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이난영 '개 같은 이야기'

clint 2023. 9. 6. 14:41

 

 

실패한 사람, 경쟁에서 밀린 사람을 의미하는 용어로 Underdog이라는 말이 있다. 투견판에서 패배한 개를 지칭하는 말에서 유래된 말이다. 투견판에서의 언더독이란, 단 한 마리의 승자를 제외한 전부이기도 하다. 그리고 싸움의 승자마저도 일확천금을 노리는 탐욕의 노예로 소비될 뿐이다. 패배한 개들도, 승리한 개들도 결국은 언더독으로 전락해버리는 투견판! 좁은 철창 안에서, 자신에게 돈을 건 인간을 위해, 목숨을 거는 투견판의 개들처럼 우리들 역시 물질만능의 자본주의 사회에 갇혀 있는 언더독은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성실히 축산농장을 꾸려가던 동남은 구제역 때문에 빚더미에 올라앉게 된다. 오랫동안 일궈왔던 자신의 터전이 경매로 넘어갈 처지가 되자, 동만은 우선변제로 경매를 취소시키기 위해 백방으로 돈을 구해보지만 “가까울수록 돈거래는 하지마라”는 거절의 말만 들을 뿐이다. 결국 동남은 아내 윤자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거액의 돈을 지불하겠다는 불법투견도박단에게 자신의 농장 축사를 빌려준다. 원치는 않지만 그것만이 가족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기에... 거액의 돈이 오가는 살벌한 투견판. 막장영감은 동남에게 한 번에 큰돈을 거머쥘 수 있는 “위험하지만 확실한 비법”을 알려주며, 개꾼이 되라고 제안한다. 하지만 동만은 장소는 빌려주되 절대 도박은 하지 않겠다는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는다. 그러나 그의 집에 뜻밖의 악재가 닥치면서 동남은 자신의 신념을 벌이고, 최 사장이 제시한 위험한 거래를 받아들인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서... 동만은 돈을 벌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개들에게 흥분제를 주사하는데 성공하고, 흥분제를 놓은 개에게 도박을 걸어 짧은 시간 안에 큰돈을 손에 쥐게 된다. 이대로라면, 딸의 사채 빚은 물론, 경매 비용도 한 순간에 벌 수 있을 듯 했다. 결국 동남은 돈의 달콤함에 빠져, 그토록 혐오하던 투견도박에 점점 빠져들게 된다. 하지만 그도 잠시, 동만이 흥분제를 주사해 승패가 조작되었단 사실이 밝혀지면서, 동만에게 또 다른 검은 손길이 다가오는데...
한 줄기 1%의 강렬한 희망을 부여잡고, 마침내 동만의 마지막 도박이 시작된다. 과연 동만은 피도 눈물도 없는 이 매정한 밀림에서 끝까지 살아남아, 자신뿐만 아니라, 자신의 가족들까지 구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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