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직전까지 맞은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맞다가 눈까지 실명될 뻔했어요."
"수심원에서 죽도록 두들겨 맞던 생각 뿐입니다. 그 맞던 생각, 이 배에 올라타고 난 뒤에 그 생각을 해보니 참 지옥에서 천국으로 탈출한 느낌입니다.”
준영이가 돌아왔다. 10년 동안 잊고 살았던 준영이가 돌아왔다. 수심원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온 준영이는 가족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갈 날들을 꿈꾼다. 하지만 가족들에겐 준영이의 등장이 반갑지만은 않다. 그의 알 수 없는 눈빛과 표정이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 준영이는 수심원에서의 폭력 때문에 밤마다 악몽을 꾸게 되고 급기야 수심원 동기까지 함께 살겠다고 집으로 찾아온다. 평범했던 일상이 하나 둘 깨지기 시작하고 가족들은 저마다 준영이를 다시 집밖으로 내보낼 궁리를 하게 된다. 그러다 조카의 부탁으로 학교 일진들 싸움에 갔다가 폭행죄로 구속된다…
작가의 글 – 윤미희
준영이를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해 쓰기 시작한 희곡입니다. 하지만 쓰는 내내 준영이의 가족들 모습에서 제 모습을 보았습니다. 이게 바로 인간의 본 모습이고 내 진짜 모습이 아닐까 생각하니 두렵습니다. 인간의 이기심과 폭력성, 그 안에서 지속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사건과 사고들… 타인을 나와 같지 않다고 보는 시선에서부터 오는 무수한 폭력적, 차별적 행위들… 불편한 이야기를 썼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보고 싶지 않은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이 희곡을 통해 단 한 명의 준영이라도 위로 받을 수 있다면 더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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