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 힌두, 이집트인 셋이 만나서 별을 따라 유대 땅에 새로 태어난 아기를 보러 간다. 헤롯 왕도 그 아기를 보고 싶다며 이들에게 어디 있는지 알려달라고 한다. 베들레헴의 마구간에서 태어난 아기를 본 이들은 헤롯 왕에게 돌아가지 말라는 꿈을 꾸고 그에게 알리지 않는다.
당시 예루살렘에는 유대인 허 씨의 명문가문이 있었는데 지금은 사망한 아버지 허는 로마황제에게 충직했다. 그에게 아들 벤과 딸 티르자가 있고 그의 아내는 유대인의 긍지와 유대문화에 투철한 여인이다. 로마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벤의 어린 시절 친구인 로마인 메살라는 오만하고 잔인한 사람으로 변하여 두 사람의 우정은 이제 끝날 것임을 벤은 예감한다. 로마군의 행렬을 지붕 위에서 지켜보던 벤은 흔들리는 기왓장을 잘못 놓아 총독에게 떨어진다. 총독은 이를 자기 목숨을 노린 고의적 행동으로 믿는다. 메살라가 이끄는 로마인들은 벤허 가족을 체포하고 그의 재산을 몰수한다. 쇠사슬에 묶여 갤리선에 끌려가는 도중 목이 탄 벤허를 불쌍히 여긴 한 청년이 그에게 물을 준다. 갤리선의 노잡이로 있을 때 로마관리 퀸투스아리우스 사령관이 벤허를 비범한 자로 눈여겨보고, 그를 불러 어떻게 해서 갤리선 노예가 되었는지 이유를 묻는다. 이후 해적의 습격을 받았을 때 아리우스는 그의 생명을 구해준 벤허를 양자로 삼는다. 로마시민이 된 벤허는 양부가 사망했을 때 그의 재산을 상속받는다.
벤허는 안티옥에서 부친의 하인 시모니데스가 상인으로 성공한 것을 알게 되고, 시모니데스는 아들 벤허의 하인이 될 것을 간청한다. 벤허는 그의 딸 에스더에게 끌린다. 나이 든 이집트인이 우물가에서 낙타에게 물을 주는데 낙타 등에는 벤허가 지금까지 본 바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 타고 있었고, 뒤이어 메살라가 모는 마차가 달려온다. 이 이집트 노인은 아기 탄생을 보러 베들레헴으로 가던 세 명 중 한 사람인 발사자이고 낙타 등의 미녀는 그의 딸 아이라스다. 오만한 메살라가 안티옥에서 마차경기에 나서는 것을 알게 된 벤허는 그를 패배시켜 모욕주려는 목적으로 경기에 참여한다. 경기가 시작되고 첫 번째 돌림에서 메살라는 갑자기 벤허의 말들을 회초리로 때린다. 그러나 벤허는 흔들리지 않고 침착하게 말들을 다룬다. 경기의 마지막 한 바퀴를 돌 때 벤허는 마차를 메살라의 마차에 바짝 댄다. 그로 인해 바퀴가 엉기면서 튕겨 나온 메살라는 자신의 말 밑에 깔려 평생 불구가 된다. 심판관들은 메살라가 먼저 경기 초반에 비겁한 반칙을 했기 때문에 벤허를 우승자로 선포하고 메살라는 파멸된다.
발사자는 벤허에게 그가 경배하러 갔던 유대왕은 정치적 왕이 아난 영적 왕이라 하고, 시모니데스도 장차 올 약속의 왕은 유대인을 이끌고 로마를 패배시킬 진정한 구원자라고 벤허에게 말한다. 벤허는 어머니와 누이를 찾아 예루살렘으로 가서, 그곳에서 그의 가족을 파괴한 메살라의 역할을 알게 된다. 벤허가 체포된 후 어머니와 누이를 옥에 가두고 벤허 가문의 재산을 총독과 메살라가 나누어 갖는다. 지하감옥으로 이송된 모녀는 문둥병에 걸리고, 새로 부임한 총독 빌라도가 정치범들을 모두 풀어주어 두 모녀는 자유의 몸이 되었지만, 문둥병에 걸린 이들은 도시 밖의 동굴에서 살다 죽어야 한다. 신앙심 깊은 늙은 하인 시모니데스가 이들을 찾아내, 모녀의 이름을 밝히지 않겠다는 맹세 아래 매일 모녀에게 음식을 가져다 준다. 모녀는 벤허에게는 그들이 죽은 것으로 하라고 하인에게 이른다. 시모니데스는 벤허를 위해서 허씨가문의 집을 샀고, 에스더, 발사자, 아이라스와 함께 한 집에 산다. 벤허는 로마 지배를 뒤집고 미래의 유대인 왕을 따를 군대를 만들 계획을 세운다. 어느 날 벤허는 문둥이 구역 근처를 지나면서, 수년 전 그가 노예로 끌려갈 때 그에게 물을 주었던 그 청년을 본다. 그는 예수였다. 시모니데스는 티르자와 어머니를 설득하여 예수가 지나갈 때 그들의 병든 몸을 보여주도록 한다. 예수님의 기적으로 모녀는 고침을 받는다. 벤허는 두 문둥병 환자가 그의 모친과 누이로 변신한 것을 보고 유대인 왕에 대한 태도가 변한다. 그는 예수님의 왕국은 영적인 것을 확신하고, 그날로부터 그의 가족은 기독교도가 된다.
몇 년 후 에스더는 아이라스의 방문을 받고, 그녀를 못살게 괴롭혔던 메살라를 그녀가 죽였다는 말을 듣는다. 아이라스는 메살라를 위해서 아버지 발사자를 버렸던 딸이다. 벤허는 에스더와 두 아이들과 행복하게 살고, 벤허와 시모니데스는 그들의 재산을 탄압받는 기독교도들을 위해 헌납한다. 네로가 로마에 있는 기독교도들을 핍박하기 시작할 때 기독교인들이 안전하게 예배드릴 수 있도록 도시의 땅 밑에 카타콤을 지으러 간 사람은 벤허였다.
1880년에 출판된 벤허는 미국 남북전쟁의 루 월리스 장군이 쓴 예수의 이야기를 다룬 흥미진진한 책이다. 예루살렘의 한 집안의 장자인 벤허는 어린 시절 친구 메살라에 의해 억울하게 노예가 되었다가 구제되어, 명예를 회복하고 예수 그리스도를 알게 되는 운명의 주인공이다. 19세기에 가장 영향력 있는 기독교책으로 300만부 이상 팔렸다. 해리엇 비쳐 스토의 <톰 아저씨의 오두막> (1852)도 능가한 베스트셀러였다. 이 책은 성서를 다룬 소설과 영화에 많은 영감을 주었고, 1936년 마가렛 미첼의 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출현 이전까지 계속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올라있던 소설이다. 1959년 MGM 사의 영화로 수천만 명이 관람했고 윌리엄 와일러(1902-81) 감독의 이 영화는 이듬해 11개의 아카데미상을 받았다.
유대사회의 전통관습과 로마와 유대의 역사에 대한 작가의 풍부한 지식은 독자들에게 재미와 함께 이 책의 가치와 중요성을 공감케 한다. 글 쓰는 일 이외에도, 군인, 변호사, 뉴 멕시코 특별영역 지사, 터키 공사 같은 여러 직업에 종사한 윌리스의 폭 넓은 경험은 역사소설을 쓰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역사소설은 우선, 역사적으로 실재하는 사건과 인물이 기본 자료일 것이다. 기독교 태동에 반대하여 기독교도들을 박해한 로마의 통치와 헤롯 왕, 발사자, 빌라도, 네로, 예수 등 실제 인물들이 소설의 주제를 돋보이기 위해 등장한다. 그리고 또 하나의 요소는 작가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역사기록에는 없는 인물이지만 작가의 상상으로 창조된 주인공이 작가의 메시지를 채우고 전달하는 일이다. 「벤허」에서 윌리스는 역사 소설의 고전적 요소들을 선명히 드러내 주고 있다.
복수를 다룬 이 이야기는 인정과 용서의 이야기로 변한다. 벤허는 가족을 불행에서 구하고 가족의 명예를 되찾고 참한 유대인 규수 에스더의 사랑을 얻는 고매한 청년 주다 벤허의 낭만적인 이야기와 기독교의 구원과 이방인에 대한 하나님의 은총의 주제를 포함하는 용서의 이야기다.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을 목격한 주다는 그리스도의 삶은 복수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목적을 위한 삶임을 알게 된다. 그는 기독교도가 되고 이 땅이 아닌 천국으로 가는 열쇠 이야기를 한다. 소설은 주인공이 로마에 있는 카타콤의 재정적 후원을 결심하는 것으로 끝난다.
카타콤은 로마의 초기 기독교에 대한 핍박을 피하기 위해서 세워진 기독교인들의 동굴, 즉 은신처요, 피난처를 가리키는 말이다. 흥미로운 점은 주인공의 성 허(Hur)는 히브리어로 “동굴"이란 뜻이고 벤(ben)은 "누구의 아들"이라는 의미이다. 작가들이 제목이나 등장인물 이름을 지을 때 주제와 관련하여 의미를 두고 짓는 경우가 많듯, 이 소설의 이름 선택도 우연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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