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문화일보 신춘문예(희곡 부문) 당선작

버스는 끊어지고 장거리 택시만 운행하는 아주 늦은 시간에 간이 포장마차안에는 주인과 물만 마시고 있는 남자, 그리고 기사1이 우동을 먹고 있다. 밖에서 합승하는 소리가 들리자 합승 때문에 면허정지를 당한 기사1은 화를 참으며 주인에게 술을 요구한다. 그러나 포장마차 주인은 더러워서 술은 판매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술도 없고 거기다가 옆에 있는 남자의 신문도 안보나 소리에 화가난 기사1은 다른 포장마차로 간다. 짧은 치마에 요란한 화장을 한 가수가 들어온다. 가수 지망생인 그녀는 주인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자 실망한다. 주인과 가수는 이야기를 하던 중에 서로의 공통점을 발견한다. 즉 주인은 결혼하기 위해서 일억원이 필요하고 그녀 역시 음반을 취입하기 위해서 일억원이 필요한 것이다. 그들은 돈 걱정 때문에 밤에 잠을 자지 못하는 불면증 환자들이다.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남자가 간혹 힘빠지는 소리들을 하자 가수는 그의 신원을 묻는다. 그는 단지 불감증, 불면증 환자라고만 대답한다.

여성해방을 위해서 일한다는 본부장 여자가 들어온다. 그녀는 택시 기사가 합승하는 것을 경멸하는 눈빛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그녀는 가수의 옷차림을 보고는 불쾌하다는 듯이 저만치 떨어져 앉는다. 본부장의 행동을 눈치챈 가수는 본부장을 쫓아 다니며 그녀를 괴롭힌다. 가수는 본부장의 위선적이고 보수적인 태도 그리고 여성해방이라는 이름아래 이익을 챙기고 있는 모습들을 폭로한다. 그리고 이러한 일을 하는 여자들은 아름다운 여자들에 대한 질투심 때문이라고 단정한다. 주인과 남자는 가수의 말에 동의를 하고 주인은 그녀에게 특별히 술을 내준다. 본부장도 사무실을 내기 위해서 일억원이 필요하다는 소리를 듣고 주인과 가수는 서로 동질감을 느낀다. 그러나 본부장과 가수는 말다툼을 하게 되고 이때 들어오던 기사2는 돈가방을 떨어뜨린다. 그는 급히 가방을 챙겨 들고는 구석자리로 간다. 밖에서는 오억원을 잃어버렸다는 신사가 기사1의 도움을 받으며 포장마차로 들어온다. 신사는 부정부패를 일삼으며 돈을 벌었지만 실명제 때문에 돈을 찾지 못하고 오억원만을 챙겨 시골로 내려가던 중이었다. 하지만 그는 돈을 잃어버리고는 고통스러워하며 나간다. 기사2는 단지 돈가방을 움켜쥔 채 구석지에 있다. 마지막으로 남자는 이 세상에 사는 모든 사람들은 불감증 환자이고 이제는 불감증은 병이 아니라고 말한다.

시외버스 터미널 안에 있는 포장마차를 찾는 소시민들의 입을 통해 세태를 풍자한 원작에다 그 또한 불감증환자인 의사라는 인물을 새로 추가시켜 이번에는 불감증 치료 과정과 포장마차 주변 인물의 이야기를 교차시켜 풀어 나간다. "전직대통령이 수천억원의 비자금을 챙겼다는 소식입니다. 수수합니다", "끝내줘건설주식회사가 지은 삼풍백화점이 폭삭 무너졌습니다. 국가의 망신입니다", "무조건 용서합시다. 세계화를 위해서"
이 작품은 세태를 비꼬는 대사와 우스꽝스러운 장면 등을 통해 각종 사건사고와 대형 비리에 대해 아예 무감각한 우리의 불감증을 풍자한다. 장거리 택시 운전기사, 밤무대 여가수, 포장마차 주인, 여성문제해결운동본부장, 그리고 의사 등의 등장인물이 뱉어내는 독설과 보여주는 코믹한 몸짓이 쓴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것이다.

'한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장일홍 '카나리아의 죽음' (1) | 2017.12.06 |
|---|---|
| 전진호 '달나라와 딸꾹질' (1) | 2017.12.06 |
| 민복기 '강거루 군' (1) | 2017.12.06 |
| 박범신 '겨울 강 하늬 바람' (1) | 2017.12.06 |
| 김수미 '새-깃털의 유혹' (1) | 2017.12.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