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라발의 원작 ‘구름위의 염소’는 계집아이와 남, 녀의 이야기로 구성된다.
계집아이는 아비투스로, 남과여는 각각 현실과 이상의 인물로 분리시킨다.
작품 속 서브텍스트를 상상하고 재구성하여 이상과 다른 현실을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움직임과 대사를 통해 시청각화 한다.
극 속에서 아비투스의 행위는 장난삼아 잠자리의 날개를 떼어내어 불에 태워 죽이거나,
개미들을 손가락으로 톡, 톡 눌러 죽이는 아이들의 모습과 유사하다.
아이들은 장난삼아 혹은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놀이이지만 잠자리와 개미의 입장에서는 세상이 끝나는 일이다. 아비투스 속에서 사는 인간의 모습을 무대 위에 제시한다. 그리고 질문한다. “인간은 사회의 관습과 관행 속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가?”
아비투스 : 계급이나 계급분파의 '관행'을 생산하고 재생산하며 지속적으로 생성력이 있는 원칙.
이상과 다른 현실을 살아가는 인간에게 세상은 너무 가혹하다. 인물로 형상화 된 아비투스는 놀이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인간을 유린한다. 고통스러운 남자와 여자는 아비투스의 눈을 피해 이상을 기억하고 꿈꾼다. 고통 받는 인간에게 현재 우리의 말은 너무 가볍다. 인간은 그들만이 소통할 수 있는 언어와 움직임으로 서로를 위로하고 희망을 외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결국 인간은 이상에 다가가지 못하고 아비투스에 의해 결박당한다.
<구름 위의 염소>는 연극과 무용을 하나로 묶어 표현한 공연이다. 남녀 4인의 등장인물과 이들을 지배하는 2인의 남녀가 출연해 마치 기계체조를 하듯 무용을 하듯, 흰색 내복차림에 커다란 흰색 베개를 한 개씩 들고 연기를 한다. 한 쌍씩 사랑표현을 하다가 흑색착의의 지배자 2인이 등장해 이들을 지배하고, 여성출연자에게 베개 속에서 적색 슈미즈와 흑색 슈미즈를 꺼내 입히며, 현실과 이상을 가르치듯 행동거지일체를 간여한다. 군무와 독무가 펼쳐지고, 지배자 남녀의 역할이 강조되고 사랑하는 남녀 두 쌍을 강제로 갈라놓지만, 사랑하는 남녀 두 쌍의 감정은 변하지 않는다. 흑색착의 지배자의 강압과 의지가 무용과 함께 상승되지만, 두 쌍은 이상적 사랑을 바라지만 현실에서의 사랑의 감정을 변화시키지 않는다. 대단원에서 지배자 2인은 베개 속에서 새의 깃털을 한웅큼씩 꺼내 공중에 던져 날려 보내는 장면에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페르난도 아라발(Fernando Arrabal 1932~)은 스페인 태생 프랑스의 부조리극 작가, 소설가, 영화제작자. 제지회사 사원으로 일하다가 마드리드대학교에서 법학을 공부했다. 1950년대 초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으며, 1955년 연극을 공부하기 위해 파리로 갔다가 그곳에 머물렀다. 1958년 첫 희곡집이 나왔고, 1959년에 전쟁의 공포와 한 가족의 즐거운 소풍을 대비시킨 반전적 내용의 풍자물 <전쟁터 속의 소풍(Pique-nique en campagne)>이 상연되면서 프랑스 아방가르드 작가들로부터 주목받게 되었다. 초기 희곡 중 가장 중요한 작품은 예수의 이야기를 익살맞게 개작한 <자동차 묘지(Le Cimìetière des voitures)>(1958)일 것이다. 그의 연극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종종 어린애 같으면서도 천진함이라고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사람들로, 대개 매춘부나 살인자 또는 고문자들이다. 1960년대 중반 이후 그의 연극은 점점 더 형식적이고 의식적(儀式的)으로 되어갔고 자신이 ‘공포극(Théâtre Panique)’이라고 부르는 형태로 발전해갔다. 수많은 희곡을 쓴 이 시기에 나온 작품으로는 2명의 등장인물이 서로 역할을 바꾸어보는 내용인 <건축가와 아시리아의 황제(L'Architecte et l'empereur d'Assyrie)>(1967)와 이전의 희곡보다 더 공공연히 정치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그리고 그들은 꽃에 수갑을 채웠다(Et ils passèrent des menottes aux fleurs)>(1969)가 있다. 이 작품은 1967년 스페인 여행 중에 투옥당했던 일을 상기하며 쓴 것으로, 억압으로부터의 자유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첫 소설인 <바빌론의 바알 신(Baal Babylone)>(1959)은 파시즘 치하의 스페인에서 보낸 악몽 같은 어린시절의 기억을 다루고 있다. 1970년 그는 이 소설을 <죽음이여 만세!(Viva la Muerte!)>라는 제목의 영화대본으로 개작해 튀니지에서 영화로 찍었다. 대단한 다작가(多作家)인 그는 12권에 달하는 희곡집을 출판한 외에도 소설, 영화대본, 시, 정치적 논픽션물 등을 썼으며, 체스에 관한 책도 2권 있다.
페르난도 아라발 작품은 인간의 가장 원시적인 감정이나 공포와 경악을 작중인물의 성격으로 설정하고, 외설적이고, 신성모독이며, 가학적-피 가학적인 성 도착증과 함께 환상적 체험을 제공해, 비이성적이고 원시적인 공포를 무대 위에 일종의 경악극(panic theatre)으로 표현한다. 경악극에서 페르난도 아라발이 나타내려고 하는 것은 이 세상의 보편타당한 사유와 일상적 관념에서 벗어나, 비이성적이고 비도덕적이고 비 인륜적인 사고를, 가장 자유로운 생각이라 합리화시켜 작품에 반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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