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날 밤. 한 대의 택시가 인도에 들어와 사람을 친다.
택시 기사는 즉사. 그는 바로 병원의 시체실로 옮겨진다.
시체실에는 택시기사 오가리는 술과 마약에 찌들어 자신이 죽였을지도 모르는
수많은 망상들과 거리의 지저분한 간판들에 둘러싸여 있다.
동남아시아 출신인 아버지와 바람난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오가리는 술이 취해
밤마다 바람난 엄마를 찾아다니는 아버지와의 기억이 전부이다.
죽는 순간까지 “엄마를 용서해라”라고 말했던 아버지의 유언과 달리,
아버지의 시체안치소에서 오가리는
“용서하지 마라, 죽여라”라는 검은 존재를 만나게 된다.
그 검은 존재는 지속적으로 오가리의 머릿속을 해지고 다니며,
오가리를 망상의 늪으로 빠뜨리는데...
망상과 현실, 망자의 세계와 산자의 세계가 거칠게 엉켜져,
오가리에게 명령하는 검은 존재에 대한 실마리가 풀려간다.
검은 처용! 용서와 관용의 신적 처용이 아니라,
복수와 살인을 추구하는 보다 인간적인 검은 처용이 무대 안을 가득 채운다.

작가의 글 - 최치언
역신을 물리친 처용가는 불륜에 대한 대범한 용서인가 아니면 현실에 대한 체념인가?
나는 처용설화에 담겨진 한국인의 무의식에 있어서 원형질을 발견하고 이를 ‘처용콤플렉스’라고 명명하였다.
작가인 저는 처용이라는 이 신비함에 쌓인 인물이 한국 남자들이 원형적으로 가질 수밖에는
트라우마나 콤플렉스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합니다.
처용이 자신의 것을 빼앗기고도 용서할 수 있는 것이 과연 체념에서 오느냐
아니면 대인배적인 덕에서 오느냐는 많은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술에 취해 밤거리를 비틀거리며 걷는 한국 남자들의 모습에서 체념과 용서 사이에서 갈등하는 고투하고 있는
좀더 인간적인 처용의 얼굴을 만나게 됩니다.

주인공인 오가리는 동남아 출신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 술에 취해 밤마다 바람난 엄마를 찾아다니던 아버지는 죽는 순간까지 "엄마를 용서해라"고 했지만 아버지의 시체안치소에서 오가리는 "용서하지 마라, 죽여라!"라고 외치는 좀 더 인간적인 '검은' 존재를 만난다. 작가는 상반되는 처용의 두 가지 모습을 아버지(처용)와 아들(오가리)로 나눠 작품 속에 투영시키고 있다. 오가리뿐 아니라 작품 속의 많은 등장인물은 사회적 약자이며, 소외감 속에 이 세상에 대해 분노를 토해가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술과 마약과 섹스에 찌들어 절망적으로 살아간다. 이런 모습과 함께 작품 속에서 강하게 드러나는 것은 자비와 구원의 이미지. 작가는 구원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한 줄기 희망도 보이지 않는 인간 군상들의 막다른 삶을 대비시켜 보여주는 듯하다. 의미를 정확히 알 수 없는 알쏭달쏭한 제목 속의 '양'도 부분적으로는 구원의 이미지와 연결되는 것이다. 이성열 연출의 설명은 작품 이해에 도움이 된다.
"제목 속의 양은 김양, 이양처럼 유흥가의 여성을 지칭할 수도 있고, 희생양이 될 수도 있겠죠. 오가리가 마켓에서 양을 찾는다는 것은 좌절감 속에서 성적 타락이나 범죄행위를 하는 것일 수도 있고, 다르게는 자신의 죄를 벗게 해 줄 희생양을 찾으러 다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전체적으로는 구원에 대한 희구가 강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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