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팔로마 페드레로 '라우렌의 부름'

clint 2018. 10. 3. 14:36

 

 

 

<라우렌의 부름>(1984)은 작가의 처녀작인 동시에 전남편이자 작가인 페르민 카발에게 바치는 작품이다. 극의 배경은 카니발이 벌어지는 바깥 풍경과 대조를 이루는 마드리드의 작은 아파트로 그곳에서 페드로는 미국 영화배우 로렌 버콜처럼 분장한다. 부인이 들어오자 페드로는 그녀에게 험프리 보가트처럼 분장하도록 권하고 이 극중극을 통해 그들은 오랫동안 말하지 못했던 진실을 이야기하게 된다. 어린 시절부터 남성성을 요구하는 아버지 밑에서 억압받고 자란 페드로는 자기 안의 여성성을 억누르고 남성으로 살아가기 위해 얼마나 고통 받았는지 처음으로 부인인 로사에게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이 극을 읽은 한 독자가 물었다. “그럼 페드로가 동성애자인가요?" 동성애자일 수도 양성애자일 수도 있지만 그 사실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다만 한 남자가 처음으로 결혼기념일인 카니발에 아름다운 스타로 변장을 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처음으로 자신의 속내를 내비칠 수 있었다는 것이 주목할 만한 지점이자 이 극의 형식과 주제가 맞물려 있는 지점이다. 재미로 시작된 이 메타 극은 페드로의 강박적인 태도로 인해 로사의 분노를 사게 되고 중도에 끝나버린다. 페드로는 로사가 잠든 틈을 타 다시 여장을 하고 잠에서 깬 로사는 남편이 여장을 하고 카니발에 나가도록 화장을 고쳐준다. 이 작품은 회사원인 펑범한 한 남자가 자신의 성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이자 그 남자의 자유를 위해 이별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여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작가와 독자의 대화   

T : 라우렌의 부름은 뭐지요?

Y : 어떤 조짐이지요. 시간의 흐름이고요. 설명을 하자면 제가 이 직품을 쓰기 시작했을 때 거울을 볼 시간이 없었어요. 극을 다 쓰자마자 거울을 봤는데 얼굴이 변해 있었어요. 더 이상 소녀가 아니었지요.

T : 왜지요?

Y : 가끔씩 시간은 가볍게 흐르죠, 무겁지도 않고 형태도 없이 말이에요. 또 어떤 때는 시간이 응축되기도 해요, 그리고 한순간 영원히 눈빛이 변한답니다.

T : 좋은 쪽으로 변하는 건가요?

Y : ....

T : 라우렌은 누구지요?

Y : 로렌 버콜이에요. 아름다운 여자고 스타이자 일종의 욕망이지요.

T : 그녀가 당신을 불렀나요?

Y : 물론이죠. 어릴 때 한번은 제 여동생이 말했어요. 나는 커서 나무가 될래. 그러면 누구보다 더 오래 살 수 있잖아. 제 생각엔 죽음에 대해 막 깨우쳤을 때인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생각에 잠긴 뒤 동생에게 말했어요. 난 별이 되겠어.

T : 그렇다면 남자가 되는 건 어떤가요?

Y : 잠시라면 좋아요. 용감한 남자가 되고 싶지요.

T : 어떻게 작품을 쓰셨나요?

Y : 충동적으로 썼어요. 공유하고 싶은 생각이었어요.

T : 뭘 하려고요?

Y : 그걸 당신에게 가르쳐 주기 위해서요.

T : 제게요?

Y : , 당신에게요.

T : 만약 제 맘에 안 들면요?

Y : 슬퍼지겠지요. 그리고 다음번을 기약하겠지요.

T : 당신에게 찾아오는 뮤즈가 있나요?

Y : 가끔은 그게 뮤즈고 또 다른 때는 두려움이지요. , 영감이란 건 존재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 영감이 와서 어디에 자리를 잡아야할지 모른다면 곧 가버리지요.

T : 이야기가 안 좋게 끝나나요?

Y : 모르겠어요. 삶이 안 좋게 끝나나요? 각자 철학에 달린 것이지요.

T : 그렇다면 당신의 철학은 어떤 것인가요?

Y : 전 찾고 있답니다. 여전히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자주 길을 잃지요.

T : 뭐 하러 글을 쓰시나요?

Y : 전 뭔가 느끼는 것을 좋아해요. 행위를 변형하고 입을 바꾸는 것이지요.

T : 입이란 말이 에로틱하게 들리네요. 작품이 에로틱한가요?

Y : 날에 따라 다르고 우리가 나누는 대화에 따라 다르지요.

T : 어떻게요?

Y : 당신이 누군가를 사랑하면 그를 에로틱하게 느끼지요.

T : 항상 그런가요?

Y : 그에게 상처 주지 않는다면 요.

T : 평론가들이 당신에게 상처를 주었나요?

Y : 어떤 상처를 말씀하시는 거지요?

T : 혹평을 말하는 거예요.

Y : 전 그들의 말을 들었어요. 누구의 비판인가가 중요하지요. 그들의 수고로움에는 항상 감사하게 생각해요.

T : 호평은 어떻지요?

Y : 더 감사하지요.

T : 지금은 뭘 원하시지요?

Y : 당신 얼굴을 보면서 예쁘게 윙크를 하며 작품을 읽어보시라고 설득하고 싶군요. 짧은 작품이에요.

T : 제게 이야기해 주시겠어요?

Y : 좋아요, , 페이지를 넘기세요.

 

 

 

  

본 작품은 1985115일 마드리드의 센트로 쿨투랄 데 라 비야(Centro Cultural de la Villa)에서 공연되었다.

 배역은 다음과 같다.

페드로 : 헤수스 루이만

로사 : 팔로마 페드레로

연출 : 알베르토 바이너

 

 

 

팔로마 페드레로(Paloma Pedrero)는 1957년 7월 3일 마드리드에서 태어났다. 콤플루텐세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한 그녀는 술레마 카츠, 도미니크 데 파시오, 존 스트라스버그, 마르틴 아드헤미안과 알베르토 바이너 등 국제적인 석학들에게서 연기와 연극 연출을 수학했고 헤수스 알라드렌에게서 발성법을, 헤수스 캄포스와 페르민 카발에게서 연극 구성을 배웠다. 청소년 시기부터 연극에 관심이 많아 학교에서 연기 생활을 했으며 ‘잡동사니(cachivache)’라는 독립극단을 창단해 1978년부터 1981년까지 극작 활동과 배우로서 연기 생활을 했다. ‘잡동사니’ 극단에서는 주로 젊은 세대가 관심을 가질 만한 길거리 공연과 아동극을 통해 다양한 실험을 시도했다. 1983년 기예르모 에라스가 연출한 <연극의 중심부에서(En el coraz?n del teatro)>에 배우로 출연했으며 1987∼1988년에는 ‘자연선택(Selecci?n natural)’이라는 극단에서 공연한 <행위(Acciones)>에 배우로 출연했다. 1985년에는 알베르토 바이너가 연출하고 작가가 직접 쓴 <라우렌의 부름(La llamada de Lauren)>에 로사 역으로 출연하기도 한다.
텔레비전과 영화에도 출연하며 배우로서의 길을 가던 팔로마 페드레로는 1985년에 쓴 <개인 수령증(Resguardo personal)> 연출을 맡으며 연출가로서도 활동을 시작한다. 스페인의 주요 신문인 ≪엘 문도(El Mundo)≫와 ≪ABC≫에서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던 작가는 현재 ≪라 하손(La Raz?n)≫의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면서 연극예술학교인 ‘파시피코 에스쿠엘라 데 기온(Pac?fico Escuela de Gui?n)’의 교수로 연기와 연출을 가르치고 있다. 또한 ‘하늘에서 떨어진 사람들(Ca?dos del cielo)’이란 NGO 극단을 만들어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 연극을 올리고 있다. 팔로마 페드레로는 배우이자 연출가, 작가, 교수, 칼럼니스트로서 전방위 예술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그녀의 작품들은 프랑스어, 영어, 독일어는 물론 포르투갈어, 폴란드어, 카탈루냐어, 이탈리아, 슬로바키아어로 번역되어 유럽과 중남미 아프리카에서도 공연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