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브레희트 원작 이상우 재구성 '쿠니 나라'

clint 2021. 6. 11. 11:30

 

 

상상의 나라 '조국'은 오랫동안 일본의 통치 하에 있던 중 대구보리통 장군에 의하여 쿠데타가 일어나 다카티 총통은 암살되고 영부인 이본궁춘자 여사는 일본으로 도피한다. 그 와중에 총통의 유일한 후계자인 '쿠니'는 총통궁 하녀인 미선에게 맡겨지고 약혼자인 한강대위와 헤어져 '쿠니'를 데리고 고향을 향해 길을 떠난다. '쿠니'를 없애버리기 위한 추적대와 수배명령에 의해 전국은 미선과 전합동군 보안사령관 팔천이십광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된다. 팔천이십광은 술주정뱅이 땡초인 당초의 도움으로 무사히 일본으로 도피하고 당초는 순회재판관이 된다. 미선은 갖은 고생 끝에 고향에 닿지만 아버지와 새 엄마의 태도에 떠나기를 결심하고 우연히 만난 이누가미 쇼단에 다시 찾아가 가수노릇을 하던 중 한강에서 체포된다. 다시 일본에서 돌아온 팔천이 총통의 자리에 앉게 되고 쿠테타를 일으켰던 사람들은 처형되며 쿠니를 두고 미선과 춘자여사와의 재판이 시작되는데 재판관으로 당초가 임명된다. 재판은 쿠니를 가운데 두고 미선과 춘자여사의 대리인인 한강이 쿠니를 잡아당기는 시합으로 미선은 그럴 수 없다고 항변하나 당초의 신호에 의해 줄다리기는 시작되며 막은 내린다.

 

 

 

 

<쿠니, 나라>는 코카서스의 백묵원을 원작으로 하여 이상우 연출가가 재창작한 작품으로 1992년 실험극장에서 초연하였다. 이야기는 작품 속 가상의 공화국이 정권의 변화로 인한 혼란을 겪는 것으로 시작된다. 총통궁에서 근무하던 하녀 '미선'은 혼란 중 영부인이 버리고 간 아기 '쿠니'를 키우게 되고, '쿠니'를 지키기 위해 갖은 고난을 겪는다. 세월이 흘러 다시 정권이 바뀌며 공화국으로 돌아오게 된 영부인은 전 총통의 재산을 받기 위해 '쿠니'를 찾는다. 그에 따라 아이의 양육권자를 정하는 재판이 진행되고. 민중이 선출한 엉터리 재판관인 '당초'가 그 재판의 재판관을 맡게 된다. '당초'는 아이를 잡아당기게 하는, 성경 속 인물 솔로몬이 사용했던 것과 같은 방식을 사용하며 진정한 아이의 어머니가 누구인지를 가리고자 한다.

 

연극 '쿠니 나라'는 유명한 구약성서 열왕기의 '솔로몬왕의 재판' 또는 13세기 중국의 작가 리 싱다오(李行道)의 작품을 모티브로 쓴 이 연극은 민족이란 무엇인가. 나라란 무엇인가, 통일의 진정한 기반이 되는 우리 민족의 동질성은 어디서 나오는가라는 질문들을 우화적으로 담고 있다. '쿠니 나라'는 비일상적인 시점에서 세상을 낯설게 보는 방식을 통하여 세상살이의 본질을 드러내 보이고자 하는 희극이다. 베어톨트 브레히트의 작품 '코카서스의 분필 동그라미'의 플로트를 원작으로 이상우가 재구성 작품으로 브레히트의 작품 중 유일한 해피엔딩이라는 코카서스 분필 동그라미'의 플로트를 원료로 하여 1990년대의 상상의 나라 조국으로 끌어와 일종의 대체 역사기법으로 전면 개작한 작품이다. '쿠니'는 일본말로, '나라'는 우리말의 나라이다. 굳이 제목을 풀어서 생긴다면 쿠니나 나라나' 이다.

 재창작한 이상우는 서사극적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서사극적 기법을 십분 이용하여 배우와 등장인물, 무대와 객석, 극적 행동과 음악을 이간시킨다. 그 결과 무대는 감정이입에 기초한 비극적 장엄미가 압도하며 이상우의 무대는 심미적 거리에 바탕을 둔 희극적 패러디가 반짝인다.

 

 

개작의 글 - 이상우

이 작품은 참으로 이상한 나라의 이야기입니다. '쿠니'는 일본말로 , '나라'는 우리말입니다. 이 연극의 제목을 친절하게 풀면 쿠니냐? 나라냐?' 정도가 될 것입니다. 지난해 연출가협회 워크숍 때 '코카서스의 번역자이신 이재진 교수께서 '코카서스를 소개하신 내용을 간추려 봅니다. '코카서스..' 는 브레히트 작품에서 유일한 해피엔딩입니다. '코카서스...’ 의 소재는 구약성서 열왕기의 유명한 '솔로몬의 이야기입니다. 브레히트가 직접 인용한 줄거리는 중국 명나라 때의 화란기입니다. “화란기의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기생 해당이 부자 마씨의 첩으로 들어와 아들을 낳았으나 아이가 없는 본처가 정부와 함께 남편 마씨를 독살하고 죄를 해당에게 씌웁니다. 그리고 유산을 차지하기 위해 자신이 아이의 친어미라고 주장합니다. 본처에게 매수당한 판관과 증인 때문에 해당은 죄를 시인하고 남편 살인과 유아유괴혐의로 유죄판결 받습니다. 그러나 최종판결 직전에 현명한 판관은 두 여자 사이에 금을 긋게 하고 아이를 가운데 세운 다음 두 번을 잡아당기게 합니다. 해당은 두 번 다 아이가 아플까 봐 잡아당기지 못합니다. 판관은 해당을 진짜 어미로 판결하고 본처와 정부에게 벌을 줍니다. 이 중국 이야기가 유럽 각국에 소게되어 1925, 브레히트는 '그놈이 그놈'에서 처음으로 화란기의 재판장면과 비슷한 장면을 등장시킵니다. 1940년에 완성된 브레히트의 '아우구스부르크의 하얀 동그라미''코카서스'로 가는 징검다리 작품입니다. 1944, 브레히트는 망명지 미국에서 '코카서스'를 완성합니다. 1954년 본인연출의 초연은 베를린 공연입니다. 그것이 브리히트의 마지막 연출이기도 합니다. 브레히트는 1956년에 사망했습니다.

'쿠니나라''코카서스...‘의 플로트를 따르고 있습니다. 다만 무대가 '코카서스'가 아니라 참으로 희한하고 참으로 이상한 나라 '조국`으로 바꾸고 시간이 현대로 날아왔으며, 인물들의 성격이 현대적, 또는 분열적으로 바뀌었고, 연극속의 상황이 우리가 어디서 당해본 듯한 상황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브레히트 시대에 중요한 것이 지금 중요한 것으로

대치되어 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코카서스에서는 '진짜 어미"를 가려내는 재판을 합니다. 낳은 어미나 기른 어미가 판결의 기준이 아니라 아이에서 필요한 어미가 누구냐가 판결의 기준이 됩니다. 그러나 쿠니나라에서는 훌륭한 사회교육적인 판결 그 자체를 관객에게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판결하는 '과정또는 '정신'을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사실 이 세상은 '과정'의 중요함을 잊고 사는 것 같습니다.

"쿠니나라는 복거일씨의 소설에서 보였던 대체역사 기법을 사용했습니다. 69년간 일본의 식민지였다. '조국'1979815일 독립합니다. 독립 '조국'의 종신총통이 취임하는 날,

이 연극이 시작합니다. '쿠니나라'는 두 가지 전제에서 출발했습니다. (중략...)

쿠니나라''번안이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 '개작'이라는 말이 더 적절할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