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과수원에서 땅을 파는 남자...
48일째 그 일을 하고 있다.
여자가 온다. 그 여자는 꿈 이야기를 한다.
사이사이에 사과를 먹는다.
그리고 남자 몰래 약을 한 움큼 먹는다.
그리고 또 꿈 이야기를 한다.
남자가 왜 땅을 파는지,
여자의 얘기들이 대화 같으면서도 각각 자기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것 같다.
여자가 새소리가 안 들리느냐고 물어도 남자는 무슨 새소리가 들리냐고 반문한다.
잠시 후 남자의 동생이 온다.
형에게 오늘은 안 나오기 약속했는데 왜 또 나왔고 한다.
여자가 꿈 얘기를 하자 그거 TV에서 나온 얘기라며 일축한다.
동생이 보는 형과 누나는 이상하다.
형 때문에 누나도 같이 미쳐간다고 말한다.
여자가 새소리 못 들었냐고 묻자 동생은 약을 제때 안 먹으니까 헛소리를 듣는다고 한다.
다신 이곳에 오지 말라고 한다.
그때 형이 땅속에서 뭔가를 발견한다. 그리고 끝난다.
시극 「마흔아홉 번째 밤」은 절제된 언어로 극을 진행하며 독자로 하여금 여러 가지 상상력을 자아내게 하는 작품이다. 모든 걸 다 말하지 않고, 다 보여주지 않아도 전해지는 것이 있다. 극이 진행될수록 시가 가지는 절제의 미가 증폭되어 하나의 이야기로서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다소 실험적인 양안다 시인의 「마흔아홉 번째 밤」은 시극의 현주소와 미래를 두루 통찰할 수 있는 작품이다.

양안다 : 1992년 충남 천안 출생.
2014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으며 시집 『백야의 소문으로 영원히』 등을 냈다.
'한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위환 '살인랩소디' (1) | 2021.05.26 |
---|---|
정경진 '사탄의 박스' (1) | 2021.05.25 |
송은정, 나창진 '새는 앉는 곳마다 깃이 떨어진다' (1) | 2021.05.25 |
김시라 '막달라 마리아' (1) | 2021.05.25 |
양영찬 '디지털! 돼지틀?' (1) | 2021.05.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