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이재현 '신시'

clint 2026. 4. 6. 05:38

 

 

천군 제사장이 하늘에 제를 올린다.
"하늘님으로부터 천부인 세 개를 받으신 천왕랑 해모수님이 무리 삼천을 이끄시고

백두산 신단수 아래 강림하시니 이에 신시(神市)가 열리고 동방에 빛이 밝았노라. 

해모수님은 풍백 우사, 운사를 장령하시며 인세(人世) 삼백육십 여사를 주재하시다. 

청하 웅심연 상에서 고마의 처녀 하백녀를 아내로 맞으시니 그 소생으로 주몽님이 

탄생하셨도다. 하늘과 땅의 결합이시니 주몽님의 영능하심은 온 누리에 광명이로다.

이에 하느님의 뜻을 받들어 수리 산정에 신단수를 봉안하고 두 신묘를 세워

주몽신과 하백녀 신을 모시나 성신과 사직신과 제 귀신도 이 천왕 당에 함께 기하시어

국인의 생명과 신체와 재산과 선악과 길흉을 수호해주시도다,

국민에게 고하노니 수리의 신읍은 천왕 당 님의 강하계단이며 그 주처 이시니

이를 신성하게 여겨 함부로 근접치 말 것이며 수리의 영봉들은 이를 소도라 명하노라."

 

 

 

이곳 마을에 활과 화살을 제조하는 우보가 있다. 모친이 중병을 앓아 그의 형 상노가
뿔사슴을 잡으러 산을 헤매고, 걱정하는 형수, 유화와 혼인하기로 약조한 연인 지랑은
모두 모친 병환과 형님이 빨리 약재를 구해오길 기다리는데, 상노의 사망소식이
전해지고 게다가 신시를 침해하여 피를 뿌렸다고 선인과 제사장은 장례도  못치르게 
한다. 그리고 형이 죽으면 형사취수의 법도대로 우보는 형수 유화를 부인으로
맞이해야 한다.

 

 

 

우보는 결국 뿔사슴을 잡으러 산으로 올라가고,

마을의 선인과 제사장은 우보 역시 신시를 침범하여 하늘이 노한다고

그를 잡으려 한는데... 이는 선인의 아들 고계와 지랑을 혼인시키려는

술수였다. 우보는 산을 올라 신시가 아닌 천혜의 숲을 발견하고

마을의 귀족들이 신시를 핑계로 이곳을 신시라는 경계를 쳐놓고

마을사람의 출입을 통제한 것을 알게 된다.

우보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한다...

 

 

 

매우 서정적이고 율동적이며 역동적인 이 작품은

이재현씨가 2년동안의 자료 수집과 3년의 산고끝에 탈고한 작품이다.
고구려 초기를 배경으로 민족신화의 발상지인 백두산 밑 신시를 무대로 펼쳐지며

금단의 성역을 범한 한 고구려인이 투혼을 그리고 있다.

신역을 범한 주인공 우보를 통해 인간의 속성과 내적 갈등을 표현 하였고

불노장생의 꽃사슴 뿔을 구하려는 의술인구기패,

또한 신역을 지키는 제사장의 권력욕과 무지한 백성들의 희생,

그리고 그 제약을 뛰어넘는 애뜻한 사랑이 전편에 흐른다.

 

 

 

극단 실험극장 1971년 3월 국립극장에서 공연한 이 작품은 허규 연출로

그해 한국연극영화예술상 대상을 수상했고 희곡상도 수상했다.

이정길이 주인공 우보, 그리고 김동훈, 김순철, 이순재, 김혜자, 김혜경, 오현경 등

30여 명이 출연했다.

 

 

이재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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