의 꿈’이다. 포세가 ‘한여름 밤의 꿈’을 읽고 “이런 작품을 쓰겠다.”며 쓴 작품이다. 그러나 노르웨이의 여름은 ‘한여름 밤의 꿈’이 가능할 만큼 서정적이지 않다. ‘백야’로 상징되는 이 나라의 여름은 처절함이 더 강하다. 그래서 2년여 동안 붙들고 있다가 계절을 가을로 옮겨 ‘가을날의 꿈’으로 바꾸고서야 비로소 완성됐다. 속기로 알려진 포세로서는 보통 공이 들어간 작품이 아니다.
노르웨이의 가을은 독특하다. 깊은 산과 산이 바닥모를 피오르드로 단절돼있고, 하루 종일 낮인 여름과 하루 종일 밤이라고 할 수 있는 겨울 사이에 잠시 있는 노르웨이의 가을은 열정과 우울 사이의 쉼표라고 할 수 있다. 노르웨이를 여행하다 보면 뭉크의 ‘비명’이 결코 추상화가 아니라 구상화임을 알게 된다. 이 작품은 그런 노르웨이 적 열정과 우울이 어둡고 뜨거운 관능을 촉매로 절묘하게 짜여 있다. 셰익스피어의 현실과 환상의 즐거운 장광설이 아니라 외로움과 관능이 씨줄과 날줄이 된 미니멀리즘 환상시극이다.
작품은 늦가을, 비 내린 직후의 공동묘지 벤치에서 시작된다. 할머니의 장례식을 위해 한 남자가 온다. 우연히 한 여자가 그를 발견한다. 처음 만난 것도 같은 데 이미 오래 전에 만났다가 헤어진 것도 같다. 몇 마디 사이에 시간이 엄청나게 흘러가 버리고 많은 일이 일어난다. 그러면서 “핥아줘” “섹스하자” 등 강렬한 이미지의 간결한 대사를 통해 죽음과 이별이 엇갈린다. 이어 남자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등장, 남자의 이혼을 둘러싸고 남, 여와 논쟁이 벌어지는데 아버지가 죽는다. 다시 남, 여의 선문답 식 관능적인 대사가 이어지면서 아들이 죽고, 여자가 남자의 어머니, 전부인과 이야기하는 사이에 남자마저 죽는다.
세 여자가 팔짱을 끼고 묘지를 떠나며 막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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