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모나는 숲의 님페들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정원을 사랑하고 과실을 가꾸는 데 있어서 그녀를 따를 자가 없었다. 그녀는 숲이나 내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고 오로지 토지와 감미로운 과일이 열리는 과수만을 좋아했다. 그녀의 오른손에는 전지하는 칼이 들려 있었다. 그는 이 칼로 어느 때는 지나치게 자란 나무를 자르고 그렇지 안으면 보기 싫게 뻗은 가지를 잘랐으며 어느 때는 가지를 쪼개고 그 사이에 접붙일 가지를 삽입하면서 분주하게 지냈다. 또는 애지중지하는 나무들이 가뭄을 타지 않을까 걱정한 나머지 나무에 물을 주어서 목마른 뿌리가 그것을 마실 수 있도록 해주었다.
이러한 일은 그녀가 바란 일이었으며, 그녀의 정열이었다. 그녀는 아프로디테가 고취하는 연애 따위는 염두에 두지 않았다. 그곳 사람들을 경계하여 자기 과수원에는 언제나 자물쇠를 채우고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많은 파우누스나 사튀로스들도 포모나를 수중에 넣기 위해서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바쳐도 아깝지 않았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베르툼누스가 누구보다도 그녀를 사랑했지만, 그도 다른 신과 마찬가지로 이에 성공하지 못했다. 그는 추수하는 농부의 모습으로 변신하여 포모나에게 곡식을 바구니에 갖다 준 일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때 그의 모습은 농부와 다름없었다. 건초 띠를 띤 모습은 방금까지 풀을 풀을 뒤적이다 온 사람으로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때로는 소를 모는 막대기를 손에 쥐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피곤한 소의 멍에를 방금 벗기고 온 사람같이 보였다. 때로는 전지 가위를가지고 다니며 포도원 원정(원정)의 흉내를 내기도 했다. 또 때로 사닥다리를 어깨에 메고 있으면 마치 사과 따러 가는 사람 같았다. 또는 제대병처럼 걸어가는가 하면 때로느 고기를 잡으러 가는 것처럼 낚싯대를 손에 들고 있었다. 그는 이와 같이 하여 여러 번 포모나에게 접근했으며, 그녀를 보고서 정열을 불태웠다.
어느 날 그는 한 노파로 변장하여 나타났는데, 회색 머리에는 모자를 쓰고 손에는 지팡이를 짚고 있었다. 노파는 과수원에 들어가서, <참, 훌륭한 과일이로군, 아가씨.> 하며 포모나에게 키스를 하였다. 그 키스는 늙은이에게는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강렬한 것이었다. 노파는 둑 위에 앉아 나무 위에 과실이 주렁주렁 달린 가지를 쳐다보았다. 맞은편에는 느릅나무가 하나 있었는데, 터질 듯한 포도송이가 달린 포도덩굴이 엉켜 있었다. 노파는 느릅나무와 그 위에 엉킨 포도나무를 쳐다보며 칭찬했다. "그러나 느릅나무 혼자 서 있고, 그 위에 저같이 포도나무가 엉켜 있지 않다면 느릅나무는 아무런 매력도 없으며 쓸데없는 잎밖에는 우리에게 제공하는 것이 없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포도덩굴도 느릅나무가 없다면 땅위에 혼자 엎드려 있을 것입니다. 당신은 이 느릅나무와 포도나무로부터 교훈을 받으시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배필을 얻으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그렇게 하시는 것이 좋겠는데요." 포모나가 관심이 없자 "키프로스 섬에서 실제로 일어나 유명한 이야기를 할 테니 들어 보십시오."
"이피스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젊은이였는데, 테우크로스라는 유서 깊은 집안의 아나케레테라는 처녀를 보고 반해버렸습니다. 젊은이는 자기의 열정과 오랫동안 고투하였으나, 체념할 수 없는 자신을 깨닫고 그녀의 저택에 한 애원자로서 나타났습니다. 아나케레테는 그를 조롱하고 비웃었고, 무정한 대우에 무정한 말까지 덧붙였으며, 일루의 희망조차 주지 않았습니다. 이피스는 희망 없는 사랑의 괴로움을 더 이상 감내할 수 없어서 그녀의 방문 앞에 서서 최후의 말을 했습니다. <아나케레테여, 당신이 이겼습니다. 이제부터는 내가 당신을 귀찮게 구는 일도 없을 겁니다. 당신의 승리를 기뻐하십시오! 기쁨의 노래를 부르십시오. 그리고 이마에 월계수를 감으십시오. 당신이 이겼으니까요. 나는 죽습니다.> 이같이 말한 이피스는 창백한 얼굴과 눈물어린 눈으로 그녀의 저택을 바라보며 종종 화환을 걸었던 문 기둥에다 끈을 맸습니다. 하인들은 문을 열고 그가 죽은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슬픈 장례식의 행렬은 거리를 지나 창백한 유해는 화장터로 운반되었습니다. 아낙사레테의 집은 장례 행렬이 지나가는 거리에 있었습니다. 문상객들의 탄성이 이미 복수의 신이 벌을 주려고 예정한 그녀의 귀에 들려왔습니다. <우리도 장례행렬을 구경하자.> 하고 그녀는 탑 위에 올라가 열린 창을 통해 장례행렬을 내려다보았습니다. 그녀의 시선이 상여 위에 가로놓인 이피스의 유체에 멈춘 순간, 그녀의 눈은 굳어졌고, 체내에 흐르는 따뜻한 피가 식기 시작했습니다. 뒤로 물러서려 하자, 발을 움직일 수 없었으며 얼굴을 돌리려고 했지만 그것도 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점점 그녀의 온몸은 그녀의 마음과 다름없이 돌과 같이 되었습니다. 이야기가 믿어지지 않거든 아직도 그 석상이 부인의 생전의 모습대로 살라미스에 있는 아프로디테의 신전에서 있으니 가보십시오. 이런 옛일을 생각하는 사람을 받아들이십시오. 그렇게 하시면 봄서리가 당신의 어린 열매를 시들게 하는 일도 없을 겁니다."
베르툼누스는 이렇게 말하며 노파의 변장을 벗고 본래의 자신으로 돌아가 아름다운 청년의 모습으로 포모나 앞에 섰다. 그는 다시 한번 애원하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의 이야기와 그 아름다운 본래 모습이 그녀를 제압했고 그녀의 가슴에도 사랑의 불길이 타올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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