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캔 류드빅 '테너를 빌려줘'

clint 2026. 2. 25. 15:47

 

 

때와 장소는 1934년 클리블랜드.

흥행프로듀서인 오페라 단장 손델스는 전설적인 테너 티노 메렐리를 초청,

베르디의 오페라 ‘오델로’를 공연할 예정이다. 손델스와 그의 딸 메기,

그리고 메기를 사랑하는 신인 가수 막스가 초조하게 티토를 기다린다.

티토의 상대역 다이아나는 이 공연을 계기로 세계적 스타로 발돋움하기 위해

티토에게 육탄공세를 펼칠 예정이다. 각각의 순진한 동경과 욕망, 출세욕이 뒤엉켜

오해는 한껏 증폭돼, 이제 터질 때만 기다리고 있다.

티토는 술에 만취해 아내 마리아와 함께 예정보다 늦게 호텔로 온다.

티토는 신출내기 막스에게 기분좋게 공짜 레슨을 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메기와 티토의 관계를 오해한 마리아가 절교 편지를 붙이고 떠나가자

티토는 그만 고통에 못이겨 수면제를 먹고 깊은 잠에 골아떨어진다.

하지만 다음날 티토는 술과 약이 지나쳐 일어나지 못한다.

막스와 손델스는 마리아가 쓴 절교편지를 티토의 유서로 오해,

그만 티토가 자살한 것으로 착각한다. 그래서 손델스는 막스를 오텔로로 분장시켜

무대에 내보내 대성공을 거둔다. 오델로는 무어인이기 때문에 체구가 비슷하고

짙은 피부색으로 분장해 티토와 막스를 관객들은 구분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얽키고 설킨 사건은 이제부터다. 손델스는 티토의 자살로 오인하고,

막스를 이용해 그를 추모하는 공연을 기획하는데 티토의 시체(?)가 없어졌다.

거실문으로 티토가 들어오고, 침실문으로 막스가 나타난다.

다이아나가 목욕탕에서 요염한 포즈로 등장하고, 메기가 옷장으로 숨으며

절묘하게 엇갈리는 데 손에 땀을 쥐게 하며 웃긴다.

이 과정에서 다이아나와 티토, 막스와 메기가 각각 펼치는 러브신이 짜릿하다.
이 사이에서 죽어나는 것은 손델스다. 거짓말을 숨기려 동분서주하고,

딸 단속을 위해 정신이 없다. 여기에 티토의 열성 팬인 종업원마저 소동을 더하는

가운데 티토의 아내 마리아가 돌아오며 모두에 대한 모두의 오해는

절정으로 치닫는다.

 

 

 

<테너를 빌려줘>는 원작 <Lend Me a Tener>가 영국 올리비에 어워드에서

올해의 희곡상을 수상한데 이어 토니상, 미국 드라마 데스크 어워드, 뉴욕 비평가협회 등

연출과 연기 부문에 노미네이트 및 수상하여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후 이 대본은 16개 언어로 번안되어 25개국에서 공연되기에 이르렀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07년 초연을 시작으로 소극장 공연으로는 새로운 장르의

시도라는 점이 부각되며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세계적인 오페라 가수 ‘티토’의 자살소동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오페레타式 코믹상황극

<테너를 빌려줘>는 귀에 익숙한 유명 오페라의 , ‘축배의 노래, ‘ 공주는 잠 못 이루고’

등 유명 오페라 아리아 10여 곡을 한자리에서 들을 수 있고, 동시에 잘 짜여진 극의 상황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몸개그 또한 놓칠 수 없는 재미요소이다.

 

 

 


이 극이 색다르게 재밌는 이유는 독특한 극작 방법에 있다. 티토의 분장을 한 
막스로 인해서 벌어지는 오해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극 무대가 티토의 숙소, 즉 잠 자는 방과 메인홀 2개의 섹션으로 분할돼 있는데, 
방과 방을 옮겨가며 일어나는 소동은 시종일관 눈을 즐겁게 한다. 
장면전환도 대단히 빠르다. 반전의 묘미는 이런 극의 속도감과 맞물려 극대화된다.
‘웃음’이란 일상의 위로가 필요할 때 제격인 극이다. 농도 짙은 대사들에 결말 또한 
쉬이 예상할 수 있겠지만,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극이 처음부터 향하는 건 결말의 
새로움이기보단 관객과 호흡하고, 함께하는 과정에서의 ‘웃음’ 그 자체이기에. 
사랑의 본질이나 우정 등 삶을 관통하는 작가의 의도가 숨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