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스토니아 출신으로 역사 교수가 되기 위해 캐나다로 유학 온 카산드라는 쌍둥이
동생이 진 도박빚을 갚기 위해 윤락행위로 알바를 하며 공부도 병행한다.
인도계 남성 하림에게 연락을 받고 매춘을 위해 찾은 원룸. 화장실에서
카산드라는 낯선 여자 안나와 맞닥뜨린다. 화장실에서 나와 보니 남자는 바닥에
쓰러져 죽어 가고 있다.
부동산 중개인 하림은 돈흐름에 민감한 남자다. 2008년 금융 위기때 이 원룸이 급매로
나왔고, 싸게 인수한 것이다.
이 원룸에서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주인이 바뀌면서 여기서 쫓겨나 분노에 찬 독실한
기독교인 안나. 자초지종을 따지러 여기에 찾아온 것이다. 그러나 얘기가 안 통한다.
안나의 눈에는 악마로 보여지고 돈 $300을 던지는 악마의 눈에 후추 스프레이를 뿌린다.
그리고 갑자기 눈이 안 보이자 어딘가 부딪히며 쓰러지는 하람. 나가는 안나.
카산드라는 응급 구조요청을 하려고 하지만, 곧 자신이 그래서는 안 되는 곤란한 입장에
놓여있음을 인지한다. SNS 친구가 윤락에 살인 혐의까지 받을 거라며 불을 지르라고
한다. 교묘하게 뒷처리 하고 떠나며 막이 내린다.

2012년 서머웍스 시어터 페스티벌에서 초연된 <아이슬란드>는 신작 부문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그린란드>에서 적용한 1인 독백 형식을 보다 발전시켜
선보인 <아이슬란드>에서 독백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인물은, 다른 인물과의 대화 및
상황을 연기하듯 보여준다. 이러한 장면은 내러티브 흐름의 관점에서 볼 때 일종의
'균열'이나 쉬어가는 '휴지기'처럼 느껴지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관객은 1인 다역을
선보이는 인물을 지켜보며 극에 더 쉽게 몰입하고, 여러 갈래로 흐르는 이야기의 복잡함
속에서도 흥미를 잃지 않게 된다.
<아이슬란드>는 <그린란드>와 유사하게 '카산드라', '하림', '안나' 세 인물이 관객을 향해
독백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을 취하지만, 세 인물의 관계와 파트 구성이 다르다.
세 인물은 사실상 전혀 상관없는 인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원룸아파트라는 같은 공간에서
우연히 특정 순간에 함께 있게 된 세 인물이 '화산'처럼 내면에 축적된 것들을 분출하는
순간을 맞이하면서, 특정 사건에 관련된 당사자가 된다. 마지막 인물의 독백까지
모두 듣고 나면 관객은 원룸 아파트에서 무슨 일이 생긴 건지, 왜 그런 일이 생긴 건지
사건의 진실을 알게 됨과 동시에 끔찍한 감정에 몸서리를 치게 된다.
무엇보다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질문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아이슬란드(Iceland)> : 독백 형식의 '확장'과 금융위기로 인한 '비극'이다.
독백은 총 네 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고 '레인보우', '베니 프랭키스트',
'고드윈 법칙', '강아지들'이라는 소제 목을 갖고 있다.
작가는 각 파트의 소제목을 통해 주제를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네 개의 파트는 각기 '카산드라-하림-안나-카산드라' 순서로 진행되는데, 끝에 이르면
작가가 그런 순서를 취한 이유가 있음을 알게 된다. 인물들이 지닌 모든 부정적인
가치와 감정, 욕망, 분노, 이기심이 분출되는 순간을 관객이 목격하게 되는 <아이슬란드>는
화산활동과 지진이 발생하는 지질학적 구조를 인간 사회와 본성에 빗대어 반영하고 있다.
탐욕으로 가득한 자본주의 경제시스템의 몰락과 인간의 도덕적 붕괴, 위선과 거짓의
추악한 민낯을 드러내 보이는 냉소적인 이 작품은, 이미 존재하던 인간 사회의 '균열'이
어떻게 표면으로 올라오면서 터져버리게 되는지를 가장 잘 구축한 작품이다.

마치 사건에 연루 된 세 인물을 따로 취조실에 불러 심문하는 가운데 각 인물이
털어놓는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특정 사건에 얽히게 된 사연과 배경, 솔직한 내면의
생각들이 쏟아지는 세 인물의 독백은 마지막까지 도대체 서로 어떻게 연관이 된 건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관객은 상당히 집중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돈'을 신봉하는
부동산업자 하림은 불쾌감을 자아내는 인물로 제시된다. 하지만 관객이 그에게서
"혐오스러우면서도 어쩐지 동의하게 되는 말하는 지점을 발견할 때, 씁쓸함이 밀려든다.
작가는 하림이 "비난받아 마땅한 인물"이면서도 세계 경제와 자본주의 시스템의 냉혹한
현실에 대해 날카로운 통찰을 보일 때 동의하지 않을 수 없도록 인물을 구축했다.
2008년 금융 위기를 경험한 세대로서 자신이 직접 리서치한 내용을 반영했다고 한다.
금융 위기와 자본주의 체제의 문제점에 대한 혹독한 비판은 관객에게 심각한 문제의식과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지만, 이 작품이 궁극적으로 겨냥하는 것은 인간 내면의 '균열'이다.
물질만능주의 속 인간의 욕망과 비뚤어진 자기 합리화, 금융 위기 속에서 불안을 느끼는
개인에게 스며든 도덕적 균열은 억압 속에 에너지를 축적하며 조용히 쌓이다 어느 순간
폭발한다. 원룸 아파트의 이전 세입자였던 안나의 독백은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를 향해
나아간다. 이는 도덕적 균열과 위선의 문제, 심리 스릴러적인 측면을 강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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