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이근삼 '멧돼지와 꽃사슴'

clint 2016. 6. 16. 14:51

 

 

 

제목부터 심상치않다. 출연배우가 연극계를 대표하는 원로 백성희와 중견 윤주상인데 '멧돼지와 꽃사슴'이라니?
희곡작가 고 이근삼의 2주기를 기념해 열리고 있는 제1회 명작코미디페스티벌 참가작으로 바로 고인의 유작이다.
작가는 두 배우를 염두에 두고 이 작품을 써내려 갔다. 멧돼지는 윤주상, 꽃사슴은 백성희의 이미지다. 극단 신화 김승민 대표는 2003년 초 고인으로부터 "네가 해줘야겠다"는 말과 함께 원고 한 뭉치를 건네받았는데 그게 바로 이 작품이다.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 가슴이 훈훈해지는 웃음을 추구해온 작가의 예술혼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두 배우 또한 유지를 받들어 연습 때부터 혼신의 정열을 불살라왔다. 한적한 시골 산장. 험난한 인생을 살아온 60대 초반의 강숙희와 체육교사로 일하다 불의의 사고로 학교를 그만둔 50대 초반의 복순이 이곳에서 만난다. 멧돼지처럼 저돌적이고 직선적인 복순과 꽃사슴처럼 우아하고 이지적인 스타일인 강숙희. 둘은 사사건건 충돌하고 마찰을 빚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해와 사랑이 싹트며 인간적인 교감이 이루어진다. 사람 간의 참된 커뮤니케이션은 가능한가? 작가의 맛깔나는 대사가 두 배우의 곰삭은 연기속에서 따사로운 웃음을 만들어낸다

 

 

 

 

 

 

줄거리
변두리 고등학교 체육교사로 재직 중인 40대 중반의 중년남자, 복순(福順)이 시골의 외딴 산장, 오월장에 방을 구하면서 극은 시작된다. 이 여관에는 20대의 젊은 남녀 소식(小植), 은덕(恩德)이 종업원으로 일하고 있고, 50대로 보이는 한 여인-소록(小廘)이 장기 투숙하고 있다. 솔직하고 저돌적이며 서민적이고 향토적인 복순의 등장은 이국적인 세련미와 낭만적 서정성으로 자신을 포장하고 철부지 소녀같은 소록여사에겐 못 마땅하고 불쾌하기만 하다. 복순의 음식의 취향, 말투, 옷차림새, 동작 등 모든 것이 불만인 소록여사. 복순이 자신의 바로 옆방에 기거하게 되자 이에 불편을 이야기하고, 젊은 종업원은 복순을 설득하러가는데... 이 사실을 전해들은 복순은 소록에게 거칠게 항의하고... 이들의 첫 번째 대결은 시작된다. 마치 멧돼지와 꽃사슴이 한 장소에 기거하게 되면서 벌이는 싸움처럼.. 이들은 전혀 다른 상대방의 세계에 대해 이해할 수 없어 하지만, 실제로 서로의 삶에 대해 호기심과 관심을 보이는데...다음날 아침, 첫 만남의 불편한 상견례로 어색해진 두 사람은 우연히 산길에서 다시 조우한다. 복순은 어울리지 않게 그림을 그리고 있다. 소록은 외면하려 하지만, 길을 피할 수가 없어 어색한 대화로 신경전을 펼친다. 어색한 대화는 복순의 그림에 대한 화두로 시작하여, 복순이 학생을 때리고 문제가 돼서 사표를 쓰고 이곳까지 오게 된 사연을 듣게 되고...두 사람의 어울리지 않는 동행. 과연 어떤 모습일까?

 

 

 

 

 

이근삼 선생의 희곡정신과 진면목이 극명하게 표현된 작품으로 인생 황혼기의 삶을 바라보는 깊은 세계관과 작가 특유의 인간에 대한 따뜻한 정이 진하게 배어 있다. ‘멧돼지’와 ‘꽃사슴’은 각각 두 주인공의 성격과 함께 현실과 환상이라는 상반된 이미지를 상징한다. 작가 특유의 촌철살인적 위트와 함께 서로 다른 두 사람을 통해 삶의 실존적 의미를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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