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리 베릴은 55세의 완고한 남편으로 평소 집안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쉬운 일이라며
자신만만해한다. 리지는 45세의 똑똑하고 부지런한 대리의 아내다. 남편의 거만한
태도에 질려 역할을 바꾸자고 제안한다. 배리는 대리의 이웃이자 동갑 친구다.
남편 대리는 집안일과 가사 노동이 자신이 하는 농사일이나 바깥일에 비해 턱없이
쉽다며 큰소리를 친다. 이에 남자의 일과 여자의 일 중 어느 쪽이 더 힘든지에 대해
논쟁을 벌이다가 아내 리지가 서로의 역할을 하루 동안 바꾸어 해보자고 제안하고
들판으로 나간다. 홀로 남은 대리는 집안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체조 레코드를 틀고
운동을 하거나, 방문한 이웃 친구 배리와 함께 노래 연습하며 시간을 허비한다.
본격적으로 집안일을 시작하자마자 두 남자의 서툰 솜씨 때문에 온갖 가구와 접시가
깨지고 아수라장이 된다. 소동의 하이라이트는 마당의 소를 돌보는 장면이다.
대리는 소가 도망가지 못하게 소의 목에 묶은 밧줄을 굴뚝 안으로 통과시킨 뒤, 집안의
무거운 의자에 묶어둔다. 결국 소가 움직이면서 집안의 모든 기물이 박살 나고
통제 불능의 상태에 빠진다. 이때 리지가 들어오며 "암소!"를 외치고, 집은 엉망진창이
되었지만, 대리는 여전히 자신의 상황을 리지 탓으로 돌리며 막이 내린다.

<시작의 끝>(The End of the Beginning)은 아일랜드 극작가 숀 오케이시가 1937년 쓴
단막 희극이다. 이 작품은 아일랜드 농촌을 배경으로 가부장적인 남여 역할의 모순과
인간의 오만을 유쾌하게 풍자한다. 등장인물은 단 3명의 캐릭터만 나오며 극의 집중도가
높고 역동적이다.

남편이 가사 노동을 비하하다가 처참하게 실패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전통적인
남여 역할의 불평등과 가사 노동의 가치를 역설적으로 재조명한다.
제목인 ‘시작의 끝’은 남편이 집안일을 만만하게 보고 "시작"하자마자 그의 오만함과
계획이 순식간에 파멸하며 "끝"을 맺는 상황을 풍자하는 대단히 아이러니한 표현이다.
숀 오케이시의 초기 ‘더블린 3부작’과 같은 무거운 사회적 비극과 달리, 이 작품은
인물들의 신체적 몸짓과 아둔함, 시각적 소동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유쾌한 슬랩스틱
희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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