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바이올라 M. 라구소 '테세우스'

clint 2023. 3. 13. 12:41

 

테세우스는 아테네의 왕 아이게우스와 트로이젠의 공주 아이트라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이게우스와 아이트라는 테세우스가 뱃속에 있을 때 헤어지게 되었는데, 이때 아이게우스가 아이트라에게 이렇게 말했다. "훗날 아이가 자라거든 큰 바위 밑에 내가 숨겨둔 물건을 가지고 나에게 오게 하시오."
테세우스는 무럭무럭 자라 건장한 청년이 되었다. 그리고 어머니가 시킨 대로 큰 바위를 들어 올려 그 밑에 감추어져 있던 왕가의 검과 신발을 꺼낸 후, 그 길로 아버지를 찾아 길을 떠났다. 그는 여행 도중 천하장사 헤라클레스의 모험담을 듣고 자신의 힘도 시험해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일부러 쉬운 길을 버리고 악당들이 득실거리는 험한 길을 선택했다. 처음으로 만난 상대는 콜리티네스(곤봉의 사나이)라 불리는 페리페테스였다. 그는 이 곤봉으로 수많은 행인들을 때려죽이고 있었다. 그러나 테세우스는 단숨에 그의 곤봉을 빼앗아 그 곤봉으로 콜리티네스를 때려죽였다. 이후로도 테세우스는 그 곤봉을 들고 다니면서 사람들을 괴롭히는 악당이 있는 곳이면 그곳으로 달려가 악당들을 하나하나 퇴치하였다. 이렇게 여섯 명의 악당을 퇴치하는 사이 어느덧 아버지가 있는 아테네에 도착하게 되었다. 

 

아버지의 검과 신을 찾는 테세우스

 

한편 아버지 아이게우스 왕의 아내는 동방으로부터 온 마술사였던 메데이아였다. 그녀는 마술사였기 때문에 한눈에 왕궁으로 찾아온 테세우스가 아이게우스의 아들임을 알아보았다. 잘못하다간 자신의 아들로 왕위를 잇게 하려는 그녀의 야망이 물거품이 될 상황이었다. 그래서 아이게우스에게 테세우스가 왕위를 빼앗으려고 온 첩자라고 꼬드겼다. 이에 아이게우스는 테세우스에게 다음과 같이 명령했다. "마라톤 평야를 헤집고 날뛰는 미친 황소를 퇴치하지 못하면 너를 죽이겠다."
그 미친 황소는 헤라클레스가 일곱 번째 과업을 수행할 때 붙잡았다가 풀어준 바로 그 황소였다. 늘 헤라클레스와 자신의 힘을 비교하였던 테세우스는 단숨에 달려가 미친 황소를 곤봉으로 때려잡아 죽여 버렸다. 이에 놀란 메데이아는 돌아오는 테세우스를 맞아들이는 자리에서 술잔에 독약을 탔다. 테세우스가 그 술잔을 마시려 하는 순간, 아이게우스 왕의 눈에 테세우스가 차고 있는 검과 신고 있는 신발이 보였다. '앗, 저것은!' 그제야 아이게우스 왕은 테세우스가 자신의 아들임을 알아차린 것이다. "잠깐, 그 술 절대 마시면 안 돼!"
이렇게 하여 테세우스는 가까스로 죽음의 위기에서 벗어났다. 메데이아는 자신의 음모가 드러나자 다시 아시아로 도망가 버렸다. 
 아이게우스 왕은 즉시 테세우스를 자신의 후계자로 삼았다. 그러나 왕궁에서는 테세우스를 갑자기 굴러들어온 돌이라 여겨 시기하는 이들이 많았다. 이에 테세우스는 아테네를 위해 뭔가 혁혁한 공훈을 세워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당시 아테네는 크레타와의 전쟁에서 패해 크레타의 왕 미노스에게 조공으로 매년 일곱 명의 젊은 남녀를 바치고 있었다. 크레타에서는 몸뚱이는 인간이나 머리는 황소의 모습을 한 괴물 미노타우로스의 먹이를 위해 재물이 필요했는데, 이를 아테네에서 조공으로 받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모험심으로 가득 찼던 테세우스는 자청하여 미노타우로스를 퇴치하겠다고 나섰다. 당시 젊은이들을 크레타 섬으로 실어 나르던 아테네의 배는 돌아올 때면 큰 슬픔의 표시로 검은 돛을 달곤했다 . 이에 테세우스는 아버지에게 말했다. "만약 제가 미노타우로스를 물리치면 흰 돛을 달고 돌아오겠습니다." 한편, 미노타우로스는 혼자서는 절대 빠져나올 수 없는 '다이달로스'라는 미궁 속에 갇혀 있었다. 따라서 설사 테세우스가 미노타우로스를 죽인다 하더라도 빠져나오는 길을 알지 못하면 허사가 될 판이었다. 테세우스는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절대 이 과업을 완수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 위기의 순간에 미노스 왕의 딸 아리아드네가 등장한다.

 

테세우스에게 실을 전하는  아리아드네


그녀는 재물로 끌려온 테세우스를 보자마자 사랑에 빠져버린다. 이는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테세우스를 돕기 위해 에로스로 하여금 사랑의 화살을 쏘게 하여 생긴 일이었다. 사랑의 포로가 되어버린 아리아드네는 그날 밤 몰래 테세우스가 갇힌 감옥으로 갔다. "나를 아내로 맞아준다면 괴물을 죽이고 미궁을 빠져나올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어요." 테세우스로서는 귀가 솔깃한 제안이 아닐 수 없었다. 결국 테세우스가 그녀와 결혼을 약속하자 아리아드네는 괴물을 찌를 칼과 실타래를 내놓았다. 즉, 이 실을 풀면서 미궁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방법이었던 것이다. 테세우스는 실타래를 풀면서 미궁 속으로 들어갔다. 드디어 미궁 끝 동굴에 이르자 괴물 미노타우로스가 먹이가 왔다고 좋아하며 크르렁거렸다. 테세우스는 아리아드네가 준 칼로 단숨에 미노타우로스의 목을 쳤다. 최고의 즐거움을 만끽하려던 미노타우로스는 그만 그 자리에서 힘없이 죽고 말았다. 테세우스는 곧바로 처음 자신이 들어올 때 풀어둔 실을 따라 아주 쉽게 미궁으로부터 탈출하였다. 미궁을 탈출한 테세우스는 기다리고 있던 아리아드네와 함께 아테네로 향하는 배를 탔다.

임무를 완수한 테세우스는 아테네로 돌아가면 영웅이 될 판이었다. 그러나 너무 방심한 탓이었을까. 여유가 생긴 테세우스는 아테네로 돌아가는 중간에 있는 낙소스 섬에서 하룻밤을 머물렀다. 그런데 이곳에서 테세우스는 아리아드네가 잠든 사이 그녀를 버리고 몰래 그곳을 떠나버린다. 도대체 자신의 은인이자 아내가 될 여인에게 왜 그랬을까? 이는 아리아드네에게 반한 또 한명의 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바로 술의 신 디오니소스이다. 그날 밤 디오니소스가 테세우스에게 몰래 나타나 그녀를 두고 떠나라고 명령한 것이다. 이렇게하여 테세우스는 떠났고, 디오니소스는 울고 있는 아리아드네를 꼬드겨 자신의 아내로 만들었다. 테세우스의 실수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양심의 가책을 받아서였을까, 그는 자기가 처음 아테네를 떠날 때 아버지에게 약속했던 사실을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자신이 괴물을 물리치고 돌아오면 흰 돛을 달겠다고 했던 그 약속을 잊고 그냥 검은 돛을 단 채 아테네로 귀향했다. 마침 항구에는 아버지 아이게우스 왕이 아들이 돌아오길 애타게 기다리며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멀리 들어오는 배에 검은 돛이 달려 있는게 아닌가! 친척들로부터 심하게 왕권 도전을 받고 있었던 아이게우스 왕은 이제 희망이 없다고 판단하고 그 길로 절벽 아래 바다로 몸을 던져 자살하고 말았다. 한편 이런 비극이 벌어진 줄도 모르고 아테네에 도착한 테세우스는 아버지가 자결하였다는 소식에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슬피 울부짖었다.

그 후 테세우스가 다른 여성(아마존의 여왕 히폴리테)와 결혼해 아들 히폴리토스를 낳았으나, 아마존의 공격때 히폴리테는 죽게 되고, 그후 테세우스는 파이드라와 정략결혼하였지만, 테세우스가 히폴리테 사이에서 낳은 아들 히폴리토스에게 사랑에 빠졌다. 그러나 히폴리토스는 그녀를 거부하였다. 마음을 거부당한 것에 분노한 파이드라는 복수를 위해 테세우스에게 히폴리토스가 자신을 강간했다는 편지를 썼다. 그녀의 말을 믿은 테세우스는 히폴리토스가 포세이돈에게 세 가지 저주 중 하나를 받도록 저주하였다. 그 결과, 히폴리토스가 탄 말들이 과속으로 몰아 그를 죽음으로 몰았다. 다른 이야기에서는, 파이드라가 테세우스에게 히폴리토스가 자신을 강간했다고 말하자, 테세우스가 자신의 아들을 죽였고, 그의 죽음을 의도하지 않았던 파이드라는 죄책감에 자살하였다. 이후 아르테미스가 테세우스에게 진실을 말하였다.

 

과속으로 마차를 몰아 죽게 되는 아들 히폴리토스



테세우스가 미노타우로스를 물리쳤다는 소식은 곧 아테네 전역으로 퍼져나갔고, 테세우스는 모든 백성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아버지의 뒤를 이어 아테네의 왕이 되었다. 왕이 된 후 테세우스는 국토를 넓히기 위해 주변 지역과 많은 전쟁을 치루었는데, 그 중 라피테스족의 왕 페이리토스와는 싸움을 하다 오히려 친해져 절친한 친구가 되었다. 둘은 모두 영웅심리가 매우 강했었는데, 이것이 서로 간에 통했던 모양이다. 한편 두 사람은 모두 아내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에 영웅심리가 발동한 두 사람은 최고의 신 제우스의 딸을 아내로 삼자는 조금 황당한 결의를 하였다. 즉, 테세우스는 헬레네 를 선택했고, 페이리토스는 지하 세계의 여왕 페르세포네를 선택했다. 이렇게 하여 헬레네를 납치하는 데 성공한 테세우스가 페이리토스를 돕기 위해 함께 지하 세계로 내려갔다. 그러나 둘은 곧 하계의 왕 하데스에게 잡혀 페이리토스는 영원히 그곳에 갇히게 되었으며, 테세우스는 마침 마지막 과업을 완수하기 위해 이곳에 왔던 헤라클레스에 의해 구출되어 아테네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러나 아테네에는 이미 새로운 왕이 들어서 있었으며, 그 왕은 테세우스를 스키로스 섬으로 추방시켜 버렸다. 테세우스는 슬픔에 잠겨 이곳의 벼랑 끝에 서 있었는데, 바로 그때 누군가가 나타나 테세우스를 밀어버렸다. 이것으로 아테네 최고의 영웅 테세우스는 그 화려했던 삶에 비해 너무나 쓸쓸한 최후를 맞이하고 말았다. 이 일은 아마 아테네의 새로운 왕이 테세우스를 경계해 벌인 일일 것이라 여겨지고 있다.

 

이 희곡에서는 에필로그에 비극작가이자 시인인 아이스킬로스를 등장시켜 테세우스를 칭송하고 기린다.

 "아테네시민 여러분, 테세우스의 명성과 그의 영광은 대대로 기억되고 칭송받아야 함을 나는 시인으로서 선언합니다.     이제 그의 묘소는 성소가 되었습니다. 누구든 박해 받거나 인간의 권리가 거부된 자의 피난처로 이 성소를 봉헌합니다.   인간 누구에게나 동등한 정의를 추구했던 한 사람의 묘소는 이제 고통받는 인간의 은신처가 되었습니다. 나는 동료 아테네 시민 여러분의 진정한 후손의 이름으로 이를 선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