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미있고 환상적이고 동화 줄거리인 이 작품은 이탈리아의 잔통 희극인 코메디아 델 아르테의 전통에 기반을 둔 대본으로 Carlo Gozzi의 연극대본을 완성했다. 서막(prologue)이 시작되는데, 구경꾼들이 모여 앉아 비극이 좋아, 희극이 좋아, 낭만극이 좋아 하면서 지네끼리 논쟁을 하다가 난장판 연극이 시작된다. 일종의 극중극 형태를 빌린 것이다.

상상의 나라. 클로버의 왕의 왕위 계승자인 왕자는 우울증에 빠졌다. 이 절호의 기회에 국왕의 조카딸인 공주 클라리체는 재상 레안도르와 합심하여 역적모의 중이다. 어릿광대 트루팔디노는 기지와 열정으로 왕자를 수호한다. 여기에 선(마법사 첼리오)과 악(마녀 파타 모르가나)의 권력자도 연결된다. 파타 모르가나의 저주로 왕자는 3개의 오렌지를 찾는 여행을 떠나게 되고, 그 중 하나의 오렌지에서 나온 니네타 공주와 순식간 사랑에 빠져 결혼을 서두른다. 악의 사주를 받은 스메랄디나가 마법의 침으로 니네타를 찌른다. 니네타는 쥐의 모습으로 바뀐다. 대신 스메랄디나가 공주 행세로 결혼하려는 찰나 마법사 첼리오는 주문으로 니네타를 원래 모습으로 되돌린다. 모든 상황을 판단한 왕이 스메랄디나와 레안도르와 클라리체를 교수형에 처하도록 명령하자, 파타 모르가나는 이들을 이끌고 땅 밑으로 도주하다가 감옥에 갇힌다. 왕자와 공주를 축복하며 막이 내린다. 다소 황당무계한 이야기 같지만 동심을 잃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가뭄 끝에 만난 단비와 같은 작품이다.

이 작품은 아주 재밌다. 맑고 밝고 익살스러움을 감추지 못한다. 우왕좌왕, 야단범석..... 색채가 화려하다. 게다가 내용도 요정동화(fairy tale)에 이태리 코메디 극 코메디 델 아르테 라서 익살스럽고 우스꽝스럽고 유머와 풍자가 곳곳에 깨알같이 뿌려져있다.

카를로 고치 Carlo Gozzi
16세기부터 18세기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연극형태인 코메디아 델라르테를 발전시켰다. 당대 골도리와 키아리를 공격한 반대파의 핵심 멤버 중에 베네치아가 낳은 또다른 천재가 카를로 고치Carlo Gozzi(1720-1806)다. 골도니에 대해 고치가 못마땅해 한 점은 즉흥성의 파괴가 아니었다. 자신도 글쟁이였던 만큼 대사는 완결하고 싶었다. 대신 가면극의 전통만큼은 지키고자 했고, 지나치게 정형화되어 식상한 이야기가 아니라 동화나 민담, 전설에서 취재한 상징적인 이야기를 다루었다. 그 결과물로 우리에게 친숙한 두 작품이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1761)과 <투란도트>(1762)다. 전자는 16세기 이탈리아 작가 지암바티스타 바실레의 동화를 기초로 한 것이고, 후자는 아라비아의 민담을 번역한 ‘천일일화’에 수록된 것을 이용했다. 전통적인 패턴과는 다른 이야기를 담다보니 고치 연극의 등장인물 중에는 코메디아 델라르테의 주요 캐릭터가 아닌 경우가 많다. 골도니가 파리로 떠난 시점이 <투란도트> 초연 얼마 뒤인 걸 보면 고치의 시도는 상당한 호응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코메디아 델라르테의 수호자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즉흥연기가 아니라 정해진 대사를 부여한 작가였던 탓에 전통수호파의 공격을 받게 된다. 결국 고치는 독일의 프리드리히 실러를 위시한 외국에서의 찬사에도 불구하고 베네치아에서의 존경을 잃고 만다. 할 수 없이 만년에는 스페인에서 활동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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