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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 레비 '차마 못다한 이야기'

clint 2023. 6. 5. 21:54

 

사람은 누구나 상처를 안고 산다. 하지만 대부분의 상처는 자신 스스로가 끊임없이 나는 불행하다고 세뇌시켜서 생긴 것들이다. 사실 우리는 굉장히 큰 사랑을 받고 있지만 아무런 사랑도 받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우리를 낳아주신 부모님의 해산 자체가 우리를 향한 큰 사랑이지만 불행히도 우리는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과 시기에 대해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보고 싶은 사람에게 보고 싶었다고 말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 줄리아 역시 마찬가지다. 어린 시절 아버지 안토니 왈슈와 많은 시간을 공유하지 못해 귀한 추억을 소유하지 못한 줄리아. 그녀는 마음 깊이 아버지와 늘 함께하기 원하지만 중요한 순간마다 일에 치여 당신의 딸은 돌아보지 않는 아버지에 대한 원망을 가슴에 담고 산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원망할 수도 없게 됐다. 그녀의 아버지가 더 이상 이 세상에 없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바로 그녀의 결혼식 당일에. 줄리아는 이번 일도 자신의 결혼식을 망치려고 아버지가 계획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장례식 다음 날 아버지 안토니가 준비한 가장 아름답고 의미 있는 여행을 통해 모든 오해를 풀게 된다. ‘차마 못다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여행을 이미 죽은 아버지인 안토니가 준비한 것이다.

 

마르크 레비의 이번 작품은 아버지와 딸의 빗나간 관계를 회복하는 틀 안에서 딸의 빗나간 사랑이 바로잡아지는 구조로 전개된다. 작가는 부녀간의 사랑과 남녀 간의 사랑을 선보이면서 사랑의 형태는 조금씩 다르더라도 고백할 수 있을 때 고백하는 것이 우리의 많은 후회를 조금이나마 줄이는 것임을 알려준다. 저자 마르크 레비는 매우 가족적인 작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아들에게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집필을 시작했다. ‘좋은 아버지, 좋은 남편, 좋은 친구가 되는 것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는 마르크 레비의 여덟 번째 소설인 이번 작품은 환상적이고 초자연적인 분위기로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사람은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존재다. 다만 상대방을 인정해야하는 것이다. 그의 모든 것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결코 어느 누구도 사랑할 수 없다. 우리는 늘 사랑받기를 원하지만 실은 자신이 누군가를 참으로 사랑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원하는 것이 아닐까. 그의 단점, 연약함, 상황까지 모두 감쌀 수 있는 사랑이 때늦은 후회를 예방해 줄 수 있다. 이 책은 더 늦기 전에 자신의 감정에 솔직할 것을 권고한다. 사람은 나이를 먹을수록 거짓말쟁이가 된다고 누가 그랬던가. 그리고 그 거짓말이 너무나 교묘해 자신까지 속여 버린다. 차마 못다한 이야기는 상대방에 대해서 뿐만이 아닌, 나 자신에게도 차마 드러내지 못한 나의 속내를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준다.

마르크 레비 '차마 못다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