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베스 헨리 '마음의 범죄'

clint 2018. 5. 12. 12:37

 

 

 

 

 

매그래스가의 세 자매, 레니, 맥, 베이브를 둘러싼 멜로 드라마적 블랙 코미디다.

흑인 하녀의 미성년 아들과 간통하고 남편을 총으로 쏜 막내 베이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 자매가 할아버지 집에 모이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할아버지와 아버지, 남편의 조종 속에 살던 세 자매는 수동적인 인간형으로 묘사되나, 극이 진행되면서 서로간의 대화와 이해를 통해 자연스럽게 유대감을 형성하게 되고 비로소 주체적인 자아를 인식하게 된다.

개인 스스로가 만족감을 느끼고 행복할 때 타인과의 관계 또한 행복해질 수 있다. 자의든 타의든 누군가의 조종 속에서 억압받고 있는 현대인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한편, 이 작품은 ‘베스 헨리’의 1976년 작품으로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려지기도 전인 1981년 퓰리처상을 수상함으로써 그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매그라스 자매는 어린 시절, 어머니가 고양이와 함께 목을 매달아 자살하고 난 후, 조부모 밑에서 자라게 된다.

그로부터 몇 년 후, 집에 혼자 남아있던 레니는 서른 번째 생일을 맞고, 뿔뿔이 흩어졌던 자매들은 베이브가 남편을 총으로 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다시 한 집에 모이게 된다. 그러나 멕과 레니는 사사건건 부딪치며 서로에게 본의 아닌 상처를 주게 되고, 시누이가 고용한 사설탐정에게 흑인 소년과의 정사 장면을 찍힌 베이브는 궁지에 몰리게 된다. 할아버지의 병세가 악화되자, 사촌인 칙은 바쁘게 비보를 돌릴 명단을 만들고 레니는 죄책감과 절망감에 빠진다.

 

 

 

 

 

 

한편, 멕은 자신 때문에 불구가 된 닥과 오랜만에 재회하게 되지만, 끝까지 가정을 지키는 그의 모습에 행복해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해방감을 느끼게 된다. 레니 역시, 멕을 험담하는 칙에게 빗자루 세례를 퍼붓고, 자신의 선천적인 난소 기형을 극복하며 사랑을 되찾는다.  베이브는, 변호사인 바네트가 자신 때문에 복수를 포기하고,  흑인 소년이 북쪽으로 떠나고, 남편에 의해 정신 병원에 감금될 위기까지 처해지자 마지막 수단으로 자살을 시도한다. 죽음 앞에서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해답을 스스로 절실히 깨달으며, 레니와 멕이 함께라는 것에 새로운 희망을 가지게 된 베이브. 멕과 베이브는 하루 늦은 레니의 생일 파티를 준비하고, 자매들로부터 커다란 케잌을 받은 레니는 예상치도 않은 깜짝 파티에 크게 감동하며 행복하게 촛불을 분다.

 

 

 

 

이 작품에서는 드러나는 외부적인 범죄들(남편을 쏘고, 유부남과 놀아나는 등)와 그것들을 둘러싼 내부적인 근원의 관계, 단지 여성의 범죄라는 센세이셔널한 문제를 극화한 차원에서 벗어나서 파괴적인 충동을 자신과 남에게 폭발할 수밖에 없었던 배후, 즉 가부장제의 횡포를 고발한다. 베이브가 '그냥 정확한 기록을 남기기 위해 자신의 기사를 스크랩하는 것'처럼, 이번 작품은 왜곡하거나, 숨기거나 무시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하겠다. 여성간의 대화를 속에서, 스스로 문제점을 발견하고 가부장제에 대한 인식에 도달하며, 결국 자주적인 인간으로 승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 또한 다른 매력은 슬프고 비극적인 상황을 아이러니한 웃음으로 풀어 낸다. 언 듯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자매들이 친근하고 사랑스럽게 느껴짐은 곳곳에 숨어 있는 페이소스의 힘이리라. 유쾌하고 잔잔한 감동이 가슴속 깊숙이 파고들면, 결코 멀지 않은 곳에 그네들의 슬픔과 희망이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