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사무엘 베케트 원작 위성신 각색 '고도를 기다리다 보면?'

clint 2021. 5. 2. 07:11

 

 

 

유랑극단의 배우였던 고고와 디디, 삐삐와 주주는 사막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그들이 기다리고 있는 존재는 고도라는 인물. 그들은 언제 올지도 모르는 고도를 자신들의 방식으로 기다리며 길가에 앉아 있다. 이들이 길거리에서 이렇듯 고도를 기다리고 있을 때 낯선 비명과 함께 럭키와 포조가 등장한다. 갑작스런 럭키와 포조의 등장에 당황하던 네 사람은 그들의 정체에 대해 관심을 보인다. 거들먹거리는 포조와의 대화와 럭키의 짧은 발작이 끝나고 럭키와 포조는 다시 그들의 길을 떠난다. 다시 남은 네 사람은 순간적인 깊은 외로움을 느낀다. 갑작스런 감정에 당황하던 네 사람은 만일 자신들이 기다리는 장소가 고도와의 약속 장소가 아니거나. 혹은 고도가 자신들을 잊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갖게 된다. 그들은 고도를 찾아 나서거나 다른 장소에서 기다려 볼 수도 있지 않을까 고민한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은 새로운 장소를 찾아가 보기로 한다.

그들이 닿은 곳은 땅 끝 바닷가이다. 이들은 모래장난을 하며 나른한 피크닉의 한때를 보내고 있다. 이곳이야말로 어쩌면 그들이 찾던 그곳, 고도와 만날 수 있는 곳인지도 모른다. 새로운 희망은 그들을 더욱 즐겁게 만들지만 즐거움도 잠깐. 그들은 까닭 모를 불안에 시달리게 된다. 낯선 곳이 주는 낯선 느낌. 그들은 자신들이 선택한 장소가 고도를 만나기로 한 장소인지 확신하지 못한다. 무겁게 다가드는 하루를 또 견디기 위해 그들은 또다시 새로운 장소로 고도를 찾아 떠난다. 두 번째 도착한 장소는 전쟁 중의 폐허이다알 철모 차림의 그들은 여기에서 무얼 하고 있는 것일까? 그들은 고도를 기다리는 절망에 덧붙여진 삶의 또 다른 절망을 바라보게 된다. 완전한 절망을 견디기 위해 그들은 헛소리나 욕지거리를 하는 등 갖가지 우스개 장난을 친다. 절망과 분노를 삭이기 위해 기도도 해보지만. 여전히 고도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장면이 바뀌면 여전히 여행 중인 네 사람. 지치고 피곤한 그들 앞에 눈이 멀고 형편없이 변해버린 포조와 럭키가 나타난다반가운 재회. 그러나 그들은 그 반가움을 제대로 느끼지도 못한 채 서로 다른 길을 향해 떠난다. 여전히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가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그들은 여전히 고도를 기다리고 있다. 네 사람 모두 고도가 곧 나타날 거라 믿고 싶지만 처음처럼 확신이 서는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의 포기와 절망이 그들의 긴 그림자만큼 늘어져 있지만, 그래도 그들은 다시 그곳에서 고도를 기다린다. 고도를 기다리지 않는다면 그들에게 삶은 의미가 없는 것이다.

 

 

 

 

21세기의 '고도'는 어떤 모습일까. 사무엘 베케트의 명작 '고도를 기다리며'를 패러디한 극단 오늘의 '고도를 기다리다 보면?' (위성신 각색)은 오지 않는 고도를 하염없이 기다리기보다 발 벗고 찾아나서는 주인공들의 여정을 보여준다. 원작의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를 디디와 고고, 삐삐와 주주라는 두 가지 성격의 인물로 나눠 4명이 극을 이끌게 하거나 뮤지컬적인 요소를 배치하는 등 우리가 알고 있는 '고도'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고도를 찾아 나선 주인공들은 햇빛 찬란한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잠시 시름을 잃고 행복을 만끽하기도 하고, 총알이 날아다니는 전쟁터에서 가까스로 목숨을 건지기도 한다. 고도를 찾지 못한 이들은 지친 몸으로 처음 장소로 되돌아오지만 고도가 나타날 것이란 믿음은 예전 같지 않음을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