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랑 돌아오다]는 남 부러울 것 없이 자란 재상의 외동딸 '왕보촨'이 가진 것 없는 청년 '설평규'를 선택하면서 시작한다. 중국에서 남녀노소가 다 알고 있는 고전이야기라는데, 철없는 사랑 이야기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야깃거리가 되나보다. 아버지와 인연을 끊을 만큼 설평규를 사랑했던 왕보천은 동굴이나 진배없는 가마에서 신접살림을 시작하는데, 혼인한 지 18일 만에 설평규가 전쟁터로 떠난다. 큰 공을 세우고 돌아와 이 고생에서 벗어나게 해주겠다면서. 왕보천은 사선을 넘나들 설평규를 두고 혼자 잘 먹고 잘 살 수 없다며 친정으로 돌아가지 않고 18년을 기다린다. 그 세월동안 세상 사람들의 비웃음과 배고픔을 견뎠지만 깊은 한으로 실성까지 하게 된다. 천진난만하던 어린 날의 사랑을 온전히 지켜내기란 녹록치 않은 현실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설평규가 서량국의 왕이 되어 금의환향한다. 덕분에 그간의 고생을 보상받나 싶었는데, 아...... 설평규는 젊고 아름다운 서량국 공주와 함께였다. 그 충격에 왕보천은 왕비가 된 지 18일 만에 저 세상으로 떠나고 만다.
소극장 황매희 《설랑귀》는 역대 ‘한요’고사 및 경극 《홍종열마》를 저본으로 하여, 소극장 희곡, ‘가난한 희곡’을 표방한 작품이다. ‘가난한 연극’이란 폴란드의 연출가 그로토프스키가 1960년대에 제창한 연극개념으로, 부유한 종합예술 연극에 반하여 장치· 조명· 음악은 물론 희곡마저 버리고 배우의 몸과 소리에 중점을 두는 연극 방법론이다. 극작가 취자오졔는 왕보천 고사의 배경인 서안 출신으로, 어려서부터 왕보천 관련 고사를 듣고, ‘한요 유적지’를 보며 성장했다. 《설랑귀》는 그녀가 2007년 상해희극학원 연수생 시절 쓴 졸업작이자 처녀작으로, 원제목은 《전수구》이다. 기존의 왕보천 고사의 대단원 결말이 왕보천의 인물 성격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인식에서 출발하여 18년 동안 기다리던 설평귀가 돌아온 후 왕보천의 실망과 한탄의 심정을 노래하였다.
취자오졔
젊은 극작가로, 저장성 윈중예〔允中也〕 문화매스미디어회사의 창작 총감독이다. 주요 작품으로 진강(秦腔) 《대명궁(大明宮)》,월극 《수구기(繡球記)》,황매희 《대청의 명재상(大清名相)》,계극(桂劇) 《귀비 멀리 떠나다(貴妃遠行)》,민극(閩劇) 《임칙서와 왕정(林則徐與王鼎)》, 아동극 《태양신조(太陽神鳥)》,소극장 황매희 《설랑 돌아오다 (薛郎歸)》 등이 있다. 《대청의 명재상》으로 차오위극본상을, 《설랑 돌아오다》로 ‘2019년 베이징 신문예단체 우수연극 공연전’에서 ‘최우수 극작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외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쳔신이, 류윈청 공동작 '휘주여인' (1) | 2021.04.14 |
---|---|
왕런제 '진중자' (1) | 2021.04.14 |
헨릭 입센 '리틀 에욜프' (1) | 2021.04.10 |
안톤 체호프 '기념식' (1) | 2021.04.04 |
안톤 체호프 '청혼' (1) | 2021.04.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