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화만발한 선계의 무릉도원에 수십 마리의 학무리가 ‘천상의 계절’ 을 노래하며
황홀한 춤으로 수를 놓는다. 연화봉 학대사의 제자인 ‘지성’은 무릉도원 선계의
황홀경에 도취하여 구름다리 위를 떠날 줄 모른다. 그는 탁발고행차 속계로 내려가는
중이다. 용왕이 학대사에게 보내는 진상품을 들고 연화봉으로 향하던 8선녀들은
명경지수와도 같은 시냇물에서 옷들을 훨훨 벗고 목욕한다. 그 모습을 본 지성은
그녀들에게 매혹되어 자신의 신분과 계율을 잊고 그녀들을 희롱한다.
이때 학대사가 표연히 나타나 그 모습을 보고 진노하여 지성과 8선녀들에게 중한
벌을 내린다. 그 벌이란 다름 아닌 인간속세에 태어나 생로병사와 윤회의 고행을
감당하는 것이다. 지성과 8선녀는 ‘속세의 징검다리 건너’를 구슬프게 노래하며
속세로 내려간다.
무대는 옹고집과 그의 여덟 딸들(지성과 8선녀가 인간으로 환생한) 이 살고 있는 집.
좌수란 벼슬을 하고 있는 옹고집은 큰 부자이지만 대단한 구두쇠이다.
그의 조강지처는 여덟 딸을 낳고 울화병으로 죽었다.
어느 날 이 집에 스님으로 변신한 학대사가 나타나 시주를 간청하나 구두쇠 옹고집은
시주는커녕 종들을 시켜 뭇매를 주어 쫓아낸다. 그는 또 여덟 딸들을 불러 모아
‘자기 밥은 자기가 찾아 먹어야 한다’며 나물을 캐오라고 들판으로 내쫓은 다음
종들을 불러 모아 자신이 새장가 들 계획을 귓속말로 소곤거린다.
봄빛이 완연한 들판에 봉례가 나타나 들뜬 처녀의 심사를 노래한다. 그때 봉례어미가
나타나 그녀에게 옹좌수에게 시집갈 것을 권유하나 그녀는 뿌리치고 도망간다.
봉례와 봉례어미 쫓고 쫓기며 멀리 사라질 때 옹좌수의 여덟 딸들이 대바구니를 옆에
끼고 들판에 나와 나물을 캐며 흥겹게 봄을 노래한다. 맏딸 월이는 우연히 스님
형상의 허수아비를 발견하고는 그것을 들고 집으로 향한다.
옹고집가의 별당. 보름달이 휘영청한 가운데 옹고집이 신부인 봉례 일행이 오기를
초조하게 기다린다. 처녀장가를 드는 옹고집은 혼인식에 필요한 음식이나 재물이
아깝기만 하다. 신부일행이 도착되고 혼례준비를 할 즈음, 갑자기 허수아비들이
어둠 속에 나타나 격렬한 춤춘다. 그러자 큰 이변이 나는데, 다름 아닌 제 2의 옹좌수
즉, 가짜 옹고집이 탄생한 것이다. 이에 모든 사람이 기겁하며 누가 가짜고 진짜인지
분간을 못하고 야단법석, 우왕좌왕, 일대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져든다.

옹좌수 집마당에 온동네 사람이 다 모였다. 그들은 2명의 옹고집이 나타났던 지난 밤
혼례식 사건을 가지고 수군댄다. 여기에 2명의 옹고집이 나타나 서로 진짜라는 것을
증명하고자 한다. 진짜가 자기 집 재산목록을 타령조로 읊어대자 가짜도 세간살이를
정확하게 나열한다. 심지어 동네 사람들은 두 명의 옹좌수가 똑같은 쌍가마임을
확인하자 놀라 기겁하고 진짜를 가려내기 위해서 이제는 무당을 부르는데...
진짜 옹고집과 여덟 딸들이 모여 있다. 진짜는 혈육관계, 이부지자 운운하며 그의
딸들에게 자기가 진짜임을 내세우는데, 가짜가 등장하여 다시 혼란에 빠진다.
진짜와 가짜는 각기 자식들에게 자기가 진짜임을 과시하나 딸들은 어지럽기만하다.
밤이 왔다. 세 명의 남자 종들은 가짜 옹좌수를 잡겠다고 수선을 떤다. 진짜 옹이
방에서 나와 종들에게 몇 가지 지시사항을 말하고, 시키는 대로 준비한 종들에게
이번엔 가짜 옹이 나타나 다른 지시를 한다.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다시 준비하고 온
종들에게 이제 진짜 옹이 나와 결과를 확인하나 자기가 시킨 일하고는 다르게 처리한
그들에게 화를 낸다. 헷갈리기 시작한 종들은 아리송한 마음을 노래한 끝에
결국 진짜 옹을 가짜로 단정, 뭇매를 주고 뜨거운 물을 퍼붓고 난리를 피운다.
신부가 보고 싶은 진짜 옹과 가짜 옹이 살며시 나와 각기 별당으로 들어가려다
서로 맞닥뜨린다. 누가 진짜인가를 가리기 위해 서로 겨루어 보나 끝이 안 난다.
진짜 옹이 기가 막힌 심정을 실성한 듯 노래할 때, 무당이 들어서서 진짜 옹을 가짜로
지목한다. 그러자 동네사람들이 진짜를 결박하여 나무에 매달아 치고 박고한다.
들판 가에 높은 나뭇가지에 매달린 진짜 옹앞에 학대사가 나타나 결박을 풀어준다.
진심으로 반성하는 옹고집에게 드디어 개과천선의 기회가 주어진다.
옹좌수집 마당에서 가짜 옹이 종들을 호되게 혼내고 있다. 가짜 옹은 진짜 옹보다
더 구두쇠 같은 지시하고 또 신부인 봉례를 사랑채로 데려 오도록 명령한다.
봉례가 가짜 옹이 있는 방으로 들어가고 모든 사람들은 밖에서 사랑의 노래를 부르며
호기심에 차 신방을 응시할 때 진짜 옹이 대문에 거지꼴로 나타난다. 문전박대
당하던 끝에 간신히 신방으로 뛰어 들어간 진짜 옹은 가짜 옹대신 허수아비를 발견하고
봉례와 같이 들고 나온다. 동네사람들은 지금까지의 모든 사건이 가짜 옹으로 변한
허수아비의 농간이었음을 알게 된다. 기쁨에 넘친 옹고집은 동네사람들과 어울려
기쁨의 노래를 흥겹게 부르며 춤을 춘다.

「옹고집전」은 작자·연대 미상의 고전 소설이다. 원래는 판소리로 불렸다고 하나 지금은 전해지지 않고 소설로만 전승되고 있다. 선한 나와 악한 나, 참과 거짓을 통해 인간의 정체성을 묻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뮤지컬로 재창작된 '아리송하네요'는 전래의 '옹고집전'을 원전으로 삼고 극의 도입부에 조선 숙종 때 김만중의 고전소설인 '구운몽'의 仙界를 설정함으로써 불도를 수행하는 지성과 우연히 8선녀를 만나 희롱한 죄로, 벌을 받아 옹고집과 8선녀는 8명의 딸로 환생하는 것으로 설정했다. 그리고 무대전체가 철저히 놀이판이 되도록 무대공간을 평면적으로 구성하는 한편, 다양한 관객과의 스스럼없는 대화를 위해 민속음악의 한계를 탈피, 좀더 대중적인 오락성을 가미하였다. 안무 또한 민속무용의 테두리를 벗어나 흥겨움의 본질을 천착함으로써 총체적으로 서구개념의 뮤지컬드라마와 전래민속연희의 중간지점에서 새로운 우리뮤지컬의 가능성을 보인 작품이다. 표재순 연출, 정성조 작곡, 88서울예술단에서 1989년 6월 공연하였다.

작가의 글 - 김상열
옛부터 웃음을 통하여 억압과 모순 그리고 가난의 사슬을 풀고자 했던 지혜가 바로 우리의 풍자해학 정신이라면, 심각하고 답답하며, 불안한 시대에 바로 철저하게 웃음 그 자체를 연희한다는 것은 연극예술의 작은 소명일 수도 있다. 이 드라마의 요체는 '자신을 상실함으로써 자신의 모순과 허구를 발견하게 되는' 이른바 자아발견을 통한 모순과 허구의 개선인 것이다. 이를테면 불로와 삼강오륜이라는 절대명제를 망각한 옹고집이 선계에서 내려온 학대사의 계획된 연출에 의해서 본분을 찾고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게 된다는 극적구성을 통해 '진실과 허구'가 한 인물속에 존재하며, 두 개의 상반된 요소의 갈등으로 진정한 '나'의 존재를 발견한다는 현대적 해석을 도입하고자 한 것이다. 이 옹고집전을 뮤지컬드라마로 만드는 과정에서 동양사상의 중심인 유·불·선을 고르게 안배, 인연과 윤회사상을 주제로 설정하여 그 주제밑에 희극이 가능할 수 있는 인물과 사건을 창작하였다. 이것이 뮤지컬인만치 현란한 춤과 노래를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연희적 요소로서 희극적 상황설정의 약점을 다소 보상받을 수 있을 것이며, 차라리 진부한 철학이나 지나치게 심각한 관념적 유희로서 식상한 입맛에 여름채소같은 풋풋한 토양의 냄새를 일깨울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쪼록 선조들의 웃음에 대한 담박한 지혜로서 진짜와 가짜가 뒤섞인 현실을 골치아프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태연하고 느긋한 익살을 청량제 삼아 해갈되길 바란다. 이제야 다시 연출 테이블로 돌아오신 표재순 선배님께 감사드리며, 여름태양보다 뜨거운 의욕으로 새출발하는 88서울예술단 단장님과 단원들의 노고에 격려의 박수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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