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김원태 '2gr의 아킬레스건'

clint 2026. 1. 2. 19:56

 

 

높은 지대에 모여 사는 상인들의 생활이 객석에 소개되고, 사진사의 가족의 생활과

모습도 자연스레 펼쳐진다. 다만 사진사의 아들만 비정상인 것으로 보인다.

낙천가인 사진사의 부르는 노래와 의식 속으로 탈을 쓴 군상들이 등장하고,

뒤따라 부인과 자식의 모습도 등장한다. 상인들의 대화로, 재래시장이 헐리고

새로운 시장건물이 들어설 것임이 객석에 알려진다. 무골호인 같은 사진사는,

간에도 붙고 쓸개에게도 달라붙는 인물로 소개 되고, 재개발관계자나 책임자에게는

공짜로 사진을 찍어주지만, 가족이나 자식을 위해서는 한 장의 사진이라도

아까워하는 옹졸한 성격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최고령 노인답게 사진사의

중얼거림과 회상 속에 죽은 아내의 모습이 산 사람처럼 등장하고,

가족과 아들에 대한 냉대가 재현되고, 자식의 불만과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노출되기도 한다. 자식은 아버지에 대한 쌓인 원망으로 재래시장상인들과는 달리

재개발추진위쪽에 대표가 되어 아버지 앞에 등장한다. 결국 재래시장은

철거되고 새로운 시장이 건설되면서 항거하던 아버지는 영정사진 손수레와

함께 퇴장을 해 죽음을 맞는다. 사진사의 죽음과 유물을 통해, 그 동안

자식이나 가족에게는 한 장의 사진촬영도 아까워했던 아버지가

유물인 사진첩을 통해 자식의 전체 성장과정을 촬영해 보관해 온 것을 알게 된

자식은, 그 제서야 아버지의 진정한 사랑을 단지 <2g의 아킬레스건>처럼,

사진첩 하나를 통해서 그 아버지 전체를 다시 보고 깨닫게 된다.

 

 

 

<2g의 아킬레스건>은 낡고 오래된 시장 터의 재개발을 둘러싸고, 장터상인들의 거주공간과 생활모습을 연극으로 재현시키고, 상인들 중 터주 대감 격이고 최고령자인 영정전문사진사의 생애를 곁들여, 그의 가족관계와 자식과의 갈등을 흘러간 명화처럼 무대 위에 그린다. 무대는 무대전면 객석가까이에 깊은 고랑처럼 지하로가 만들어지고 그 뒤쪽무대좌우에는 지하로 내려가는 길인 듯 정사각의 구멍이 뚫어져 있다. 무대 위에는 지붕의 흔적이 여기 저기 널려있고, 중앙의 커다란 지붕은 망령(亡靈)들의 등퇴장 로가 되기도 하고. 지붕 오른쪽과 왼쪽 끝으로 등퇴장 로가 만들어져 있다. 지붕의 좌측에 부착된 세로로 된 기다란 널판은 천정과 연결된 줄에 의해 개폐되도록 만들어져 있어, 고령의 사진사의 아들의 침실과 행동공간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무대전체는 건물의 천정을 연상시키는 공간으로 느껴지는 무대이고, 오른쪽 구석에 영정사진사의 손수레와 받침대 위에 놓인 사진기가 눈에 들어온다.

 

 

 

이 작품은 ”당신에게 있어 당신을 어쩔 수 없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가?” 라는

물음에서 시작되었다. 누군가는 가족, 돈, 욕망, 정직하게 살면 손해 보는 세상,

이 현실적 카테고리가 날 어쩔 수 없게 만든다고 말할 것이다.

삶은 우리에게 즐거운 추억거리만 선사하지 않는다.

그 반대가 차라리 정답에 접근한다, 정답이 있다면. 그래서 때론 견디기 힘든 기억,

의도하지 않는 오해가 쌓여버린, 때 묻은 갈등이 개인의 의식 속에 끼어드는 것이다.

우린 우리에게 처해진 어쩔 수 없는 상황들을 해결하려고 실로 수많은 의지를

행동으로 뿌리지만 자기 뜻대로 이루어지는 게 대체 몇 개나 될까?

하지만, 곤혹스런 삶의 뒤안길을 쓸어나가는 우리의 대처능력이 불가항력의 늪에

빠져 어쩔 수 없을 지경에 이른다 해도, 그래도 자연이 부여한 시간만큼은

견뎌내는 의지가 우리에게는 부여돼 있고,

이 부둥켜 안아야할 낭만성에 삶의 미학이 존재한다.

 

김원태 작가

'한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경옥 '공연날'  (1) 2026.01.03
전성현 '천만 개의 도시'  (1) 2026.01.03
전윤수 '강릉 96'  (2) 2026.01.02
박혜겸 '창고에선 신선도 유지'  (1) 2026.01.01
한동엽 '꿈에서 아빠 죽이기'  (1) 2026.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