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살아보려 노력했지만 결국 실패한 가장인 남편은 오늘 ‘최선을 다해’ 죽으려 한다.
실종 보험사기를 꾸미고 숨어 지내던 그는 아무대서나 죽을 수도 없어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돌아와 자살을 하려 하는 것이다. 그러나 죽는 것도 사는 것만큼 쉽지가 않다. 자살 시도가 실패하여 사고가 되는 중에 집으로 돌아온 아내가 그래도 살아보자, 버텨 보자고 남편을 설득한다. 아내는 딸의 결혼이 임박했다 알리며 남편의 마음을 흔든다. 식탁을 사이에 두고 함께 나눴던 일상이 펼쳐진다. 아내와 딸, 남편과 아들의 대화가 오가고, 상기되며 그래도 살아내야 할 이유를 만들어내는 부부. 비로소 남편은 아내의 설득에 자식과 가족을 생각하며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힘을 내 살아보자 결심을 한다. 그렇게 새로운 희망을 다짐하는 찰나, 생각지도 않은 상황이 펼쳐지고, 수습을 위해 남편은 다시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데... 4인용 식탁 위 가족의 일상과 내일에 대한 희망은 패밀리 드라마의 해피엔딩을 맞이할 수 있을까? 아니면 뉴스데스크에 브리핑 되어지는 사건사고가 될까?
대한민국의 자살률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최상위 권에서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무직・가사・학생들의 자살률이 전체 자살률의 45.6%(‘2017&‘2018년 사망원인통계’ 참조)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 안전망 구축 및 실현이 좀 더 촘촘하고 세심해져야 할 필요가 더욱 커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살유가족에 대한 심리적・신체적・사회적 고통의 배려도 필요한 부분이다.
‘생활고를 겪은’, ‘빚더미에 시달린’ 일가족 ‘동반’ 자살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또한 서양에서는 ‘아동 살해 후 자살’ 등으로 표현하는 것과 달리 자녀는 독립적 존재가 아닌 부모의 분신 내지는 연장선에 보고 있다는 것 또한 문제시되고 있다. 제3자에게는 뉴스의 한 면을 차지하고 있는 사건 기사일 뿐이다. 그들의 고통어린 속내에 대한 관심은 지대하지 않다.
작가의 글 : 김묘진
드라마는 현실을 반영한다는데, 정작 우리의 현재는 9시 뉴스 속에 살고 있습니다. 영화 같은 일들이 펼쳐지는 다이내믹한 세상이죠. 장르가 느와르, 스릴러로 치우치는 게 서글프지만. 블랙코미디를 표방하였으나, 어쩌면 이 극은 SF판타지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이 시점에 평범한 가정집을 설정하다니. 게다가 4인용 식탁이라니. 온 가족이 오순도순 모여 앉아 저녁식사를 할 어마어마한 꿈을 품다니. 그러나 그래서. 연극은 가능한 거겠죠? 빈 무대 가득 파도를 일으킬 수도, 없던 마을 하나가 지어지기도 하며, 한 사람 또는 여러 사람의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어제를 오늘처럼 오늘을 내일인 양 시공간이 자유로우니까요. 연극은 그래서 ‘희망’을 품을 수 있으니까요. 보여줄 수 있죠. 아마도 저는, ‘그래도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만. 오늘도 누군가는 닫힌 문을 열고 기어이 살아나가거나, 결국은 죽고 말 거나 합니다. 공감하고 싶습니다. 나는 그런 당신에게 ‘나도’라는 대답을 건넬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진짜 이야기가 보들보들 순두부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상처를 주고받는 자극적인 세상에서 후시딘까진 못 미치더라도 반창고 같은 순간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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