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존 카메론 미첼 '헤드윅'

clint 2022. 12. 31. 12:32

 

 

헤드윅이라는 작품은 비행기에서 우연히 나란히 앉은 존 카메론 미첼(대본, 헤드윅 역)과 스티븐 트래스크(음악감독)가 이야기 도중에 떠오른 헤드윅이라는 아이디어를 무대에 올리기로 결정하며 탄생했다. 당시만 해도 극장에서 진행되는 뮤지컬 공연의 형식이 아니라 뉴욕의 드래그나이트(Drag night. 드랙퀸들이 올라 립싱크를 하며 공연하는 것)가 열리는 스퀴즈박스라는 조촐한 무대에서 두서없이 공연하는 정도였지만, 이것이 점점 입소문을 타면서 나중에는 리버뷰 호텔의 오프 브로드웨이 극장인 제인 스트리트 극장에서 제대로 된 뮤지컬을 올리게 된다. 사실 그마저도 초기에는 표가 잘 안 팔렸다고 한다. 하지만 펑크 락부터 발라드, 포크까지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노래와 금발만을 고집하는 펑키하고 화려한 괴짜 젠더퀴어 헤드윅의 매력 때문에 결국 뮤지컬 '헤드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었다.

 

 

동베를린 (EAST BERLIN) 이야기는 베를린 장벽이 올랐을 무렵의 동독에서부터 시작된다. 비좁은 아파트에서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는 소년 한셸. 한셀의 유일한 즐거움은 미군 라디오 방송을 통해 데이빗 보위, 루 리드, 이기 팝 등의 록 음악을 듣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한셀에게 암울한 자신의 환경을 탈출할 기회가 찾아온다. 미군 병사 루터가 그에게 여자가 되는 조건으로 결혼을 제의한 것이다. 한셀은 엄마의 이름인 '헤드윅'으로 이름을 바꾸고 성전환 수술을 받지만, 싸구려 수술의 실패로 그의 성기엔 여자의 그것 대신 일 인치 정체불명의 살덩이가 남게 된다.

캔사스 정션 시티 (KANSAS JUNCTION CITY) 미국으로 건너온 헤드윅은 루터에게 버림받고, 캔사스 정션 시티의 트레일러 하우스에서 소일거리로 연명하는 신세가 된다. 그러던 중 헤드윅은 음악을 통해 재출발을 꿈꾸고, 록 밴드 디 앵그리인치를 조직하여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가발을 쓰고, 화장하고 변두리의 바를 전전하던 어느 날, 헤드윅은 16세의 소년 토미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그에게 '록앤롤'을 가르친다. 하지만 일 인치 살덩이의 존재를 알게 된 토미는 헤드윅을 배신하고, 헤드윅이 만든 곡들을 가로채 록스타로 성장한다.

밀레니엄 극장, 뉴욕 (MILLENNIUM THEATRE, NEW YORK) 토미의 전국투어 콘서트를 따라다니며 허름한 공연장을 전전하던 헤드윅은 마침내 토미가 노래하는 뉴욕 타임스퀘어 옆에 위치한 밀레니엄 극장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물론 허구의 인물이긴 하나 전생에 나라라도 팔아먹었는지 성폭행, 불법성전환, 매춘 등등 한 사람의 인생에 다 일어나기에도 벅찬 일들이 몰아치다 보니 결국 성격이 막장에 치닫은 것. 그래서 사연을 다 듣고 나면 헤드윅이 짜증 내고 버럭거리는 모습도 어찌 보면 짠하다.

 

 

하지만 이러니저러니 해도 헤드윅이 절실히 원하는 것은 사랑으로, 이 뮤지컬의 메인 테마라고도 할 수 있는 'The Origin of Love'를 들으면 알 수 있다. 이 노래는 플라톤의 '향연'을 바탕으로 써진 내용으로 퇴폐적인 코드를 가진 여타 수록곡들과 달리 동화와 같은 인상을 담고 있다. 헤드윅은 이 노래의 내용에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그가 여태껏 했던 모든 여정은 남자인지 여자인지는 몰라도 하여튼 어딘가에 있을 자신의 반쪽을 찾기 위한 것이었고 이 과정에서 그는 끊임없이 버림받고 배신당하며 욕먹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악착같이 그것을 찾아 해맨다. 그것은 어쩌면 어릴 때부터 비정상적인 가정, 정치환경에서 자라왔기에 생긴 애정 결핍의 해소 혹은 산전수전을 겪으며 지친 심신을 또다른 반쪽을 찾는 것으로 대리 보상받으려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헤드윅의 숙명이 돼버린 운명의 반쪽찾기는 토미가 부른 Wicked Little Town에 의해 (전부는 아닐지라도) 구원받았고 그로인해 헤드윅을 축으로 함께 지쳐가던 다른 이들 역시 안식을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