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크리스토퍼 듀랑 '바냐와 소냐와 마샤와 스파이크'

clint 2025. 11. 23. 10:40

 

 

유식한 대학교수 부모님으로부터  체홉의 연극 속 등장인물의 이름을 
선물 받은 바냐와 소냐와 마샤 남매.
벚꽃나무 여러 그루가 보이는 커다란 전원의 저택이 주 무대이다..
평화롭지만 그만큼 지루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중년의 백수 '바냐'와
우울증과 분노조절장애 증상을 보이는 중년의 노처녀 '소냐'에게 
왕년의 섹시스타 '마샤'가 젊고 섹시한 애인을 대동하고 여기에 찾아온다. 
결혼은 커녕 변변한 연애조차 못한 '소냐'' 앞에 5번이나 이혼하고 이제는 
젊은 애인 스파이크까지 데리고 나타난 밉상 '마샤'는 
심지어 그들이 살고 있는 집을 팔겠다고 선언한다.
심란한 바냐와 소냐의 기분은 아랑곳하지 않고, 마샤는 '코스튬 파티'를 가자며 
'백설공주와 일곱난쟁이' 의상을 펼쳐 보이고 그와중에 스파이크는 
예쁜 옆집 아가씨 니나를 집에 데려와 마샤의 신경을 긁는다. 
그리스 예언자 이름을 가진 청소부 카산드라가 아침부터 쏟아내는 불길한 
예언 속에 순탄치 않은 하루를 보내는 이 가족, 
과연 하루를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다음날 이른 아침 가정부 카산드라가 주문을 외워 인형에 바늘을 꽂으니, 
인형을 찌르는 순간마다. 마샤의 비명이 이층에서 들린다. 
카산드라는 자신의 주술에 자신감을 갖는다. 
날이 밝자, 바냐가 오래 써온 자신의 희곡을 배우지망생인 나나, 그리고 누이 소냐가 
같이 출연하는 리허설을 거실에서 공연한다. 물론 마샤와 스파이크가 관객이다. 
카산드라는 음악을 담당한다. 내용은 지구 멸망 후 모든 생물이 조그만 원소 입자가 

되어 지구주위를 날아다니게 되는 작품이라, 니나는 그 원소 입자 역을 열연하고, 
소냐는 해설자 역에 온힘을 다한다. 마샤는 열중해 관람하는데, 스파이크는 전화를 
계속 받고, 대화까지 나누느라, 극적 분위기가 깨져, 공연이 중단된다. 
마샤는 스파이크를 질책하고,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니, 스파이크가 젊은 여자와 
여행을 함께 가기로 하는 내용이라, 연하남의 바람기에 실망하고, 
드디어 스파이크에게 절연을 선언한다. 결국 스파이크는 이 저택에서 떠나간다. 
마샤는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고, 바냐와 소냐에게 저택을 팔지 않겠노라 선언하고, 

카산드라는 자신의 주문을 풀어버리고, 삼남매가 얼싸안는다.

 

 

 

3남매가 있다. 제목에 있듯이 바냐와 소냐와 마샤이다.
중년의 바냐와 바냐, 그리고 막내인 소냐. 소냐는 예전에 입양한 이복동생이다.
한때 인기 영화배우인 마샤가 경제력으로 이 저택과 생활비를 지원해줬다.
결혼을 5번이나 한 마샤, 그러나 바냐와 소냐는 독립심과 경제활동이 없기에
아직까지 독신으로 지내고 있다. 그런 이곳에 소냐가 젊은 애인과 같이 온다.
자신의 돈벌이가 예전 같지 않자, 이 저택을 팔려고 하는 것이다.
끊임없이 다른 이의 삶을 열망하거나, 채워지지 않는 애정을 갈구하거나 
깊숙이 숨겨둔 오래된 꿈을 미처 놓지 못하면서도 소냐와 마샤와 바냐는 
각자에게 주어진 빼곡한 일상을 묵묵히 감당해간다. 제대로 살아본 적 없는 
자신의 인생이 불쌍해 울고 또다시 자신을 떠나가 버린 사람 때문에 울고 
그저 하루하루를 무사히 살아나가는 일밖에 할 수 없었던 자신에게 화 내면서도, 
소리치고 울고 웃으며 언제 그랬냐는듯 다시 평범한 삶의 무게를 함께 지탱해간다.
결국 바냐와 소냐와 마샤는 고됐던 서로의 과거를 부둥켜안은 채 그들이 
태어나고 자라온 그들만의 집을 지키기로 결심한다. 
남은 대출금과 수리비는 더 이상 그들에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제 그들은 나란히 연못에 앉아 함께 왜가리를 기다리며 늘 그래왔듯 
평범할 일상을 견뎌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연극 <바냐와 소냐와 마샤와 스파이크>는 안톤 체홉의 4대 장막극에 대한 

패러디와 오마주가 적절히 녹아 있다. 체홉 작품의 캐릭터와 사건이 매우 

정교하게 재배치된 연극 <바냐와 소냐와 마샤와 스파이크>는 체홉을 좋아하는 

부모님으로부터 '바냐, 소냐, 마샤' 라는 이름을 선물 받은 삼남매와 주변 인물들이 

벌이는 한바탕 소동극으로 히스테리컬한 사건들이 오히려 더욱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마법 같은 연극이다. 체홉의 4대 장막극과 등장인물과 이 작품은 놀랄 만큼 정교한

패러디에 감탄하다 보면 이 작품의 재미가 더 커질 것이다.
비냐는 '바냐 아저씨'의 바냐의 이름을 쓰며 시골영지를 지키는 역이 비슷하나
후반에 보여주는 모습은 남몰래 희곡을 쓰고 그 작품을 보여주며 마치 '갈매기'의 
뜨레플레프를 연상하게 만든다.
소냐는 '바냐 아저씨'의 소냐 이름을 쓰지만 '세자매'의 이리나와 '갈매기'의 마샤와
성격을 닮았다.
마샤는 '갈매기'의 마샤 이름으로 불리지만 '갈매기'의 아르까지나와 비슷하고 

'바냐 아저씨'의 세레브라코프처럼 시골영지를 팔려한다.

 

 


연극 <바냐와 소냐와 마샤와 스파이크>는 체홉의 대부분의 작품이 그러하듯 
일상의 절망적인 상황에서 오히려 '희망'을 찾아 낸다. 
그러하기에 더 사실적이며, 더 감동적이다. 우리는 당장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모르는 막연함을 가지고 살아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힘은 
바로 희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그래서 희망은 삶을 지탱시켜주는 
뿌리이며 근원이다. 체홉의 여러 작품이 감동적이듯이 이 작품도 그런 희망과
감동을 준다.

 

 


블랙코미디의 대가로 불리는 미국의 유명작가 크리스토퍼 듀랑의 최신작인 

이 작품은 2012년 뉴저지의 맥카터 씨어터 초연 이후 폭발적인 관객반응에 힘입어 

브로드웨이에 진출했다. 총 5개월간 매진 열풍을 이어간 것은 물론 2013년

토니 어워드 최고 작품상, 뉴욕 연극비평가협회 최고 작품상, 드라마 데스크 어워드

작품상 등 8개의 시상식에서 총 9개 부문을 수상하며 작품성과 흥행성을 인정받았다.

공연시간이 2시간 30분 가량이다.

 

 

크리스토퍼 듀랑(Christopher Durang 1949~)은 예일대학 부설 연극학교출신의 배우이자 작가다. <정체성 위기><메리 이그네시어스 수녀가 모든 걸 설명한다> <연기자의 악몽> <베티와 부의 결혼> <거칠게 웃으며> <위더스푼 아가씨> <왜 고문이 나빠, 사람들은 좋아해> 그 외 다수 작을 발표했다. 뉴욕 실험연극상, 공로상, 펜 로라 펠즈 국제재단연극상, 토니상최고작품상 등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