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때는 장마철. 컴퓨터 책상 앞에 앉아 키보드 두드리다가 문득 창 쪽을 돌아보는데, 창틀에 검지만 한 바퀴가 비를 맞으며 사색에 잠겨 있었다. 나는 침착하게 일어나 장우산을 들었다. 우산 끝으로 바퀴 궁둥이를 톡톡 치면서 나가달라고 사정했는데 멍청한 짓이었다. 아연실색한 바퀴는 방안으로 추락했고 순식간에 책장과 벽 틈새로 도주했다. 살충제를 손에 들고 한참 들여다봤다. 먼지 묻은 동전과 늘어난 머리끈, 로션 뚜껑 따위가 보였다. 녀석은 더듬이를 천천히 까딱거리며 나를 봤다. 그때 불현듯 이 집안 모든 틈새의 광경이 떠올랐다. 책장과 벽 사이, 책과 책 사이, 페이지와 페이지 사이. 숨어야 마땅한 것들이 그림자처럼 머무르는 공간에서 무슨 일이 생길지 궁금했다. 사방팔방 약부터 뿌렸는데 녀석은 약에 내성이 없었는지 픽 죽어버렸다. 이게 사실 생각 없이 쓴 극이라 무대 올려보니 문제가 많았다. 피드백 바탕으로 웹진에 게재된 원고를 조금 다듬었다. 대사에 욕설을 줄이고 (줄인 것이다.) 결말 부분을 수정했다. 나아졌는지는 모르겠다. 남은 빈틈은 무대에 올려주실 분들께 전적으로 맡긴다.
작가소개
작가를 지망하는 대학생이다.
술과 사람, 털 달린 동물, 바르고 고운 말을 사랑한다.
본명은 박朴, 뜻 지志, 이끌 연延이다. 필명은 박 연이다.
뜻 지를 뺏는데, 한평생 뜻을 찾아 살겠다는 의지다.
뻥이고 외자 이름이 뭔가 멋있어 보였다.
아무것도 아닌 얘기가 아무것이 되는 그날까지 쭉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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