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박한열 'EXIT : 출구는 저쪽입니다. 뛰세요!'

clint 2023. 9. 3. 21:19

 

 

난 항상 평범한 학생이었다. 평범하게 살기 위해 죽을 만큼 노력했다. 적당한 성적과 적당한 학벌 그리고 적당한 직업을 가지기 위해, 낙오되지 않기 위해, 죽을 만큼 노력했다. 노력치 않는 적당한 미래를 꿈꾸며, 숨 막히는 입시경쟁을 뚫고 입학한 대학은 고등학교와 다를 것이 없었다. 오히려 더 고통스러웠다. 나와 비슷한 수준의 학생들끼리 모여서 그 안에서 또 경쟁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숨이 막혔다. 나를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입시와 학점경쟁을 지나 졸업하고도 취업을 위해 또 다시 그 지난한 경쟁을 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팽팽했던 내 인생이 팽그르르 꼬였다. 그래서 나는 생애 처음 커닝을 했다. 그리고 들켰다. 빌어먹을 내 인생….

 

 

 

이렇게 나의 독백으로 시작되는 이 작품은 그후 징계위원회가 소집되고, 컨닝에 가담한 8명의 대학생들은 모두 대기실에서 그 징계위원회의 결정을 기다린다. 핸드폰도 걷어간다. 혹시 학교의 결정을 누설할 염려에서 란다. 이렇게 8명의 학생들은 죄짓고 판결을 기다리는 심정으로 침울하게 기다린다. 직원이 분위기를 전하는데 학교위신도 있어서 중징계가 예상된단다. 중간에 직원이 징계위원회 개요 자료를 나눠준다. 근데 6장이다. 개요에도 징계대상이 6명으로 적혀 있다. 왜지? 모두 궁금해하다가 일말의 희망이라도 생겼다는 듯이 6명만 징계받으면 2명은 무사할 수 있다는데 공감한다. 그래서 징계위원회가 끝나기 전에 2명을 정하자고 한다. 갑자기 활기가 돌고 방법은 쉽게 가위바위보로 정하고 금방 2명이 정해진다. 분위기가 상반되고 이긴 두 명과 나머지 6명은 희비가 교차한다. 그러자 진 편은 이런 중대사를 쉽게 가위바위보로 할 수 없다며 다른 게임을 하자고 한다. 그리고 금새 369게임을 들어가고 바로 정해지자 역시 진 편은 모두 난리가 난다그래서 여러 의견 중에 각자의 자기가 나가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나중에 투표로 정하기로 한다. 모두 자기가 나가야 한다며 열변을 토하는데 궁핍한 생활을 하소연 하거나, 협박하거나, 발표마다 적극 동조하며 표 관리 하는 형, 소신 발언하는 형 등등 재미있는 상황이 펼쳐진다. 나중에 투표를 하자 5번만 몰표를 받는데… 5번은 모두와 서로 찍어주기로 뒷거래한 것이다. 정적 자기는 표를 기권하고다시 난리가 나고이때 7번이 슬며시 없어진다. 조금 후에 그가 나간 걸 알고 고단수라고 푸념할 때, 7번이 돌아온다. 8명이 6명으로 된 걸 정정 요청했다고 한다. 물론 사무실에서도 알고 있단다. 그리하여 일말의 희망도 사라지게 된다. 그리고 잠시 후 징계위원회 결과를 가지고 직원이 오는데…..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이들의 비상구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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