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민간 전설에 등장하는 인물인데, 스페인의 극작가 티르소 데 몰리나가 쓴 비극 〈세비야의 호색가 El burlador de Sevilla〉(1630)에서 문학적 주인공으로 처음 선을 보였다. 티르소의 비극작품을 통해 돈키호테, 햄릿, 파우스트만큼이나 잘 알려진 인물이 되었으며, 희곡·소설·시 등에서 악당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그에 관한 전설은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 Don Giovanni〉(1787)를 통해 꾸준한 인기를 누리게 되었다. 이 전설이란 돈 후안이 한창 방탕한 생활을 하던 중 귀족가문의 한 소녀를 유혹하다가 딸을 위해 복수하려는 그녀의 아버지를 죽인다는 이야기이다. 나중에 소녀의 아버지 묘에 있는 기념 석상을 보고 경솔하게도 그 석상을 저녁식사에 초대하는데, 돌로 된 유령은 돈 후안의 죽음을 알리는 전령으로서 식사 시간에 정확히 도착한다. 본래의 스페인 비극에서 돈 후안의 매력 있는 자질, 즉 활력, 도도한 자세, 유머 감각 등은 대단원의 극적 가치를 고조시킨다. 이 비극은 빠른 진행, 적들이 서서히 그를 파멸로 몰고 갈 때의 고조되는 긴장효과, 미지의 유령에게까지 대항하려 하는 그의 대담함으로 그 힘을 더해간다. 결국 돈 후안은 회개를 거부하고 영원히 저주받는 지옥으로 떨어진다.
17세기에 돈 후안 이야기는 이탈리아의 순회공연 배우들에게 알려지게 되었고, 이들 중 몇몇은 이것을 무언극(팬터마임)의 주제로 삼아 프랑스에서 공연했다. 19세기에 들어서는 돈 후안의 전설이 각국의 언어로 번안되었다. 모차르트의 오페라 외에 인기를 끈 비(非) 스페인 어 판으로는, 이전의 프랑스어 번안을 바탕으로 한 몰리에르의 〈석상의 잔치 Le Festin de pierre〉(1665), 프로스페르 메리메의 단편소설 〈연옥의 영혼 Les Ames du Purgatoire〉, 대(大)뒤마가 쓴 희곡 〈마라나의 동 쥐앙 Don Juan de Marana〉(1836) 등이 있다. T. 셰드웰의 〈난봉꾼 The Libertine〉(1676)을 비롯한 초기 영어판은 평범한 듯하나, 후에 바이런의 긴 풍자시 〈돈 주안 Don Juan〉(1819~24)과 조지 버나드 쇼의 희곡 〈인간과 초인 Man and Superman〉(1903)에서는 새로운 위력을 지닌 인물로 재등장한다. 후에 나온 스페인어판은 돈 후안의 호감 가는 면만 보여주고 있으며 몇몇 외국어판에서 볼 수 있는 계산된 냉소주의는 나타나지 않는다. 지금도 스페인에서는 전통적으로 할로윈(Halloween) 전야에는 호세 소리야 이 모랄의 매우 인기 있는 작품 〈돈 후안 테노리오 Don Juan Tenorio〉(1844)가 공연되는데, 이 작품은 프랑스어판을 상당히 원용한 것이다. 소리야는 신앙심이 두터운 여주인공을 등장시켜 진지한 사랑을 다루고 돈 후안을 회개시켜 구원받게 함으로써 전설을 감상적으로 만든 것으로 평가된다.
돈 주앙을 문학작품의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최초의 인물은 스페인의 신부이자 극작가인 티르소 데 몰리나(Tirso de Molina, 1584~1648)로 알려져 있다. 티르소는 성직자, 신학자이면서 연극에도 타고난 감각과 재능을 지녀 수많은 희곡 작품을 썼던 인물이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가 1630년에 쓴<세비야의 농락자>이다. 바로 전설적 인물 ‘돈 후안(돈 주앙의 스페인어 식 표기)’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이다. 이 작품은 돈 주앙이라는 전설의 인물을 새롭게 재창조함으로써 유럽 전역에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몰리나의 작품에 깊은 감명을 받은 프랑스의 극작가 몰리에르(1622~1673) 또한 돈 후안의 설화를 바탕으로 새로운 희곡<동 주앙(돈 주앙의 프랑스어 식 표기)>(1665)을 썼다. 몰리에르의 작품 또한 기본적으로 동일한 인물을 바탕으로 하였으므로 이야기 구조는 몰리나의 그것과 비슷하다. 그러나 결론의 중심 메시지에는 차이가 있다. 천주교 사제이면서 극작가였던 몰리나는 종교적인 측면에서 돈 주앙에게 벌을 내렸다. 방탕한 돈 주앙의 죄를 문제 삼으며 그를 지옥에 몰아넣었던 것이다. 그런데 몰리에르는 여기에 사회비판적 성격을 덧붙인다. 극의 마지막 장면에서 지옥으로 떨어지는 돈 주앙이 “회개하라”고 말하는 주변의 영혼들을 향해 “가짜 신앙심으로 뭉친 위선자들, 당신들도 똑같은 벌을 받게 될 거야!”라고 외치게 한 것이다.
당시 프랑스의 지배층과 종교계의 타락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었던 몰리에르의 생각이 반영된 것이다. 말하자면 몰리에르는 돈 주앙이란 타락한 인간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위선적인 사회도 동시에 고발하고자 하였다.
본명이 장 바리스트 포클랭인 몰리에르(1622~1673)는 꼬르네이유, 라신과 더불어 프랑스 고전극의 대표자이다. 파리에서 부유한 상인의 장남으로 태어나, 클레르몽 대학을 나온 뒤, 유물론자 가상디 밑에서 철학을 배우고 오를레앙대학에서 변호사 자격을 획득했지만 가업의 계승을 단념하고 〈일리스트르 극단〉을 결성, 그 뒤 연극에 일생을 바쳤다. 극단은 곧 파산되었으나 각지를 전전하며 배우수업을 쌓은 뒤 극작에 손을 대기 시작. 이 무렵에<덜렁쇠〉(1655),<연애의 한〉(1656년),<연애하는 박사〉(1658년) 등을 상연한 그가 이끈 극단은 파리에서 연극계의 인기 모았고,<스가나렐르〉(1660년)를 상연한 뒤 빨레르와이알 극장으로 옮겨 그가 죽을 때까지 이곳이 그의 연극의 본거지가 되었다. 이후 (귀찮은 녀석〉(1661년),<남편학교〉,<여인학교〉가 계속 상연되어 몰리에르의 명성은 〈뛰어난 극작가〉란 자격으로 국왕으로부터 연금까지 받게 되었는데, 다른 작가들의 질투를 사기도 했다. 계속해서 (타르튀프>(1664년), 그의 최고걸작이라고 주목받은 〈인간혐오〉, (앙피트리용〉,<조르즈 당댕〉,<푸르소낙 씨〉,<속물귀족〉, (시까팽의 악취미〉,<수전노〉, 〈제물에 앓는 사람〉(이 작품 상연 중 무대에서 쓰러짐) 등을 상연 드라마가 인간심리 속에 존재함을 자연스럽게 보여줬다.
<돈 주앙〉(1665년)은 스페인 전설에서취한 멋진 희극으로서 방탕아 대 귀족을 묘사한 대담한 터치로 루이 14세의 극찬을 받아, 15번이나 공연되기도 했다. 이 작품의 특색은 희극의 수준을 비극에까지 승화시킨 데다, 보통 여자를 홀리는 돈환으로서가 아니라. 독신가, 배은망덕 자, 빚쟁이, 불효자, 가짜신앙자의 색채로써, 인간의 보편적인 악과 결점을 풍자 조롱했다. 몰리에르 인간의 온갖 허위의 가면을 벗기고 사회적 위선, 속물근성, 탐욕 등의 본체를 가차 없이 드러냈다. 이러한 점이 고상하고 격조 높은 고전주의 비극보다 한층 더 강한 호소력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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