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의 오래되고 허름한 돼지갈비집에 한 가족이 모여든다.
지난 15년 동안 매 달 한번씩 이 갈비집에서 외식을 하는 동재의 가족이다.
결혼에 실패한 둘째 동식, 아내와 사별하고 아이를 혼자 키우는 막내 동호,
그리고 어릴 때 천재라는 주변의 기대 속에 커 왔지만 지금은 보잘 것 없는
영업사원 장남 동재.
아들, 딸들은 오지 않는 어머니를 기다리며 과거를 회상한다.
마음 속에 담고만 있었던 이 갈비집에서의 15년의 역사가 씁쓸한 웃음, 그리고
때론 난장판 속에 펼쳐지고 세 남매는 오늘 어머니가 오지 않는 이유를 짐작한다.

연극 'GARDEN 가든'은 행복과는 거리가 있었던, 지난 시대 '가족'의 이야기다.
누구든 가족은 있다. 혹시 지금 옆에 존재하지 않는다 해도. 부모님은 훨씬 전부터
그분들만의 역사를 써왔고, 내가 태어나면서 다시 새롭게 '가족'의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그 역사 속에는 달콤하고 행복했던 시간과, 힘들고 고단했던 사연이 겹쳐 있다.
그리고 오늘의 '나'는 그 역사가 키워낸 결과물일 것이다. 사춘기를 지나면서
어머니 아버지는 나와 동등한 인격체로 변한다. 나는 그들과 때론 갈등하고
때론 함께 웃는다. 그런데 웃음은 쉽게 지워지고 갈등은 점점 깊은 골을 만든다.
남도 아니고 피로 얽힌 가족인데, 아이러니하게도 현실의 가족은 간혹 남보다 멀다.
연극 '가든'은 시시각각 행복과 갈등을 공유하는 가족에 관한 작품이다.

그 안에는 한 집안의 기둥인 장남 동재가 있고, 아버지의 기대에는 애초부터 반항하며
살아온 차남 동호가 있다. 그리고 "엄마처럼은 안 살겠다"는 딸 동식도 있다. 가족 회식은
늘 갈비집에서, 그것도 엄마, 아버지가 처음 만났다는 낡고 오랜 갈비집에서 한다.
그 집의 갈비맛이 유혹적이면서도 왠지 가족 모두 모인 자리가 편안하지만은 않다.
알지도 못하는 먼 친척 얘기나 아버지의 젊은날 무용담을 들으면서 갈비만 뜯었던
곤혹스런 경험, 누구나 한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빨리 자리를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뿐,
갈비맛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던 안타깝던 시간들...
그러나 그 딱한 순간들도 세월 가면 그리움으로 쌓이는 법이다.
이렇듯 'GARDEN 가든'은 우리들의 얘기, 내가 겪은 가족의 이야기를 담았다.
나이가 들어 어른이 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도, 부모님과의 갈등이나 형제간의 갈등은
완전히 메워지는 게 아니다. 덮어두고 덮어두다가 한번쯤 폭발하고, 다시 양보하고
이해하다가도 한번쯤 성질을 부리게 되는 '내 가족의 이야기'다.
작가 김태형, 연출 이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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