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作品은 한명의 남자 스피커와 또 한 명의 여자스피커를 위한 작품이다. 배역이란 건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의 음성은 서로 조화를 이후고 두 사람은 번갈아 가면서 얘기하기도, 혹은 함께 말하기도 한다. 소리는 컸다 작아졌다 변화를 갖고 그 변화는 갑작스레 일어난다
특별한 무대장치도 없이 두명의 남녀가 자신의 얘기를 펼친다. 평범한 인생이면서도 어느 시점부터 사회의 부적응과 비판 그리고 거기에서 살아가려는 인간의 구차한 자기 변병이 이어진다. 모든 법과 규칙 관습 룰 등을 무시한 자기성찰이며 반성이 마치 자신을 고백하듯 고발한다. 그리고 이런 작품을 썼다는 작가 자신의 독백같은 말로 끝나는데 관객모독에서 보여주는 관객을 향한 독설이 아닌 그간 세상을 살며 불법적으로 위반했던 우리들 모두에 대한 자기성찰로 보인다.

한트케의 언어 극은 말이 제도의 산물임을 강조하고 질서의 외피로서의 ‘말’은 얼마든지 다른 모습을 띨 수도 있다는 사실을 연극적으로 제시한다. 그것은 기존의 관념으로 봐서는 ‘말’의 반란과 같은 것이다. 가령 우리가 사랑이라는 말을 할 경우에 대체로 유사한 사항을 사랑이라 한다는 합의가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그 합의가 얼마나 근거 없는 것이며, 저마다 다른 뉘앙스를 갖느냐 하는 문제는 심각하다. 고정관념으로 규정되어 있는 사상(事象)을 다시 구체적으로 규정시키는 것이 언어라는 매체이다. 따라서 말의 규정, 이른바 문법이라든지 표현이라든지 하는 것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가를 폭로하는 수단으로서의 언어도 사실은 가상이며 허구의 매체라는 뜻에서 말의 음흉한 기능을 상정할 수 있다. 그만큼 ‘말’이라는 인간의 발명품은 기능적으로 야누스의 얼굴을 지녔다.
한트케는 눈에 띄지 않는 ‘말’의 실체를 언어극을 통해 폭로한다. 따라서 그 잡히지 않는 말의 실체는 발성체로서의 육체라는 실물의 움직임, 곧 연기력을 동반하지 않으면 파악하기가 어렵다. 연출은 말을 시각화하는 데 주력함으로써 여태까지 ‘말해버리는’ 언어극의 테두리를 벗어났고, 동시에 말의 시각화에 이바지하는 연기자들의 연기력은 놀랍도록 주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고정관념이라고 하면 극장무대에서 줄거리를 찾는 것도 연극적 고정관념인데, 그런 관념을 깨면서 ‘말’의 문학성이라는 고정관념마저 깨뜨리는 한트케의 언어극의 ‘말’은 문학 언어의 신비한 베일을 벗기기 위하여 그런 구조나 표현을 전혀 다른 각도로 제시함으로써 사물에 대한 명명 또한 얼마나 기능적으로 만들어져 있는가를 드러낸다. 그 점에 있어서 설명으로써는 불가능한 것이 연극의 연기술을 얻으면 분명한 인식으로 되살아나는 게 언어극의 묘미인 것이다. 그래서 연출은 뛰어난 네 사람의 연기자들을 동원하여 우리가 고정관념으로 가지고 있는 평상의 언어표현을 전혀 다른 표현으로 바꾸어 연기에 옷을 입힌다. 그 다른 언어표현으로 구사된 비 일상성 - 예를 들면 토씨의 엉뚱한 활용, 띄어쓰기의 무질서, 행위와 말의 불일치 등 - 이 일상적인 언어는 질서로운 우리 의식에 혼란을 준다. 그 혼란의 충격이 연극의 창조력인 것이다.

Peter Handke : (1942~) 오스트리아 출생
20세기 후반의 가장 독창적인 독일어 작가 가운데 한 사람이다. 은행 서기의 아들로 태어나 1961~65년에 그라츠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했고 전위적 문학잡지 〈마누스크립테 Manuskripte〉에 소품들을 기고했다. 그는 첫번째 중요한 희곡 〈관객모독 Publikumsbeschimpfung〉(1966)을 통해 반(反)전통주의 작가로 관객의 주목을 끌게 되었다. 이 작품에서는 4명의 배우가 1시간 동안 연극의 본성을 분석한 다음 교대로 관객을 모욕하고, 관객으로부터 다양한 반응을 일으키게 하는 '공연'을 시도했다. 전통적인 플롯·대사·인물 등이 결여된 희곡들이 여러 편 더 발표되었지만, 한트케의 또다른 가장 중요한 극작품은 〈카스파어 Kaspar〉(1968)이다. 그의 첫번째 장편희곡인 이 작품은 사회가 자신의 언어와 합리적 가치들을 강조하려고 했기 때문에 파괴당해 반벙어리 바보가 된 카스파어 하우저라는 고아를 그리고 있다. 그밖의 희곡으로는 〈피후견인이 후견인이 되려 하다 Das Mündel will Vormund sein〉(1969)·〈말 타고 보덴제 호수 건너기 Der Ritt über den Bodensee〉(1971)가 있다.
한트케의 소설은 대부분 극단적인 정신상태에 있는 인물을 극단적인 객관성과 냉정함으로 다루고 있다. 제일 잘 알려진 〈페널티 킥을 앞둔 골키퍼의 불안 Die Angst des Tormanns beim Elfmeter〉(1970)은 전직 골키퍼가 무의미한 살인을 저질러놓고 경찰이 그를 잡아 가두기를 기다리고 있는 상상의 스릴러물이다. 〈왼손잡이 여인 Die linkshändige Frau〉(1976)은 남편과 헤어진 다음의 혼란감을 타개해가는 한 젊은 엄마를 아무 감정 없이 묘사하고 있다.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쓴 〈희망을 상실한 불행 Wunschloses Unglück〉(1972) 또한 가장 인상적인 작품 가운데 하나이다. 그밖에 단편소설·에세이·방송극 등의 자전적인 작품들도 썼다. 일상언어, 일상현실, 그리고 그것들에 수반되는 합리적 질서는 인간존재에 강제적·치명적인 영향을 주며 그 밑에는 비합리성, 혼란, 심지어는 광기가 숨어 있다는 것이 그의 글의 지배적인 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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