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겨운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 무대 뒤편에서 갑자기 죽은 시체가 발견된다. 무대 뒤편을 오가면서 형사는 범인을 밝혀내려 하는데, "리아부친스카"라는 이름의 인형을 사용하는 한 복화술사 늙은이가 어쩐지 사건과 연관되어 있는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일단 인형이란 것이 괴기스러운 이야기에 단골 소재인데, 복화술은 말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인 척하고 인형을 흉내 내게 된다는 면에서 한 사람의 정신이 두 개로 분열된다거나 하는 이야기에 견주기에도 아주 딱 좋다. 복화술사의 조종을 받는 복화술사의 철저한 창조물이자 노예인 인형이 오히려 복화술사를 서서히 지배하게 된다는 류의 초현실적인 이야기로 간다. 매끄럽고 은은한 수준으로 이 복화술 소재를 괴기스럽게 활용한 사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은은한 것이 문제인지, 사건의 진상은 별달리 진상이랄 것도 없고, 진상을 숨기기 위해 나오는 속임수들은 조금 지겨울 정도로 무심한 것들뿐이다. 그래서 자칫 별다른 화끈한 반전도 없으면서 괜히 숨겨진 인간관계, 대단한 숨겨진 과거가 있는냥 시간만 끄는 이야기로 잘못 비칠 위험도 있었다. 이 작품은 막판에 "이제 수수께끼는 모두 풀렸다!" 하고 나서 모든 사건을 다 주절주절 혼자 설명해줍니다. 이런 것은 연극으로 보여주기에는 매우 건조하고 답답한 방식으로 극의 절정과 결말을 때우는 셈이 될 위험이 있다. 이 이야기는 단순하게 잘못 엮어내다 보면 그냥 싱거운 주술적인 귀신 이야기 분위기만 알 수 없게 풍기게 되기 쉬울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등장인물의 연기와 인형의 처리, 복화술 등 개인기를 잘 조화한다면, 극적인 묘미가 살아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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