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안톤 체홉 '청혼'

clint 2018. 5. 8. 17:53

 

 

 

 

 

 

곰 이후 바로 쓰여진 청혼은 순조롭게 검열이 허가되어 1889년에 출간되었고 쉘로프의 개인 극장과 말리 극장 그리고 지방의 여러 극장에서 공연하여 대중적인 성공을 얻는다. 체호프 장막극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취한 레프 똘스또이도 단막극에는 큰 호감을 보이는데, 특히 청혼을 호평하였다. 똘스또이는 이 작품의 개연성있는 사건, 면밀한 구성과 희극성을 높이 평가하였다. 이 작품은 청혼을 하려고 만난 이웃에 사는 두 남녀와 아버지가 청혼과는 상관없는 사소한 일들로 다투는 모습을 희극적으로 그리고 있다

 

 

 

 

사실 곰 보다 더 어려운 작품이다. 곰과 마찬가지, 아니 그 이상으로 소통의 부재가 느껴진다. 등장인물 추부꼬프와 그의 딸인 나딸리야 스쩨바노브나, 로모프 셋 모두 대화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고 자꾸 엉뚱한 방향으로 대화를 몰고간다. 특히 그 정점에 선 것은 처음 청혼을 하러 간 로모프일 것이다. 병든 몸이기 때문에 더 상대적으로 심약한 성격이라 상대에게 자신의 의사를 전하기가 쉽지않다. 소극적이란 것이다. 로모프는 결국 나딸리야 스쩨빠노브나에게 청혼할 의사를 전달하는 도중 삼천포로 빠진다. 직접적으로 나는 당신이 마음에 듭니다. 나와 결혼해주세요.가 아닌 긴 사족을 붙인다. 결혼의사를 전하는 상황에서 그 어떤 말보다 중요한 말을 할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그런 그의 태도 때문에 스쩨빠노브나 역시 그가 무슨 말을 하려던 건지도 잊은채 엉뚱한 부분에서 발끈하여 따진다. 스쩨빠노브나 역시 대화를 이끌어가는데서 무엇이 중요한지를 파악하지 못한다. 상대방의 말을 듣기보다는 자기가 왜 옳은지에만 관심이 있다. 거기에 덧 붙여서 추부꼬프 역시 불을 끼얹는다. 그는 심약한 성격은 아니지만 그라도 중간에 제어를 해서 로모프의 청혼의 의사를 밝혀 줄수도 있었지만 그도 그 본질 보다 그 외의 사소한 부분에 발끈하여 전혀 엉뚱한 부분으로 대화를 몰고간다. 이런 셋의 모습은 엉뚱하다못해 우스꽝스럽게 보인다. 등장인물 하나같이 대화를 하면서 자기의 의사를 상대에게 전달하려는 목적보다는 흥분하며 소리를 지른다. 그것은 어떻게든 상대방에선 일방적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전혀 대화를 이어가려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이다. 스쩨빠노브나 역시 로모프의 청혼의 의사를 알고 다시 원점에서 얘기하려고 하지만 그녀 역시 직접적으로
청혼으로 초점을 집중시키려는 것이 아닌 엉뚱하게 사냥얘기를 꺼낸다. 또다시 대화의 흐름은 점점더 삼천포로 빠지면서 이들이 진짜 청혼하고 청혼을 받으려던 사람인지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결론 또한 세명모두 상대방의 의견을 듣기보다 자기 좋을대로 말한다. 청혼에서 소통의 부족은 여기서 기인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