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한 명의 백인 여자와 한 명의 흑인 남자가 익명으로 등장하는 짧은 소품이다.
백인 여자는 흑인 남자에게 무언가를 가르친다. 백인 여자는 자신의 가르침이 진정 공평무사한 것임을
줄기차게 강조한다. 불쌍한 흑인들을 위해 자신이 무언가 의미있는 일을 하고 있음을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내지는 타자인 흑인에게 환기시키면서 말이다. 흑인은 이 백인 여자의 가르침이 사실은 과거 지배자로 살았던
한 인종의 무의식적 우월감에 기반하고 있음을 절묘하게 묘파해 낸다.
극의 말미에 등장하는 익숙한 질서의 전복, 다시 말해 지배자/피지배자, 가르치는 자/ 배우는 자,
백인/흑인 등의 관계가 절묘하게 역전되는 방식이 이 작품의 압권이다
한 백인 여자가 흑인 남자의 집에 찾아와 자신이 흑인을 위해 하는 일에 무조건적으로 도와주길 요청한다. 일방적인 약속에 남자는 끌려가게 된다. 약속장소로 가는 차 속에서의 그 둘의 대화는 과거 제국주의 시대에 흑인과 백인들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상대적 문화를 무시한 채 우월주의적 입장에서 흑인을 가르치려들던 백인들의 모습이 여배우에게도 이입되어 있었다. 여자는 흑인을 위해 굉장한 일을 하고 있고, 많은 것을 참고 산다는 것처럼 말을 하지만, 순간순간 그녀에게 던져지는 남자의 질문은 그러한 백인의 모습을 일순간 우스꽝스럽게 만들어버렸다. 과거 피부우월주의-문화우월주의라는 말이 더 합당할지는 모르겠다.-를 가진 백인들의 풍자는 내용뿐 아니라 배우들의 독특한 움직임과 연극이 반복될 때 같이 무수히 반복되는 연기자들의 모습에서도 나타난다. 극의 주요내용이 백인여성의 '가르치려듦'에 초점이 가있으니 그런 범상치 않은 연출은 극을 우스꽝스럽게 느끼게 하고, 자연히 백인의 행동도 같이 우습다고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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