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신문 이성신문의 기자인 박우상은 지인이자 이성환경연합회장인
최형식에게서 한 건의 제보를 받는다. 산이 자라고 있다는....
박우상이 그 곳에 당도하자 산은 자라 거대한 산이 된다.
썩은 생선의 내장처럼 곧 쏟아져 내릴 것 같은 쓰레기 산.
한편 인근에 귀촌한 한 여자는 자신의 복숭아밭의 복숭아가 꽃만 피고
열매는 다 빠져버리는 것을 수상하게 여기고 문득 불길해져 쇠스랑으로 밭을
파헤쳐 보자 땅속에서도 검은 비닐과 폐기물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이 작품은 정말 보기 힘든 디테일한 사실주의 연극이다.
무선으로 작동하는 덤프트럭, 굴삭기, 지게차등 건설 차량과 교량, 3층건물, 폐-플라스틱 재생설비, 쓰레기운반선, 쓰레기산 등 수 많은 미니어쳐를 동원하여 극의 사실감을 높혔다. 정교한 미니어처들을 제작하는데 적지 않은 시간과 정성이 필요했을 텐데 이 미니어처들은 상대적으로 사람들을 크게 보이게 하는 효과를 구현하여, '사람들의 욕심'과 '자연환경이 파괴되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득만 챙기는 이기심'이 커보이게 하는 연출 기법이다. 우리나라 곳곳에 쓰레기 산을 이루는 현실을 둘러싼 사회 각 포지션이 연결된 실제 존재할 법한 커넥션을 해부하여 공개하고, 쓰레기를 동남아에 수출했다가 다시 국내로 반송된 실제사례를 꼬집어서 국내를 넘어 국제적인 환경문제가 되버린 국내 쓰레기 처리 용량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쓰레기 산은 어디로 갔을까?
우리도 모르는 사이 전국 곳곳에 생겨난 '쓰레기산'의 정체는
2019년 CNN의 보도를 통해 처음 세간에 알려졌다.
경상북도 의성군에 불법투기된 쓰레기가 자그마치 17만 톤에 달했고
보도영상 속 쓰레기더미들은 마치 거대한 산처럼 엄청난 위용이었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 일부 업체가 플라스틱으로 속여 필리핀으로
수출했던 폐기물이 반송되는 일이 발생하면서 한국은 그야말로 국제적인
망신을 당했다. 정부는 그제서야 부랴부랴 대책을 마련한다고 발표했지만,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지금 과연 쓰레기산은 사라졌을까?

백하룡 작가의 <검은 산>은 쓰레기 산이 등장한 경상북도 이성군을 배경으로 쓰레기 불법투기꾼들을 잡기 위한 기자 박우성의 추적기를 그리고 있다. 결과적으로 박우성은 불법 투기조직을 일망타진하는데 성공하지만 그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다. 쓰레기산이 불법적으로 조성되고 방치되기까지, 여기에 관련된 사람들은 불법투기 조직원들만이 아니다. 이성군의 공무원, 사무관, 심지어 과거에는 환경 보호에 앞장섰던 우성의 주변인들조차 모두 크고 작게 이 일에 연루되어 있다. 쓰레기산을 둘러싼 인물들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보고 있노라면, 결국 쓰레기산은 인간들의 욕망이 살아 꿈틀거리는 한, 결코 사라질 수 없음이 분명해진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미덕은 쓰레기산을 떠안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적인 망신, 불법투기 조직원들을 추적하고 단죄하는 일, 행정적인 절차를 따지는 일에 정신이 팔려있는 사이 쓰레기 산에 대한 관심은 희미해져 가고 정작 쓰레기산을 떠안은 사람들은 여전히 끝없는 절망 속에 살고 있다. 마지막 우성에게 벌어지는 반전은 쓰레기산에 무관심했던 우리 스스로를 자각하게 한다.

백하룡 작가 의 글
코로나19 시절 TV 화면을 통해 거대한 쓰레기 산을 본 적이 있습니다. 무단으로 몰래 투기하고 간 쓰레기들은 거대한 산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 시절 코로나 초기는 모든 게 비현실처럼 느껴졌지만 내부에서 자연발화가 되어 연기를 내뿜는 그 산은 유난히 현실 같지 않아 인상에 남았습니다. 그러나 이 산을 배경으로 작품을 쓰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처음엔 '내가 버린 것이 나에게 돌아오네' 라는 주제로 주인공인 기자가 저 산의 비밀을 파헤치면서 자신이 버린(영유아 때) 딸이 찾아오게 할 작정이었는데... 너무 식상하다는 생각에 그 관계를 포기하면서 헤매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또 '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주인공이 나오면서 '뻔해지는 드라마 구조 때문에도 오래 시간이 걸렸습니다. 내 앞을 가로막는 검은 벽 같은 저 욕망의 산 그것을 투기하는 자들과 그것을 파헤치는 자들이 드글드글 얽혀 영원히 해결되지 못할 검은 산 하나만 솟아올랐습니다.

'한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창극 '동리- 오동은 봉황을 기다리고' (1) | 2025.11.08 |
|---|---|
| 이은준 '불씨' (1) | 2025.11.07 |
| 뮤지컬 '윤동주, 달을 쏘다' (1) | 2025.11.06 |
| 임빛나 '얼굴도둑' (1) | 2025.11.06 |
| 뮤지컬 인형극 '애기똥풀' (1) | 2025.1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