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강동훈, 홍사빈 '개와 고양이와 유니콘의 시간'

clint 2022. 6. 27. 17:20

 

 

 

아래의 단막 3작품이 들어있다. 각각 연관성이 없기에 따로 공연해도 될 듯.

 

1. 그랜-마 야옹이가 돌아오면 (강동훈 작)

좀비 바이러스가 지구에 퍼져 인류 대부분은 우주로 떠났고 한 통나무집에 여자 혼자 있다. 텅빈 의자에 그랜-마가 있는 듯 대화하는 여자. 고장난 라디오가 예전의 상황을 들려주고... 여기에 좀비 시체로 등장한 남자가 여자를 딸로 부르며 빨리 우주선을 타러 가자고 한다. 여자는 자신의 아빠라며 같이 가자는 시체를 내보낸다. 그리곤 아빠와 비슷한 것 같다고 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랜-마와 고양이를 기다린다

 

2. 라이카 & 라이카스 (홍사빈 작)

라이카 또는 라이칸은 세계 최초의 러시아 우주견인 라이카(LAIKA)에서 나온 말이다. 이 작품도 우주여행을 한 아리카 남매(팀과 메리)의 이야기다. 할머니 라이카가 우주여행에 나왔고 그 당시엔 귀환, 착륙 시술이 없었으나 거기서 태어난 손자, 손녀 라이카가 연구해서 지구인지 어딘지 모를 곳에 착륙한다.

 

3. 유니콘이 된 사내 (강동훈 작)

무대는 u시의 정거장, q시로 출발하는 선로 위이고 선로를 걷던 통행자 사망사건 현장이다.

당시 열차운전사, . 그리고 상황점검차 조사관이 오면서 시작된다. 서로 아는 사이다.

이 조사가 끝나야 다음 역까지의 통행이 재개되므로, 조사관은 통행이 금지된 선로를 걷던 사망자의 과실로 보고 간단히 조사보고할 참이다. 그러나 피가 부정한다. 그가 친 것은 유니콘이라고. 그러면서 사고 보고는 복잡하게 흘러가고 조사관의 말로는 행불된 피의 부친의 검사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그리고 피는 마지막 열차에 몸을 던진다.

 

작가의 글 - 강동훈

조부는 내게 덜 슬프려면 바보가 되라고 하셨다. 시간이 흐르는 대로 기억을 마음껏 내주라고 하셨다. 삶의 어느 순간이 찾아오면 결국 너도 어른이 되고, 상실을 체감할 테니 그리하라고 누구에게나 소중한 이를 떠나 보내고, 열망하던 가치를 잊게 될 날이 찾아 온다는 걸 나도 이제는 어렴풋이 안다. 모두가 그걸 알고 있고, 그 매서운 순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걸 안다. 하지만 또한 나는 그 사실을 여전히 받아 들일 수가 없다. 그런 건 너무 잔혹한 일이다. 영원한 어둠 속에서 나는 살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조부의 말을 따라 본다. 여전히 빛이 있다고 믿는 바보 같은 인간에 대한 글을 쓴다.

조부를 잃고 나는 그렇게 여리게 살아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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