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어니스트 톰슨 '황금 연못'

clint 2026. 4. 6. 06:39

 

 

노부부 노만과 아내 에셀은 '황금연못'이라 불리는 호숫가에서 여름을 보낸다. 
전화 한 통 걸려오지 않는 별장에서... 노 부부는 허전하다. 
집을 떠나 자기 삶을 이룩하려 했던 딸 첼시는 이혼 등으로 많은 정신적 방황을 
한 듯하다. 치과의사인 새 반려자를 맞이하려 하는 이즈음 그녀는 아버지와의 
진정한 화해를 원한다. 내색하진 않지만 노만은 정착하지 못하는 그의 딸 첼시가 
항상 안타까웠다. 노만은 젊은 시절과는 달리 이제는 손자를 기다리는 마음 약한 
늙은이 가 되었으며, 첼시가 그의 품에 스스로 안겨주길 바라고 있다. 
80회 생일을 맞은 노만은 이번 여름 그러한 바램이 이루어져 값진 선물을 받는다. 
가정을 다시 이룬 딸과 딸의 새로운 가족은 이 노부부에게 새로운 기쁨이 된 것이다. 
노 부부는 이제 여름 휴가를 마치고 그들의 집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그들은 아름다운 금빛 호수와 물오리들을 내년에도 둘이 같이 다시 보길 원한다. 
그러나, 꼭 그렇게 될지는 알 수 없는 일, 노부부는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다. 
그러한 노부부의 모습은 언젠가는 힘없이 스러지고야마는 우리네 인생을 보는 듯 
보는 이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어니스트 틈슨의 데뷔작이자 출세작 <황금 연못>은 1970년대 중반에 발표된 이래

현재도 브로드웨이의 공연 목록에 올라 있는 작품이다.

'날카로움과 넉넉한 웃음, 매력적인 등장인물의 창조'라는 점에서 특히 많은 호평을

받은 이 작품은 영화로도 만들어져 많은 사람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80세를 맞이하는 '노만'의 심리를 중심축으로 아내 '에셀'과의 인간적 신뢰감이

아름다운 배경 속에 펼쳐지고 있는 작품이다. 여기에 딸 '첼시'와의 세대 갈등이

덧붙여지면서 '지금 여기' 에서의 '우리'의 인생을 조망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전체 2막 5장의 내용을 통해 작가는 결코 맞이하고 싶지 않은, 그러나 피할 수도 없는

세월의 무게를 재치 있게 녹여내고 있다. 인간이라면, 어느 누가 '청춘'이라는 이름의

정거장을 떠나 '노년'을 지나 '죽음'이라는 종착지로 향하고 싶겠는가?
"잠시뿐인 청춘/ 잊지 못할 젊은 날의 추억 / 아, 황금 연못” (2막 1장)이라는 노래를

통해서도 드러나는 것이지만, 삶이란 결국 죽음이라는 마지막 종착점을 향해 달려가는

과정에 다름 아니며, 따라서 '청춘'은 그저 잠시만 우리 곁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그 짧은 순간을 소중히 인식 못하는 우리에게 '청춘'은 '잊지 못할 젊은 날의 추억'으로

되새김된다. 그래서 우리는 삶의 순간들을 소중하게 보낼 수 있는 지혜를 필요로 하며,

어니스트 톰슨은 노부부의 삶을 통해 우리를 일깨우고 있는 것이다.

 

 

 

시간적 배경은 어느 해 ‘5월 중순 오후에서 9월 중순 늦은 아침'까지로 설정되어 있다. 전체 2막 5장에서 각 장은 각기 5월과 6월,7월, 8월, 9월이라는 계절의 변화를 담고 있다. 이와 같은 시간적 배경의 설정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황금 연못〉에서 드러나는 기본적인 이야기 골격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곧 80세를 맞이하는 노만의 심리 상태의 변화이며, 다른 하나는 노만과 딸 첼시의 갈등 문제이다. 이와 같은 기본적인 이야기와 시간적 배경의 관계를 살펴보기로 하자. 우리는 흔히 4계절을 '뿌리고(봄) 자라고(여름) 거두 어(가을) 쉬는(겨울)' 것으로 이해한다. 〈황금 연못〉은 봄의 끝자락에서 시작하여 가을의 정점에서 막을 내린 다. 노만과 에셀의 노년기를 이야기하고 있는 이 작품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문제는 정년퇴임 이후 과거를 망각하면서 세월의 흐름을 두려워하는 노만의 심리 변화이다. 5월 중순 오후라는 시간적 배경은 80세 생일을 앞두고 죽음을 고민하는 노만의 심리 상태와 맞물려 있다. 그리고 노만의 고민은 여름과 가을을 거쳐 수확의 계절인 9월 중순에 해소된다. 이러한 시간 설정에서 작품의 기본적인 이야기 구조와 시간적 배경이 매우 적절하게 맞물려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희곡에서 단 몇 개의 문장으로만 표현된 시간적 배경을 읽으면서 이와 같이 상상할 수 있음을 시각적 이미지로 독자의 상상력이 제한 받지 않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또 다른 문제인, 노만과 그의 딸 첼시의 갈등 역시 계절의 변화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이들의 갈등이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한 여름인 7월이다. 첼시가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않았음이 드러나면서 갈등의 절정에 이르는 것이다. 이는 "나는 아버지지만, 아버지는 아니야. 에셀은 어머니고 난 노만이야” 라는 노만의 대사에서 다시 한 번 확인된다. 이와 같은 부녀간의 갈등은 어머니 에셀의 중재와 첼시의 애인, 빌의 아들인 빌리를 통해 여름과 가을에 걸쳐 해소된다.

 

 

 

어니스트 톰슨의 연극 '황금연못'은 어찌 보면 별로 특별할 것 없는 가족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황혼의 노부부와 딸, 사위, 아들이 등장해 가족 간 사랑과 소통을 
이야기한다는 줄거리는 많은 극예술 장르에서 오랜 세월 되풀이됐다. 
한국의 여느 가족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이혼 경력이 있는 딸이 '애 딸린 남자'를 
사윗감이랍시고 데려오자 내심 반색하고, 딸이 결혼 소식을 전하자 평생 입에 담지도 
않던 '축하한다'라는 말을 건네 딸을 감동시키기도 한다. 피 한 방울 안 섞인 손자가 
귀여워 어쩔 줄 모르는 '손자 바보' 할아버지의 모습도 보여준다.
'뭐가 어떻든 내 남편'이라는 태도를 취하는 에셀은 늙었어도 철딱서니 없는 노먼을 
따뜻하게 보듬는 조언자이자 오랜 친구로 존재한다. 첼시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와 
계속된 '불통'의 관계를 정상화하고 싶은 욕구를 지닌 인물이다.
등장인물과 설정이 지닌 보편성과 적절한 유머는 그런 단조로움을 상쇄한다. 
'산전수전 다 겪은' 황혼 부부가 보여주는 여유로움과 서로에 대한 이해는 
'나도 저렇게 늙었으면' 하는 바람을 떠올리게 할지도 모른다.
어릴 때부터 애지중지하던 인형을 안고 기뻐하는 아내에게 남편은 
"당신이 내 첫사랑이 아니라는 건 벌써부터 알고 있었어"라며 투덜대고, 
아내는 "당신은 인형의 대용품이었어요"라며 눙을 친다. 
노부부가 이렇게 서로 치고받는 독설조차 잔잔한 감동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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