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저너 트루스(Sojoumer Truth: 1797~1883)
소저너 트루스는 노예폐지운동과 인권운동에 적극 참여한 아프리카 미국인 노예였다. 뉴욕 주의 노예로 태어난 그녀의 이름은 이사벨라 봄프리였으나, 1843년 스스로 소저너 트루스로 개명하였다. 봄프리 가족은 처음에는 하덴버그 대령 소유의 노예였으나 대령이 죽고 그 아들도 죽은 후 여러 차례 팔려, 1810년 존 듀몬트의 노예가 되었다. 트루스는 듀몬트의 강요로 나이 많은 노예 토마스와 결혼하였다. 트루스의 아들 피터를 듀몬트가 불법으로 앨라배마 주에 팔아 넘긴 것을 알게 된 트루스는 법적투쟁을 거쳐 아들을 찾는다. 이로서 그녀는 백인남성들을 상대로 승소한 최초의 흑인 여성이 되었다.
1843년 6월 트루스는 열렬한 기독교 신자가 되어, 친구들에게 "성령님이 부르니 나는 가야만 한다"고 했다. 그녀는 복음전도를 하면서 한편 노예제도 폐지와 여권문제에 초점을 맞춘 강연을 주로 하였다. 누군가 그녀의 연설을 방해하고 우람한 체구의 그녀를 남자라고 했을 때 블라우스를 벗어서 앞가슴을 드러내 보여준 때도 있었다고 한다. 트루스는 1844년 매사추세츠 주 노삼프튼에 세운 교육과 산업 재단에 가입하여 노예 폐지 운동 조직원이 되었고, 1851년 5월 오하이오 주의 애크린에서 열린 여성 인권집회(Women's Rights Convention)에 참여했다. 신앙심이 투철했던 트루스는 백인주인들을 증오했으나 마지막 주인이 된 예수를 만난 후 모든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다고 관중에게 고백했고 노예해방이 선언되자 그녀의 기도가 응답되었다고 하였다.

연극문학사에서는 헨릭 입센(1828-1906)의 『인형의 집』(1879)을 여성인권해방운동의 시발로 본다. 같은 세기에 미국 땅에서는 인간과 동물을 한데 묶어 파는 노예매매의 법제가 인정되고 있었다. 청교도 사상이 미국건국이념의 바탕이었음을 고려할 때, 미국은 너무 큰 죄를 범했다는 생각이 든다. 인종차별문제를 다룬 미국의 흑인 작가들은 많이 있다. 소저너 트루스를 생각하는 동안 역자의 뇌리를 스치는 아동소설과 시가 떠오른다. 디오도어 테일러(1921-2006)의 『작은 섬』(The Cay)에는 흑인차별 지역에서 자란 카리브 해안의 백인소년 필립이 등장한다. 그는 미국으로 가던 중 타고 있던 배가 독일군 어뢰에 맞아 난파되면서 머리에 충격을 받고 후유증으로 장님이 된다. 흑인 노인 티모시와 단둘이 작은 섬에 갇힌 필립은 이 흑인을 혐오한다. 티모시는 그가 죽은 후에라도 앞을 보지 못하는 소년이 혼자 살아갈 수 있도록 고기 잡는 기술 등을 열심히 가르친다. 그 과정에서 둘은 정이 든다. 어느 날 밤 티모시 옆에 누운 소년이 묻는다.
“할아버지 피부색은 아직도 까매요?"
이 소설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이 구절은 소년 필립과 노인 티모시 사이의 유일한 벽이었던 피부색이 무너지는 장면이다.
미국의 흑인 여류시인 궨돌린 브룩스(1917-2000)가 쓴 "안드레”라는 시가 있다.
지난밤 꿈을 꾸었어요. 꿈에
나는 엄마를 한 사람 골라야 했고
아빠도 골라야 했어요.
처음에는 어떤 부모를 택할지 망설였지요.
키가 작은 사람, 큰 사람, 마른 사람, 땅땅한 사람, 후보들이 너무 많았거든요.
그러나 벌떡 잠에서 깨기 전
내가 누구를 선택하는지 알았어요.
놀랍고 기뻤던 것은
그들은 바로 내 엄마 아빠였답니다.
시인이 어린 시절 받았을지 모르는 상처를 상상케 해준다. 미국의 어린이들에게 인형을 고르라고 했을 때, 흑인 아이들은 한결같이 백인 인형을 집더라는 심리학자의 말을 새겨볼 때, 내 부모가 백인이었더라면 차별받는 일도 없었을 텐데 하는 마음에 시인은 이런 시를 생각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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