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강종필 '황금의 잔'

clint 2025. 8. 18. 17:57

 

 

철거 직전의 텅 빈 아파트. 
두 명의 남여가 등장한다. 그리고 황금의 잔을 보이며 동호가 말한다.
옛날 중국의 황제들이 사용하던 황금의 잔이 어찌어찌해서 우리나라에 
흘러 들어온다. 장개석이 모택동의 공산당에 밀려 대만으로 탈출할 때
한국으로 왔을 것이란다. 중국의 국보이기에 어머어머한 금액이 예상된단다.
이것을 알아낸 사기 전과자 민우(54)는 역시 전과자인 동호(26)에게 그 잔을 
훔쳐오면 1천만원을 주겠다고 제의한다. 여친인 윤희와 같이 미래를 꿈꾼다,.
그러나 곧 철거될 황량한 아파트에서 잔을 훔쳐온 동호와 만난 민우는 겨우 
50만원을 던져주고 이 아파트가 곧 폭파될 것이며 나가는 문의 열쇠도 자신이 

갖고 있으므로 알아서 하라고 협박한다. 결국 둘 사이에 싸움이 벌어지고 
동호는 민우를 칼로 찌르자 윤희가 "아버지!"를 외친다. 민우와 부녀간임을 
알게 된다. 아버지는 포기하고 윤희와 같이 나가자고 하는데...
아버지와 같이 못나갈 바엔 자신도 남겠다고 한다.
동호는 문을 부수고 밖으로 나간다. 
조용히 아버지와 남아 옛일을 회상하며 있는데...
잠시 후 다시 돌아온 동호가 쓰러져 있던 민우를 업고 나가려는 순간... 
아파트가 폭파되고 모든 것이 가루로 변해버린다.



황금잔을 팔고 사는 도둑과 장물아비의 거래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곧 폭파해체될 낡은 아파트를 배경으로 극적인 긴장감을 부여하면서 

물질에 대한 탐욕을 냉소적으로 그리고 있다. 
"황금의 잔"을 당선작으로 뽑은 이유는 단순히 읽는 희곡이 아니라

실제 공연하더라도 알맞다는 장점과 재미있는 극적 구성 때문이다.

이런 실력이라면 일단 그릇으로서는 완성된 것이다.

문제는 그 그릇에 무엇을 담느냐 하는 것인데, 그 내용에 좀더 성숙해진다면

좋은 희곡들을 계속해서 써낼 수 있는 극작가임을 확신한다.

(이강백 심사평에서)

 

작가 강종필
 90년도 동아일보신춘문예 희곡부문 당선작가인 강종필씨(당시30) 3세 때 소아마비를 앓아 하반신이 완전히 마비되는 바람에 학교 문턱에도 가보지 못하고 완전히 혼자 글을 깨치고 책을 읽고 수없이 습작을 한 끝에 이 작품을 내놓았다. 
"처음에는 전혀 문학에 뜻이 없었습니다. 돌아다니지 못하니 할일이 없어 남아도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그냥 닥치는대로 책을 읽기만 했지요. 그런데 어느 날 나도 자립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되돌아보니 내가 가진 것이라고는 그동안 읽은 책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문학을 시작했지요. 만약 내가 다른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면 문학을 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서울에서 태어나 살다 77년 가을 가족과 함께 전북무주로 이사 한 뒤부터 글을 쓰기 시작한 그가 지금까지 쓴 습작은 대학노트로 40권쯤 되는 분량이다. 처음에는 시 소설 수필 희곡 등 거의 모든 장르의 글을 썼으나 요즘은 가장 적성에 맞는 소설과 희곡만을 쓰고 있다. 작년에는 1년간 장편 중편 단편소설 각1편과 희곡 2편을 썼다고 한다, 그러나 신인작가로서 그가 갖고 있는 포부만은 야무지다. 만약 극작가로 성공하기가 어렵다면 그는 소설 시나리오 등 다른 장르의 글을 계속 시도할 생각이다. 그는 또 추리소설에 관심이 많아 훌륭한 추리작가가 될 꿈도 갖고 있다. 그는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괴로움을 이겨나가는 법을 배우고 있으므로 글쓰기를 포기할 수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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