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하유상 '미친 여자와 유령의 남자'

clint 2025. 12. 4. 06:57

 

 

한 아파트의 거실이다.
여자의 노래소리가 들려온다. 
즐거운 노래를 시작했다가 채 끝나기도 전에 슬픈 노래로 바뀐다.
감정의 급격한 변화가 느껴진다.
전화가 온다. 잘못 걸려온 전화인가, 내던진다.
피아노를 친다. 마구친다. 그러다 목발집는 소리가 겹쳐진다.
여자는 왜 또 왔느냐고 그만 괴롭히라고 한다.
영진이란 남자와 사귀었는데 교통사고로 다리에 목발을 집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과거 얘기를 한다.
자신은 영진씨가 생각하는 처녀가 아니라고, 얼마간 결혼했었다고 한다. 
그래서 영진의 청혼도 한사코 거절했던 거라고.
그러면서 결혼 사진도 꺼내어 보여준다.
그리고 그 결혼 얘기를 유령한테 들려준다.
독실한 카톨릭 신자였던 처녀시절 순결과 신앙으로 열심히 기도할 때
다가온 어느 남자가 있었어요. 그 남자도 열심히 기도하기에, 호감이 갔어요.
우수에 젖은 그이. 그 후로 그와 자주 만나며 난 사랑하는 사이가 됐어요.  
그리고 그의 고백을 들었는데, 그는 성불구자였다고 한다.
그 순간 여자는 이 남자와 결혼하겠다고 마음 먹고 자기가 청혼한 것이다.
"그까짓 육체적인 행복이 뭐예요! 정신적인 행복만이 진정한 행복이 아니겠어요!
오직 정신적인 쾌락으로 충만 시키겠어요! 그러니 제발......"
그리고 결혼을 했단다. 성모께 은총을 받은 기분이었다고 한다.
결혼후 한동안 집에 있는 성모마리아상에 부부가 기도하며 지냈는데...
시일이 지나면서 부부사이는 금이 가기 시작했다.
여자의 허전함을 느낀 남편이 가끔 폭음을 하고 들어와 여자를 때리는 것이다.
여자는 맞는 고통을 쾌감으로 달게 받고 맞았단다.
그리고 어느 날 심하게 난동을 부린 남편은 성모상에 오줌을 깔기고서 
대들보에 목을 매고 죽었단다. 
여자는 유령에게 이 말을 전해주면서 영진씨의  청혼을 받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교통사고 후  목발을 집고 온 영진이 극약을 가져와 같이 먹자고 하였고...
그가 먹는 것을 보고 여자는 뱉어낸 것이다.
그 후 여자는 유령의 환청을 듣게 되는데...

전화가 온다. 영진이다. 
여자는 놀란다. 그리고 그날 먹었던 극약은 위장약이었다고...
목발소리가 다가오면서 여자는 절규한다.

 

 

여성 1인 모노드라마다.
1970년에 발행된 단행본 '단막희곡 28인 선'에 수록된 작품이다.

보이지 않는 남자의 유령이 나오는 것으로 설정하여, 대화하는 형식을 취했다.

이 작품은 정신분열 또는 강박관념의 포로가 된 인물을 다루고 있다.

이 여자는 환각, 환청에 사로 잡혀있지만, 작품의 주제는 육체와 의식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유령은 생존하고 있을 때 육체 (女子)에게 배신을 당하고 있었지만,

육체와 의식의 대립문제는 예수를 팔았다고 하는 유다 이래의 의식의 드라마이기도

했던 것이다. 이 작품도 살아있는 女子의 그러한 육체적 한계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하유상의 이 작품은 발표한지 50여년이 지났지만 지금 공연하여도 그리 시대감이나

인물의 성격, 그리고 사랑, 결혼, 배신 등의 여러 행위와 당위성이 별로 이질감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시대를 초월한 작품이라하겠다.

여자의 뼈아픈 과거와 또 다시 그런 사랑의 아픔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한 처절한

의지는 결국 더욱 더 운명의 구렁텅이로 빠져들게만 하는데....

막판의 반전은 전율을 느끼게 한다.

 

하유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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