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조정일 '용정, 중국'(단막)

clint 2022. 12. 23. 07:27

 

 

중국 연길의 한 식당 앞.

한국에서 온 문학회 회원 중 한 여행객이 풀 이파리 하나를 손에 쥐고 만주 벌판을 바라보고 있다.

조선족 가이드는 일행에서 뒤처지는 이 손님을 찾아 나온다.

음식이 입에 맞지 않느냐며 걱정이다.

한국분들 식성에 맞춰 연길에서도 좋은 곳으로 골라 준비한 거라며...

꿔바로우가 나왔단다.

어떤 손님은 한식을 원하고, 어떤 손님은 맨날 먹는 한식 질린다며 진짜 중국식을 원하고

그 까다로움에 비위를 맞추기가 힘들지만 자기의 여행사는 늘 최고로 준비한다며

밤에는 원숭이 골을 파먹으러 갈 예정이란다.

가이드는 장황하게 원숭이 고르는 얘기를 한다. 웃픈 얘기다.

여행객은 어떻게 윤동주 시인의 묘에 다녀오고 난 후에 원숭이 골을 파먹을 수가 있는가,

아니 어떻게 무엇을 먹을 수가 있는가 분개한다.

여행객은 윤동주 시인의 서시를 외운다.

풀 이파리를 손에 쥐고 서시를 외웠던 그 여행객의 마음은 무엇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