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매일 신춘문예 희곡 부문 당선작

심사평 - 최원종 작가, 김수미 작가
올 매일신문 신춘문예 희곡 부문에는 개인의 내밀한 기억에서 출발해 동시대 사회의 구조적 문제로 확장하려는 시도들이 고르게 응모되었다. 가족 내부의 갈등과 상처, 경쟁사회 속에서 소진되는 개인의 존엄, 부재와 상실의 감각, AI 환경 속 인간관계의 변화 등 다양한 문제의식이 탐색되었다. 전반적으로 주제 의식은 선명했으나, 이를 무대 언어, 영상언어로 조직해내는 방식에서는 작품마다 완성도의 편차가 드러났다.
최종 심사에는 희곡 '별지', '살', '부재의 빈자리', '신;구독해지', '최종 면접', '꿈에서 아빠 죽이기', 시나리오 '팔락팔락' 등 총 일곱 편의 작품이 올랐다. 이들 작품은 각기 다른 문제의식과 형식적 시도를 통해 희곡으로서, 시나리오로서의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심사위원들은 최종 논의 끝에 '꿈에서 아빠 죽이기'를 만장일치로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이 작품은 꿈과 현실, 과거의 기억이 교차하는 구조를 통해 가족 내부에 축적된 억압과 상처를 밀도 있게 드러내며, '아버지'라는 존재를 공포와 사랑이 동시에 내면화된 대상으로 그려 심리극으로서의 완성도를 확보했다. 특히 폭력적이고 금기적인 상상을 '꿈'이라는 심리적 공간에 배치해 죄책감과 분노, 사랑과 해방을 함께 포착해낸 점은 이 작품의 핵심적인 성취라 할 수 있다.
최종 후보작 가운데 '최종 면접'은 극도로 일상적인 '면접'이라는 상황을 통해, 개인이 어떻게 시스템 앞에서 언어·존엄·윤리까지 거래하게 되는지를 끝까지 밀어붙이는 구조가 돋보였다. 다만 문제 의식이 전면에 드러나 인물의 선택과 감정이 비교적 예측 가능하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꿈에서 아빠 죽이기'는 개인의 트라우마를 넘어 동시대 가족 구조와 세대 감정에 보편적으로 닿는 공감력을 지닌 작품이다. 이번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작가가 앞으로도 인간 내면의 복잡한 감정과 관계를 희곡적 언어로 꾸준히 탐구해나가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최종 심사에 오른 다른 작품들 또한 각자의 작가의식과 잠재력을 보여주었으며, 모든 작가에게 지속적인 창작의 응원을 보낸다.

당선소감 - 한동엽
이 글을 찾아 읽고 있다면, 당신은 아마도 넷 중 하나. 매일신문 관계자이거나, 희곡을 쓰는 사람이거나, 나의 지인이거나, 나 자신이거나. 매일신문 관계자분들께. 부족함이 많은 희곡입니다. 장점을 더 크게 봐주셨습니다. 열심히 살겠습니다. 더 열심히 살고 즐거이 읽고 눈 크게 뜨고 어렵게 쓰겠습니다. 그러라는 격려로 받겠습니다.
희곡을 쓰는 분들께. 몇 년 동안 신춘문예 떨어지면서, 당선작과 심사평과 소감을 읽고 또 읽으면서, 언젠가 당선 소감을 쓰게 된다면 꼭 나 같은 사람을 위해 지면을 쓰겠다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들릴까 조심스럽지만요, 계속해서 써달라고 말하고 싶어요. 당신의 희곡이 궁금하고요, 읽고 싶어요.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나의 지인들. 당적사(당선소감에 적히는 사람들)! 정말로 너희들 이름을 당선소감에 적게 되는 날이 오는구나. 당적사 정회원 권민경 오수빈 임태성 정종관, 전문객원 문태극 이수빈, 평객원 15인 모두. 너희들 아니었으면 계속 쓰지 못했을 거야. 고대극회 고맙습니다.
연극에 관한 모든 걸 학생회관에서 공연장에서 거울방에서 배웠어요. 지오디 쓸 오골계 랫츠 하창마 뺑이 아마더워, 같이 연극을 만들었던 그 기억으로 지금도 연극을 쓰고 있어요. 김태희 교수님, 무슨 말이라도 듣고 싶었을 때 교수님의 격려가 큰 힘이 되었습니다. 김종훈 교수님, 시적인 게 무엇인지 가르쳐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적인 건 연극적인 것과 다르지 않다는 걸 배웠습니다. 엄마 아빠 할머니 사랑하는 정엽이 나의 가족. 공부 안 하고 하냥 속만 썩여대도 언제나 믿고 응원해주어서 고마워. 영진 효재 재혁 나의 친구들, 대뜸 희곡 내밀어도 읽어준 나의 독자들, 언제나 의지가 되어준 서우, 모두 고마워. 마지막으로 나 자신. 이 글을 언제 다시 읽어보게 될진 모르겠지만, 난 정말 최고야. 난 정말 짱이야! 난 뭐든지 할 수 있어! 외쳐주고 싶어요.
-1999년 서울 출생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재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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