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여덟 살 동현이의 집이 재개발지구에 포함되고
두 사람이 쫓겨날 신세가 되자 성주신과 조왕신은 위험을 무릅쓰고
현신(사람의 형상을 함)하여 집안을 돌보기로 한다. 그런 와중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저승 명부에 포함된 할아버지를 데리러 차사 해원맥과 덕춘까지
나타난다. 조왕신은 차사들을 설득해 석 달의 시간을 얻는다.
한편, 취업에 실패하고 고시원을 전전하던 박성호는 선배의 알선으로
드래곤 파워에 취업하게 된다. 그의 일은 불법까지 서슴지 않는 한울동 철거.
박성호는 갈등하지만, 현실 앞에서 결국 양심을 버리고 용역 일을 하게 된다.
철거 D데이가 다가오고... 비어있던 동현이의 집에 용역들이 포클레인을 밀고
들어와 기습 철거를 시도하지만, 가택신들과 차사들은 힘을 합쳐 이를 막아낸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성주 단지가 깨지면서 성주는 안타깝게 희생되고 만다.
이후 한울동은 어쩔 수 없이 떠나는 자와 남아서 지켜야 하는 자들 사이에서
점점 흉흉해져 간다. 그리고 드디어 피할 수 없는 결전의 날이 밝아온다.
각자의 각오와 비장함 속에 한울동은 점점 긴장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데...

‘신과 함께_저승편’이 망자들의 영혼을 저승으로 인도하는 저승차사들의 이야기를
그렸다면, ‘신과 함께_이승편’에는 저승차사들 외에도 이승에서 인간의 일상을
함께 하며 집을 지키는 가택신들이 등장한다. 이들이 재개발지구에 포함된
초등생 동현네 집을 지키려 애쓰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집과 공동체,
인간의 양심과 회복에 대한 따스한 메시지를 전한다.
이 뮤지컬이 스토리상 원작과 가장 다른 점은 원작에 잠깐 등장했던 ‘박성호’라는
캐릭터의 비중이 커졌다는 점이다. 생활고에 시달리다 철거용역 일을 하는 그는
자신의 집을 얻기 위해 남의 집을 빼앗아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인 인물로,
이야기의 진행을 이끌어가는 주축이 된다. 박성호뿐 아니라 철거 용역에 맞서
‘여기 사람이 있다’는 절박한 구호를 들고 시위에 나서는 한울동 주민들의 모습은
우리 사회의 여러 모습을 겹쳐보게 만든다. 또한 극 중에는 동현의 학교 친구들과
학부모들이 아파트 브랜드로 서로의 경제적 수준을 가늠하고 차별하는 등의
의미심장한 장면도 그려진다.

각색을 맡은 한아름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집’을 둘러싼 한국 사회의 여러 이슈들,
그리고 우리에게 ‘집’이라는 것이 갖는 의미를 짚어보고자 했다고 전했다. “원작을
최대한 살리면서 공연 장르에 맞게 각색하려고 했다. 또 작가로서 조금 용기 내서
사회적인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보고 싶었고, 자료조사를 하면서 많은 개발
사례를 알게 됐고, 나 스스로도 시대에 대한 부채감이 있었다. 한국을 살아가면서
한 번쯤 곱씹어볼 만한 내용이 아닐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뮤지컬에서 만날 수 있는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은 단연 음악일 것이다.
이 ‘신과 함께_이승편’에서는 대표작 ‘빨래’, ‘랭보’,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잃어버린 얼굴 1895’ 등의 음악을 만든 민찬홍 작곡가가 곡을 썼다.
그가 만든 음악은 이승과 저승을 오가며 펼쳐지는 다양한 장면에서 따스함과
강렬함을 오가며 극에 흡입력을 더한다.
“이승도 그려야 하고 저승도 그려야 했기 때문에 다양한 음악적 스펙트럼을
표현하면서도 그것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그래도 원작과 각색
대본을 관통하는 주제, 즉 결국 다 같이 살아가자는 마음이 있어 음악을 만드는
데도 큰 도움이 됐다”고 작업 과정을 설명했다.
‘신과 함께_저승편'이 LED 스크린 등을 통해 저승의 독특하고 비일상적인 풍경을
화려하게 구현했다면, 이 공연에서는 동현 가족이 사는 달동네가 주된 배경이다.
오랜 살림의 때가 묻은 정겹고 소박한 집들이 늘어선 달동네 모습에 따스한
정서가 듬뿍 배어 있고, 무대 2층에서는 장면마다 거대한 철거 크레인이나
염라대왕을 위시한 저승의 위압적인 풍경 등이 등장한다. 박동우 무대디자이너가
만든 무대이다.

원작자인 주호민은 "3년 전 뮤지컬 ‘신과 함께_저승편'을 봤을 때 원작자인데도
부끄럽게 눈물이 났는데, 이번에도 눈물을 참느라 고생했다. 작은 만화를 크게
만들어주신 서울예술단에 감사하다”면서 “내 만화를 바탕으로 2차 창작물이
만들어질 때 개입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뮤지컬)대본을 받았을 때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만화를 그린 후 약한 자가 선하게, 강한 자가 악하게만
묘사된 부분이 염려됐었는데, 그 부분을 박성호라는 캐릭터가 메워줘서 굉장히
좋은 각색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인형극 '인형극 구름이와 욜' (1) | 2025.12.25 |
|---|---|
| 전성현 '엑스트라 연대기' (1) | 2025.12.25 |
| 배삼식 '하얀 앵두' (2) | 2025.12.24 |
| 전성현 '174517' (1) | 2025.12.23 |
| 윤조병 '새벽, 그 여자의 춤' (1) | 2025.12.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