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부
작가인 다희의 회상으로 막이 오르면, 1980년대 평범한 소시민 가정인 다희네 일상사가
펼쳐진다. 공장 직공인 자상하고 너그러운 아빠, 따뜻한 모성애로 늘 가족을 끌어안는
엄마, 의젓하고 속깊은 신일, 몽상적이고 감성적인 문학소녀 다희, 현실적이고 객관적인
다정, 동물을 사랑하는 철부지 막내 다애. 이 6식구의 하루는 티격태격 충돌도 많고,
경제사정도 어렵지만 기본적으로는 가족애로 뭉쳐져 있는 행복한 기독교 가정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 엄마가 있다. 이웃에 사는 필숙, 화숙, 효숙 세 이모는 각각
튀는 성격으로 아이들에겐 기피대상이다. 그러나 아이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인물은
외조부다. 6. 25 때 다리를 다친 후로 세상과 유리된 채 술로 위안 삼아온 상처받은 영혼
이지만, 실상 속마음은 따스하고 정이 많으신 것을 엄마는 알고 있다. 주택개조사업을
하시는 외조부는 가끔씩 와서는 소리를 지르시는데, 그때마다 아이들은 공포에 질린다.
노처녀인 막내이모가 드디어 애인이 생겼는데 마을에서 장의사를 하는 장씨라는 것을
알게 된 친척들은 다소 실망한다. 혼수문제로 할아버지에게 혼쭐 난 장씨는 결국 혼수를
포기하게 되고 막내 다애의 중이염과 화숙이모 아들 다복이의 무릎 수술을 강행하신
할아버지에 대해서 이모들은 집단성토를 하지만 결과는 할아버지의 불호령 한마디로
모두 잠잠해진다. 그러나 할아버지의 따스한 면과 깊은 고독을 이해하게 된 아이들은
할아버지를 향해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한편 수술이 끝난 막내의 면회가 병원
규칙상 불가능해지자 엄마는 청소부로 변장하고 회복실 잠입에 성공한다.

2부
막내가 퇴원하던 날 다희는 엄마와 말하던 중에 어려서 병사한 오빠가 또 1명 있었다는
슬픈 가족사를 듣고 엄마를 위로한다. 다애의 고양이가 다 죽어가다가 살아난 사건과
세들어 살던 오 선생이 밀린 방세를 감당 못하고 부도수표를 남긴 채 도주한 사건이
연달아 터지면서 한바탕 소동이 일지만 월세대신 소설책들을 잔뜩 남기고 간 오선생의
처지와 속뜻을 엄마는 이해한다.
다희의 여고졸업식 날 엄마는 외조모가 물려주신 목걸이를 팔아 졸업선물을 마련한다.
언니의 이기심에 분노한 다정이 사실을 폭로하자 충격 받은 다희는 울면서 졸업공연을
포기하겠다고 말한다. 아빠의 설득으로 겨우 학교로 간 다희는 연극을 망치고 만다.
결국 선물로 받은 가죽코트를 돌려주고 엄마의 목걸이를 되찾아온 다희에게 엄마는
손수 목걸이를 걸어 주신다.
얼마후 할아버지를 간호하고 있던 여인으로부터 할아버지가 위독하시다는 연락을 받고
다희네 친척 모두 동해안에 있는 할아버지의 별장으로 급히 간다. 임종의 자리에서
할아버지는 감격스럽게 신앙고백을 한 후 돌아가신다. 그 모습을 지켜본 다희는 말할 수
없는 감동을 받는 한편 유산분배에 기대를 걸고 있던 이모들은 할아버지가 모아 놓으신
전 재산을 다리를 다친 어린이 환자들에게 기부하신 것을 알고 허탈해 한다.
2년 후, 소설 응모에 거듭 낙방한 다희는 소설가의 꿈을 접고 취직을 생각한다. 때마침
유명한 여류작가 우경숙 여사의 순회강연 기사를 읽은 엄마는 다희의 원고 뭉치를 들고
우여사가 묵고 있는 호텔로 찾아간다. 우여사가 미식학에 심취해 있다는 것을 안 엄마는
북한 음식 요리법을 무기로 우여사의 환심을 사고 결국 다희의 원고를 읽게 된다.
엄마가 전해준 우여사의 충고대로 허황된 내용을 버리고 진솔한 가족 얘기를 써보낸
결과 마침내 다희의 소설이 출판되는 경사가 일어난다.

<엄마의 계절>은 캐서린 포비스의 소설 “엄마의 당좌예금" (Mamma's Bank Account)을
존 밴 드루튼이 각색한 희곡 "I Remember Mamma"로 이 작품을 다시 연출가 최종률이
우리의 현실로 번안한 작품이다. 가난하지만 끈끈한 가족애로 결속되어 있는 한 가족과
주변인물들이 엮어내는 일상의 얘기들은 시시콜콜 하지만 진솔하다.
이 작품에는 큰 딸이 허구로 꾸며낸 소설 내용처럼 극적인 사건이나 충격적인 반전 같은
것은 없다. 소시민의 삶의 모습을 수채화처럼 담백하게 정밀 묘사함으로써 작은 행복의
소중함, 이해와 화해의 미덕, 가족애와 가정윤리의 가치를 이슬비처럼 촉촉하게
전해주는 작품이다.

엽기, 잔혹, 냉소, 선정성을 극대화하는 이른바 센세이셔널리즘이나 소재주의가
범람하고 있는 요즈음의 문화예술 풍토에서 작은 목소리로 관객의 심상을 잔잔하게
파고드는 이 작품의 주제성은 그래서 더욱 진한 감동과 호소력을 갖는다.
이혼과 결손가정이 급증하고 가정의 붕괴가 가속화하고 있는 지금, 이 작품은
이 땅의 모든 가족 구성원에게 가족의 의미를 교훈하고 있지만, 관객에게 결코
강요하는 일 없이 소박하고 친근감 있는 대사와 뛰어난 유머, 채색되지 않은 감동을
적절히 교직함으로써 “가정은 행복의 원천” 이라는 주제상의 진부함을 효과적으로
극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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