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빌로니아 안에서 누구보다도 아름다운 청년은 피라모스였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아름다운 처녀는 티스베였다. 두 사람의 양친은 이웃하여 살고 있었기 때문에 두 젊은이는 자주 내왕했다. 그리하여 이들의 친구관계는 마침내 연애로 발전하였다. 두 남녀는 서로 결혼하고 싶어했으나 서로 원수처럼 된 양 부모들이 반대했다. 그러나 부모들도 금할 수 없었던 것이 두 남녀의 가슴에 타오르는 사랑의 불꽃이었다. 두 사람은 몸짓이나 눈짓으로 서로 속삭였고, 남몰래 속삭이는 사랑인만큼 그 불꽃은 더 강렬하게 타올랐다.
두 집 사이의 벽에는 틈이 나있었다. 벽을 만들 때 실수로 인해 생긴 것이었다. 이제까지 아무도 그 것을 발견하지 못했으나, 이 연인들은 그 틈을 발견했다. 사랑이 무엇을 발견하지 못하겠는가! 이 틈이 두 사람의 말의 통로가 되어 주었다. 그리고 달콤한 사랑의 속삭임이 이 틈을 서로 오갔다. 피라모스는 벽 이쪽에, 그리고 티스베가 벽 저쪽에 섰을 해, 두 사람의 입김은 뒤섞였다, 그들은 말했다. "무정한 벽이여, 왜 그대는 우리 두 사람을 떼어놓는가. 그러나 우리는 결코 그대의 은혜를 잊지 않으리. 우리가 이렇게 사랑의 속삭임을 주고받을 수 있는 것도 다 그대의 덕이니까." 이와 같은 말을 그들은 벽 양쪽에서 속삭였다. 그리고 밤이 되어 이별하지 않으면 안 될 때에는, 더 가까이 갈 수가 없었으므로, 남자는 남자 쪽 벽에다, 여자는 여자 쪽 벽에다 대고 입맞춤을 했다.
다음날 밤 모든 가족들이 잠들었을 때 감시의 눈을 피해 집을 나와서 들판으로 가기로 하였다. 그리고 마을의 경계선 너머에 있는 니노스의 무덤이라고 부르는 유명한 영묘(靈感)가 있는 곳에서 만나기로 하고, 먼저 간 사람이 나중 오는 사람을 나무 밑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그 나무는 횐 뽕나무였고 시원한 샘 곁에 있었다. 모든 것을 합의한 후, 그들은 태양이 물 밑으로 내려가고 밤이 그 위에서 떠오르기를 고대하였다. 마침내 티스베는 얼굴을 베일로 가리고, 가족들의 눈에 띄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집을 빠져 나와 약속한 나무 밑에 앉아 있었다. 저녁의 어둠 속에 외로이 앉아 있으려니까 한 마리의 사자가 나타났다. 사자는 방금 무엇을 잡아먹었는지 입에서 지독한 냄새를 풍기며 물을 마시려고 샘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그것을 보자 티스베는 달아나 바위 틈에 몸을 숨겼다. 그런데 달아날 때 그녀가 쓰고 있던 베일이 떨어지고 말았다. 사자는 샘에서 물을 마신 후 다시 숲 속으로 돌아가려고 몸을 일으키다 땅 위에 떨어져 있는 베일을 보자, 피묻은 입으로 그것을 회둘러 찢어 버렸다. 피라모스는 늦게서야 약속한 장소로 다가갔다. 그리고 모래 땅에서 사자의 발자국을 발견했다. 그 순간 그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잠시 후 그는 갈기갈기 찢어진 피투성이 베일을 발견하였다, 그는 부르짖었다. "오, 가엾은 티스베여. 그대가 죽은 것은 다 나 때문이다-나보다도 더 살 가치가 있는 그대가 먼저 가다니, 나도 그대의 뒤를 따르겠다. 그대를 이런 무서운 장소에 오도록 해놓고 홀로 버려 둔 내가 잘못이다. 오라, 사자들아! 바위 속에서 기어 나오거라. 그리고 이 죄 많은 놈을 너회들의 이빨로 물어뜯어라." 피라모스는 베일을 손에 들고 약속한 장소로 가서 무수한 입맞춤과 눈물로써 나무를 적셨다. "나의 피로 너의 몸을 물들이리라." 그는 칼을 빼어 자기의 가슴을 찔렀다. 상처로부터 피가 샘솟듯 흘러 내려 뽕나무의 하얀 열매를 붉게 물들였다, 피는 땅 위에 흘러 뿌리에 미치고 그 붉은 빛깔은 줄기를 타고 열매에까지 올라갔던 것이다. 그때까지 티스베는 공포에 떨고 있었다. 그러나 연인을 실망시켜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고 조심조심 걸어 나왔다. 그리고 불안한 마음으로 젊은이를 찾았다. 위험에서 벗어난 무서운 얘기를 빨리 알려 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약속한 장소로 왔을 때, 잠시 주저하던 그녀는 빈사 상태에 있는 어떤 사람의 모습을 발견했다. 티스베는 깜짝 놀라 물러섰다. 전율이 그녀의 몸을 스쳤다. 그것은 마치 잔잔한 수면 위에 한바탕 바람이 지나갈 때 일어나는 물결과 흡사했다. 마침내 그 사람이 자기 연인임을 알자, 티스베는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자기 가슴을 마구 쳤다. 그리고 숨이 거의 넘어간 그를 얼싸안고 상처에 눈물을 쏟으며 싸늘한 입술에 수없이 키스를 퍼부었다. 그녀는 부르짖었다,
"오, 피라모스! 이것이 어찌 된 일입니까, 말 좀 하세요. 피라모스, 이렇게 외치고 있는 것은 당신의 티스베예요. 오, 제발 그 늘어진 머리 를 들어 줘요? 피라모스는 티스베라는 말을 듣고 눈을 떴으나, 이내 감아 버렸다. 티스베는 피에 묻은 자기 베일과 칼이 없는 칼집을 발견한다.
"잔인한 가족들과 불행한 운명이 나의 진정한 남편을 내 삶에서 빼앗아 갔구나. 그러나 그들도 내 남편을 절대로 죽음에서 훔쳐가지는 못 한다". 하고 피라무스의 손에서 칼을 취하여 자기 가슴에 대고 칼 위에 쓰러진다. 얼마 후 두 집안은 화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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