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미하일 불가코프 '이반 바실리예비치'

clint 2022. 6. 10. 21:36

 

 

 

타임머신에 현재와 과거 인물이 뒤섞이는 이야기다. 엔지니어인 찌모페예프는 자기 아파트에서 타임머신을 만들고 있는데 실험은 성공해서 15세기 러시아와 연결통로가 생긴다. 하지만 실수로 아파트 관리인인 이반 바실리예비치 분샤와 어쩌다 그의 아파트에 들어온 좀도둑 미로스라프스키가 과거로 가고, 분샤와 똑같이 생긴 폭군 요안이 찌모페예프의 아파트에 남게 된다. 시간 통로는 닫히고 두 세계에서는 여러 소동이 벌어진다.

스탈린 시대에 대한 풍자극이었다. 스탈린과 폭군 이반의 비교는 자연스럽게 보여지고. 현대로 옮기면 아무래도 이 비교의 의미가 사라져 버린다. 구 소련도 살기 아주 좋은 곳은 아니었고, 불가코프는 이 시대의 경직된 관료주의, 고장난 시스템, 경제 문제 등등을 경쾌하게 풍자하지만, 현재로 포커스를 맞추면 원작이 가지고 있었을 날카로움이 어느 정도 사라졌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반 바실리예비치는 불가코프가 1928'악마에 관한 소설'에 착수하여 1938'거장과 마르가리따'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소설을 명명(命名)하고 1940년 자신의 생애를 마감하기 전까지 대작 거장과 마르가리따를 완성하는, 12년간에 걸친 대역정의 집필 과정에서, 중간에 씌여진 몇몇 작품들 가운데 하나이다. 그러므로 이때 씌여진 작품들은 당연히 '악마에 관한 소설'이 대작 거장과 마르가리따로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으며, 반대로 거장과 마르가리따의 창작과 집필과정을 가장 잘 나타내는 작품들이라고도 볼 수 있다. 특히, 1934년에 완성된 희곡 지극한 행복1935년에 완성된 희곡 이반 바실리예비치는 불가코프 자신이 그동안 구상해오던 '악마'에 관한 소설의 집필 의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할 수 있으며, 또한 12년간에 걸친 기나긴 창작기간의 와중에서 집필된 이들 두 희곡 작품들은 대작 거장과 마르가리따라는 '소설' 속에 '희곡적'인 요소를 가미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던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한편, 희곡 이반 바실리예비치의 중심 모티브인 '타임머신' 모티브와 유사한 등장인물의 분신 모티브가 거장과 마르가리따의 초기 본인 악마에 관한 소설(1928-1929)에 나타나고, 거장과 마르가리따의 세번째 완성원고를 집필하던 시기인 1933년경에 보낸 편지들에 서, 작가 자신이 '악마에 관한 소설' 뿐만 아니라 희곡 지극한 행복도 같이 집필하고 있음을 알림으로서, 두 희곡 지극한 행복, 이반 바실리 예비치거장과 마르가리따는 같은 시기에 구상되고 집필 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희곡 이반 바실리예비치에서 '타임머신'을 통하여 만나는 등장인물들은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다른 세기의 인물들을 '사후(死後)세계'의 존재, , '살아있는 죽은 자들'로 보려고 한다. 이 작품에서 분솨는 황제 친위대원들을 가리켜 미로스라프스키에게, 그들은 이미 오래전에 죽었기 때문에 고함칠 수도 없고, 이것은 오로지 환각이며 환청이고, 기사 찌모페예프의 실험일 뿐이라고 얘기한다. 반면, 16세기의 서기는 미로스라프스키'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깜짝 놀라 공포에 떨면서, 바로 얼마 전에 교수형을 당하여 죽은 '미로스라프스키'를 연상한다. 이같이, 1930년대 불가코프 희곡에 나타나는 '타임머신'의 모티브는 1920년대의 개의 심장비운의 달걀을 통하여 작가가 제기하였던 인위적인 '인간개조'의 위험성과 같은 맥락의 문제 제기로서, 시간과 공간의 상대성 원리에 따른 자연과학적 측면보다 인간 본성'에 관한 사회철학적 문제가 더 강조되고 있다. , '타임 머신'을 통하여 만난 각 세기별 인간들은 본질적으로 같은 인간임을 보여줌으로서, 인류의 인간적 본성은 수 세기의 역사가 흘러도 변화하지 않으며, 따라서 '새로운 인간형'의 창조는 불가능함을 확신시켜 준다. 또한, '타임머신'을 통한 여행은 '영원성-진리'에 접촉하는 여행이며 '사후 세계(내세)'로의 여행으로서, 여행에서 만난 인간들은 서로가 서로를 '내세'의 존재로 여기며 '살아있는 죽은 자'로 보는 것이다.

 

 

1920년대 당시 소비에트 정권에 의해서 추진되고 있던 '새로운 인간형'의 창조와 '인간 개조'에 대하여 매우 부정적인 시각을 지녔던 작가 불가코프는 '20년대의 공상과학소설들을 통하여, 인간의 존엄성을 도외시한 자연과학의 오용과 그로 인한 예기치 못한 결과를 예고하면서, 당시의 혁명적 이데올로기를 간접적으로 비판하였다. 작가의 이러한 비판적 시각은 20년대 말부터 시작된 소설 ('악마'에 관한 소설)과 희곡 지극한 행복, 이반 바실리예비치)의 구상에서 '타임머신' 모티브의 도입으로 나타난다. 소설과 희곡에 공통 적으로 나타나는 유사한 모티브와 작가의 편지를 볼 때, '악마'에 관한 소설과 희곡의 창작은 함께 병행되고 있었으며, 작가는 소설 창작과정 중의 실험적 창작의 하나로서 '타임 머신' 모티브를 희곡에 도입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타임머신' 모티브의 도입은 작가가 이들 희곡을 집필할 당시 소비에트 사회에 널리 유행하였던 경연극 무대공연과 작가가 평소에 갖고 있던 영국의 공상소설 작가 및 작품에 대한 관심, 당시 작가 마야코프스키의 희곡 발표에서 그 외적 영향을 찾아볼 수 있으나, 이미 1920년대 중편소설들의 과학적 실험과 '신발명'에서 찾아볼 수 있는 작가적 창작 의도와 작가의 비판적 시각이 보다 더 강한 내적 영향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불가코프 작품에 나타나는 '타임 머신' 모티브는 1920년대의 공상과학 소설들을 통하여 작가가 제기하였던 인위적인 '인간 개조'의 위험성과 같은 맥락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며, 시간과 공간의 상대성 원리에 따른 자연과학적 측면보다 '인간 본성'에 관한 사회철학적 문제를 더 강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역자의 글

미하일 불가코프는 자신이 사망한 후에도 26년 동안이나 출판되지 못했던 유고 작 거장과 마르가리따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20세기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전 세계적인 작가의 위치에 자리매김하기 시작한 작가이다. 오늘날 그가 남긴 많은 문학 유산에 대하여 국내외 수많은 학자가 활발한 문학 연구활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그의 많은 작품 또한 여러 나라의 언어로 번역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그의 대표작 거장과 마르가리따를 비롯하여, 백위군, 극장, 개의 심장, 비운의 달걀, 악마의 서사시등의 소설들과 몇몇 단편들이 번역 되었다. 여기에 소개하는 이반 바실리예비치1935년에 완성된 불가코프의 희곡으로서, 지금도 모스크바 및 페테르부르크 등의 대도시는 물론, 러시아 중소도시의 어느 극장에서나 연극 상연목록의 한곳을 빠지지 않고 장식하고 있는 인기 작품 가운데 하나이다. 또한, 희곡 이반 바실리예비치는 연극 공연으로서 뿐만 아니라, 십수 년 전에 이미 영화로 제작되어 짐으로써, 그동안 러시아 일반 대중들에게는 널리 알려진 작품이기도 하다. 필자 또한 본 작품을 처음 대한 것이 영화를 통해서였으며, 그때 모스크바의 어느 아파트에서 TV를 통하여, 본작 품을 영화화한 이반 바실리예비치를 매우 흥미진진하게 보았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작품에 깔려진 '타임머쉰'의 모티브라든지, 불가코프 적인 그로테스크 등의 문학적 탐구나 지식 없이 그냥 흥미를 위주로 하여 그저 재미있게 영화를 보았었다. 그 후 '불가코프' 라는 작가에 대하여 공부하면서 한국에 돌아와 이따금 이반 바실리예비치비디오테이프를 틀어 볼 때마다, 언젠가 반드시 본 작품을 번역하고 영화도 한글 자막으로 번안하여, '러시아'에 대하여 잘 모르고 '러시아'에 대하여 잘 못 이해하고 있는 우리나라 일반 대중들에게 아주 재미있는 번역서와 '영화' 한 편을 소개하여야 겠다는 생각을 늘 하였었다. 그리고 불가코프 작품들 가운데 연극이나 영화를 통하여 일반 대중들에게 이미 재미있게 어필되고 있는 작품들의 번역과 더 나아가서 그 영상 매체물의 번안까지에도 보다 깊은 관심을 갖기 시작하였다. 우선 희곡 이반 바실리예비치의 번역에 착수하였다. 우리말 번역에 있어 원문에 충실하면서도 가능한 한 연극을 보듯이 독자들에게 자연스레 흘러가듯 전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였으며, 아무쪼록, 본 역서가 러시아어 혹은 러시아 문학을 공부하는 젊은 학도들은 물론 여러 독자에게 좋은 작품으로 기억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