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마스 이브, 런던의 사람들은 행복에 들떠 크리스마스의 기쁨을 만끽한다.
인색한 고리대금업자인 스크루지가 나타나서 사람들에게 돈을 갚으라고
윽박지르고, 성금을 부탁하는 구세군들을 쫓아버린다.
그 상점의 정원 '밥'은 추위에 떨며 난로에 석탄을 넣으려다 스크루지에게 혼난다.
스크루지의 조카 프레드는 크리스마스 저녁식사에 스크루지를 초대하지만,
스크루지는 크리스마스를 비난하며 초대를 거절한다.
혼자 남은 스크루지에게 7년 전에 죽은 동료 말리의 유령이 찾아온다.
말리는 지금까지의 인색한 삶의 방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죽은 후에 자신처럼
쇠사슬을 몸에 감고 비참하게 떠도는 신세가 될 거라고 경고하고
과거, 현재, 미래의 크리스마스 유령이 차례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한다.
이윽고 과거의 유령은 그와 함께 시간 여행을 시작하는데...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 데려다주고, 누나 팬과 사랑했던 여인 '벨'을 만나게 한다.
스크루지는 자신의 탐욕 때문에 '벨'을 떠나보낸 사실에 괴로워하다가
현재의 유령의 의해 새로운 곳을 방문한다. '밥'의 집을 방문한 스크루지는
그곳에서 가난하지만 서로 사랑하는 가족들과 몸은 불구지만 맑은 영혼을 지닌
'팀'을 보게 된다. 그리고 크리스마스를 즐겁게 보내는 조카 프레드의 집에서
자신이 잃어버린 행복을 깨닫는다.
마지막으로 미래의 유령을 만난 스크루지는 자신의 비참한 죽음을 보고
충격을 받는다. 비명을 지르다가 잠에서 깬 스크루지..
자신에게 아직 기회가 남아있음을 감사하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보이지 않는 것을 돌아볼 줄 알아야 비로소 행복도 볼 수 있다.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스크루지와의 여행이다.
사회의 불의와 모순에 대해 분노하고 그것을 개혁하기를
바라던 디킨즈의 사회개혁적 문학성을 담은 작품이다.
찰스 디킨즈의 소설을 공동극본/ 김의경, 안현정, 연출/ 이병훈, 작곡/
데니악 바르탁(Zdeněk Barták)이 참여한 서울예술단 공연으로
2003년 12월 12일~12월28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초연되었다.

작가와 작품해설 - 윤해준 교수
19세기 영국의 소설가 찰스 디킨즈(Charles Dickens, 1812-1870)는 인기 있는 소설가, 저널리 스트, 잡지편집인으로 활동하며 60년이 채 못되는 생애 동안 수많은 글을 당대 독자들에게 선물했다. 오늘날까지도 영국, 미국 등 영어권 국가들을 중심으로 그가 남긴 글들은 영문학 연구자들과 일반대중들 간에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디킨즈의 작품세계가 워낙 다채롭고 방대하다 보니 디킨즈의 문학세계를 대변할 대표작 한 권을 꼽는 일은 학자들간에 늘 논란거리가 된다. 반면에 일반 대중들에게 디킨즈의 작품세계를 대변하는 작품이 단연 스크루지 이야기를 담은 <크리스마스 캐롤>이라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영국, 미국 등 영어권 국가들에서 크리스마스 철이 되면 어김없이 <크리스마스 캐롤>은 영화로 텔레비전에 방영되거나 연극과 뮤지컬로 사방에서 공연된다. 적어도 크리스마스가 대중적 축제로 남아있는 한, 디킨즈의 명성도 함께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크리스마스 캐롤>의 이러한 대중적 성공은 이 작품이 만들어지게 된 배경을 감안하면 다소 뜻밖의 '행운'인 셈이다. 만 31살의 젊은 작가 디킨즈는 <피크웍 문서>, <올리버 트위스트>등 히트를 친 소설을 20대에 낸 바 있으나, 당시에 그가 연재하던 <마틴 쳐즐윗>의 판매부진이란 위기를 맞게 된다. 이 작품에서 유례없이 신랄하게 당대 사회의 속물근성을 풍자한 덕에 이전 작품들에 비해 덜 팔렸던 것이다. 이에 디킨즈는 상황을 반전시킬 묘안을 찾는다. 그리하여 문체가 쉽고 내용이 부드러우며, 삽화와 제본이 예뻐서 들고 다니기 간편하고 선물하기 좋은 책을 만들어 크리스마스 연말대목에 맞춰 출시한다. 이것이 바로 1843년 12월 19일에 나온 A Christmas Carol in Prose. Being a Ghost Story of Christmas ("산문으로 쓴 크리스마스 캐럴. 크리스마스에 관한 유령이야기임")라는 제목의 책이다.

이 작품의 성공은 참으로 작가나 출판사도 놀랄 정도였다. 초판 1쇄로 찍은 6천부는 며칠 안에 품절되었고, 게다가 크리스마스 철이 지난 후에도 계속 수요가 폭발해서 다음 해 5월까지도 총 7쇄가 모두 팔려나갔던 것이다. 디킨즈는 이러한 광경에 감격해서 "울고, 웃고 다시 울었다"고 편지에서 쓴 바 있으나, 막상 상업적으로는 크게 재미를 보지는 못했다. 삽화 등 책 제작비가 워낙 많이 들어간 탓도 있었지만, 저작권이 엄격히 지켜지지 않던 당시 관행 때문에 표절본과 해적판으로 인한 손해도 컸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후대에까지 사랑 받을 가능성은 작품이 나오자마자 즉시 입증되었다. 12월에 나온 이 작품이 불과 두 달 뒤인 다음 해 2월에 연극으로 각색되어 공연된 것이다. 이 작품이 나온지 정확히 180년이 지난 현재에도 책을 읽지 않거나 연극도 보지 않는 대중들도, 텔레비전에 방영되는 '크리스마스 캐롤'을 보며 이 작품의 재미를 함께 나눌 것이다.
이 작품이 이처럼 성공한 비결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은, 역설적으로, 이 작품이 디킨즈의 다른 소설들, 특히 <크리스마스 캐롤> 이후 그의 후기작들과 비교할 때 전형적인 디킨즈 문학이 아니라는 데서 찾을 수 있다. 디킨즈는 '유령 이야기' 대신 현실의 추함을 있는 그대로 기술하는 사실주의적 작품을 주로 썼다. 그러다 보니 묘사도 길고, 등장인물도 많고, 이야기도 복잡한 두꺼운 장편들이 대부분이다. 디킨즈는 유머와 해학을 늘 독자들에게 제공한다. 그런데 웃음은 불가피하게 풍자적인 웃음일 수밖에 없고 (우리는 그냥 웃는 게 아니라 어떤 대상이 웃겨서 웃는 것이기에) 그러다 보면 풍자를 당하는 측은 불쾌할 수밖에 없다.
반면에 <크리스마스 캐롤>은 스크루지를 공격하고 있는 셈이긴 하나 그 풍자의 정도가 디킨즈 작품세계의 일반적인 수준에 비하면 매우 약하다. 이 작품의 문장 또한 짧고 명료한 편이어서 교육수준이 낮은 사람도 쉽게 읽을 수 있다. 이것 역시 디킨즈 문체의 일반적인 경향과는 사뭇 다르다. 말하자면 <크리스마스 캐롤>은 디킨즈의 작품세계에서는 일종의 변종이란 점에서도 '유령이야기' 라는 부제가 적절하다.

그러나 동시에 이 작품은 분명히 사회의 불의와 모순에 대해 분노하고 그것을 개혁하기를 열망하던 디킨즈의 사회개혁적 문학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전형적인 디킨즈 작품이기도 하다. 이러한 사회개혁적 열의는 오늘날 독자층이나 관객, 시청자들에게는 잘 와 닿지 않을지 모르지만, 당시 1840년대 영국으로 돌아가 보면, 그것은 매우 예민하고도 시급한 문제였다. 소위 "배고픈 40년대"라고 불리는 1840년대는 산업혁명으로 축적된 부와 함께 그 폐해가 매우 심각하게 인식되기 시작하던 시대이다. 이 당시는 이윤 극대화만을 추구하는 자본의 논리에 갇힌 한 볼 수 없는 도시빈민, 고아, 아동노동, 공중위생 등 사회문제에 대해 국가적,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는 분위기 였고, 그런 맥락에서 <크리스마스 캐롤>이 등장했던 것이다. 특히 빈곤층 아동들의 열악한 형편은 가장 쉽게 눈에 띠고 가장 '심금을 울리는 것으로, 크리스마스 캐롤에 등장하는 가난한 서기 밥 크래칭과 자식들이 우글거리는 그의 가정은 이러한 사회적 관심에 호소하고자 한 작가의 의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작품의 플롯은 자본의 기계적, 수학적 논리에 갇힌 스크루지가 유령들의 방문 덕분에 자신의 어린 시절과 젊은 시절로 돌아가서 과거, 현재, 미래가 있는 유기적 존재로서 스스로를 다시 발견하는 과정에 맞춰져 있다. 이 과정에서 돈만 알던 스크루지는 자선과 기부를 아끼지 않는 '인간적 자본가'로 변한다. 물론, 이러한 자선이 자본주의의 온갖 모순을 해결할 수는 없다. 그리고 이것을 누구보다도 디킨즈 스스로 그의 다른 장편소설에서 예리하게 파헤치고 있다. 하지만 기껏해야 자신의 이익을 보호해줄 정치인이나 자신의 가족, 자신의 정부, 애인 등에게나 아낌없이 기부할 뿐인 대한민국의 자본가들을 생각하면, 개심한 스크루지의 수준에 도달하는 것조차도 쉽지 않은 일로 보인다. 빛과 가난에 시달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이 끝없이 나오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돈을 번 부자들을 '크리스마스의 유령' 들이 찾아가기를, 그리하여 이들을 기적적으로 바꿔놓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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