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장 이야기꾼 업복이 주인공이다.
버림받은 업복은 자신을 거두어준 눈 먼 광대 허씨와 떠돌이 인생을 산다.
이들의 이야기는 설움에 겨운 신세를 잊게 해주는 유일한 통로이다.
재상의 숨겨진 아들로 가문의 수치가 돼버린 호주와 만난 업복은 이야기로
따뜻한 교감을 나눈다. 하지만 호주를 대신해 진짜 아들 노릇을 하고 있지만,
한 번도 아비의 정을 받지 못한 성주는 업복을 이용해 무서운 이야기를 퍼뜨린다.
목숨을 내건 이야기의 한판이 가슴 먹먹한 사랑과 펼쳐진다.

극예술창작집단 극단 T.O.D랑이 선 굵은 이야기꾼을 소재로 한 정통극이다.
<그것은 꿈이었을까?>는 2011년에 발표 · 초연된 작품으로 조선시대 남장
이야기꾼을 소재로 한 극이다. 밑바닥 삶의 끈질긴 생명력이 생생하게 표현되고, 당시
양반사회 모순도 통렬하게 질타된다. 고마나루 전국향토연극제에서 금상을 수상.
이 극의 배경이 되는 조선후기는 이야기(소설, 판소리, 탈춤, 사설시조 등)가 융성했던
시기이다. 이야기에 대한 욕망은 강담사, 강독사, 강창사 등의 전문 직업군을 만들기도
했는데 그 시절의 이야기꾼은 변사처럼 목소리(몸짓, 창까지) 하나로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고 웃기던 존재였다. 백성은 낮은 자들이 주인공인 이야기, 낮은 자가
높아지고, 높은 자가 낮아지는 이야기를 스스로 만들고 향유했고, 이야기를 통해
웃고 울고 위안을 삼았다. 그러나 조정에서는 유교사상에서 벗어난 패설이
번져나가는 것을 두려워하였으며 그로 인해 서포(지금의 책방) 폐쇄하고
시적을 불태우는 등 문체반정 등의 역사적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작가의 글 - 최정
본래 패관잡기를 배격했던 정조의 문체반정과 전주의 완판본, 강담사 이야기를 엮은 역사극을 구상하였으나, 쓰는 과정에서 커다란 이야기들을 모두 버리고 이야기로 꿈을 꾸고 먹고사는 '이야기꾼'의 소소한 이야기로 방향이 크게 수정되었다. 고소설 및 판소리 작품들의 모티브와 내용들을 부분적으로 참고해 인용하였고, '이야기'를 잘 전달하기 위해 노래(창), 몸짓(발림), 리듬감 있는 사설(아니리)을 극 속에서 적절히 사용해보았다. 그때나 지금이나 같아 부끄럽지만, 골방에 갇혀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서성일 때 다시 '이야기'를 쓰고 꿈꿀 수 있는 불씨를 물어다준 작품이기도 하다. 업복의 대사처럼 언젠가는 살아있는 진짜 이야기로 똑똑한 세상 흔들흔들 뒤집어도 보고! 설움에 베이고 다진 마음 달래도 보고! 다른 이들과 함께 울고 웃을 수 있는 제법 괜찮은 이야기꾼이 되는 그날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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