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를 잃은 죄책감으로 방 안에 틀어박힌 ‘예봄’.
아버지를 잃은 트라우마 속에서 복수만을 꿈꾸는 ‘이산’.
두 아이의 일기 주변을, 사람들의 기록을 떠돌던 ‘일록’이 맴돌기 시작한다.
일록과 함께한 일기 속에서 사별한 부모와 화해하고, 비로소 자신들의 삶을
다시 써내려가는 예봄과 이산. 이 둘은 아픔을 딛고 온전한 자신을 마주할 수 있을까.

책가(冊架)를 사이에 두고 시작된 두 주인공 예봄과 이산(훗날 정조)의 일기를
중심으로 뻗어나간다. 엄마를 잃은 죄책감으로 방 안에 틀어박힌 예봄과 아버지를
잃은 트라우마 속 복수만을 꿈꾸는 이산. 스스로를 옥죄는 죄책감과 슬픔, 괴로움을
일기 ‘일록’에 풀어내며 두 아이는 점차 세상을 마주 볼 용기를 얻는다.
“난 살았지만 죽은 사람”으로 시작돼 “난 죽었지만 살아있는 사람”으로 끝 맺는
이수국 시인의 시는 서유진 작가의 머릿속에 가족을 잃은 청소년들의 깊은 슬픔을
그렸다. 작품은 충분한 애도의 시간을 갖지 못한 아이들에게 유일한 위로였던 책을
소개하며, 다시금 삶을 살아갈 용기를 전한다.

2025 「봄 작가, 겨울 무대」 낭독공연 평가
서유진 작가의 <책가도>는 조선 정조 이산의 이야기와
현대 청소년 예봄의 이야기를 ‘책가도’를 매개로 연결시켜 제시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15세 청소년의 일기에 주목한다는 점, 회복의 과정에 친구가
등장한다는 점이 흥미롭고, 기록을 의인화한 일록이라는 인물을 제시하여
두 이야기를 교차시키는 데 근거를 마련하려 했다는 점이 좋다.
하지만 두 이야기를 연결시켜 얻어지는 고유한 것이 무엇인지 찾기가 어렵고,
회복의 계기와 과정을 보여줌에 있어 작가만의 해석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
약점으로 제시되었다. 두 이야기를 연결시키는 대담한 기획을 희곡의 형식으로
성취해내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하는 것이 과제가 될 듯하다.
그 과정에서,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를 벗어난 모성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없을지
또한 생각해 봤으면 한다.

작가의 말 - 서유진
이 희곡은 이수국 작가님의 <책가도>라는 동명의 시로부터 출발했습니다. 책을 좋아한 왕과 나 사이,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이 기대고 있는 책을 통해 시대를 뛰어넘는 만남을 경험하며, '나는 살았지만 죽은 사람'으로 시작해 '난 죽었지만 살아있는 사람'으로 끝나는, 서로 간에 삶을 확인하는 시입니다. 이 시를 통해 책가도를 사이에 둔, 부모를 잃고 삶이 멈춰 버린 사춘기의 두 아이가 떠올랐고, 정조 이산과 현대의 안예봄이라는 '청소년 사별자'에 대한 이야기를 쓰게 되었습니다. 청소년기는 부모의 조언과 안내를 통해 자신만의 정체성을 확 립하고 성인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그러나 이때 겪는 부모와의 사별은 정신적 고통과 함께 복합적으로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고통스러웠던 시기에 마음을 위로해 주었던, 곁에 있는 사려 깊 은이들에게 들었던 어떤 한마디의 말, 책의 어떤 한 구절, 그 어떤 순간들을 떠올리며 그들과 그 순간에 감사함을 전하고 다시 삶을 살아가며 앞으로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고자 했습니다. 일록처럼 저 역시, 예봄과 이산의 생각에 자주 멈춰 서 있었고 생각만으로도 고통스러운 날들이 있었습니다. 쓰는 이가 아닌, 어 떤 날은 예봄이, 이산이, 국동이, 혜빈 홍씨가, 준우가, 약진이 되어 울기도 웃기도 했습니다. 애틋한 그들의 마음을 따라가다 보니 쓰는 것에 속도를 내지 못했고 고통스러운 그 아이들을 왜 자꾸 불러내어 말을 걸고 이야기하게 했는지... 그래서 미안한 날들도 많았습니다. 아이들의 괴롭고 슬픈 마음이 사그라지지 않겠지만 그래서 마음껏 슬퍼할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그 시간 뒤에는 다시 일상을 살아내며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할 시간도 찾아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들이 홀로 있지 않기를... 마음을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찾아오기를... 그 시간 안에서 곁에 있는 이들이 다정히 그 이야기를 들어 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그 마음을 오래오래 이곳에 남겨 두겠습니다.
서유진/ 서울예술대학교 극작과 졸업,
20025년 내 책상 위, 작고 따뜻한 산세베리아 화분으로
강원일보 신춘문예 화곡 부분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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